2024년 5월 11일 (토)
(백) 부활 제6주간 토요일 아버지께서는 너희를 사랑하신다. 너희가 나를 사랑하고 또 믿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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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관련 글의 분리는 지나친 편의주의적 발상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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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록 [peterkauh] 쪽지 캡슐

2009-10-06 ㅣ No.3297

 
 
 
(충분히 숙고하고 다듬어 쓸만한 시간 여유가 없어 두서 없이 소견을 피력함에 양해를 구합니다.
 또한 이 글은 게시판 운영에 관한 소견이지 용산사태에 대한 토론이 아니므로 글을 옮기거나
 제거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물론,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해서는 안될 말을 한 것이 있다면
 그 내용을 지적해주시기 바랍니다.)
 
 쟁점이 되고 있는 문제에 관한 토론은 어디에 있으나 다소의 소란과 지나침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만큼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죠. 그러기에 관리자의 관리와 조정자적 역할이 필요한 것 아닙니까.
그런 쟁점일수록 다수의 관심과 참여가 이루어지는 곳에서 조명됨이 타당할진대, 별도로 분리하여
소란을 줄임으로써 자유게시판의 골칫거리 하나를 덜어내는 것, 과연 타당한 일인지요?
자유게시판은 말뜻 그대로 제약 없이 모든 주제가 다루어질 수 있는 곳임이 분명합니다. 물론, 용산의 동정을
옮기는 봉사자 측의 다소의 부주의도 눈에 띠었고 또 이에 대한 선의의 지적들도 이루어짐으로써
게시판 내에서 어느정도의 자정이 이루어지고 있었음에도 다수 대중의 관심에서 분리시킨 것은
관리자측의 지나친 편의주의적 발상이거나 외부의 영향이 작용한 것이 아닌지 실망과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이런 조치는 결국 소외와 고통 속에서 통곡하고 있는 이들, 또는 그들과 함께하시는 신부님들의 모습은
가톨릭 대교구 관심의 중심에 있지 않으며, 소극적이거나 무관심한 대다수의 일상적인 평온이 더 중요시
된다는 반증이라 여겨집니다. 대 실망입니다. 그러니 이 게시판에 현재의 교계제도에 강한 회의를 
나타내는 의견들도 속출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진정 어디에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님이 계시냐는 것입니다.
장엄한 성전, 깔끔한 사무실, 고매한 율법지식, 화려한 수사의 웅변을 통해서가 아니라 소외되어 고통중에
있는 사람들을 통해 하느님께 이르는 길을 밝혀주신 예수님! 2000년이 지난 오늘 우리가 진정 어디에서
그분을 만날 수 있는지? 진정 만나고나 싶은지? 자문해봐야 할 것입니다.
 
정치계든, 종교계든, 어느 분야에서도
우리의 하느님은....  권력을 누리는 자들과 그에 영합하고 안주하는 자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그들의 탐욕에 의해 소외되고 그로인해 고통받는 이들의 하느님이시라는 것.
지금 우리가 진정 그 하느님의 현존을 확인하는 곳 또한 입으로만 폼으로만 복음이 암송되는 거룩한 성전만이
아니며, 한편으론 한평생 먹고 즐길 수 있기 위해 시류에 재빨리 편승하여 위장전입, 불법투기로 등락하는 
재물에  대한 탐욕의 보장책에 물불 안가리고, 입으로는 정의를 또는 공정과 법치와 인도주의를 외치며 
기회주의적 탐욕을 신봉해온 표리한 자들에 기대는 곳이 아니라, 바로 용산 처럼 무참한 주검이 냉동되어
버려진 곳에서 함께 통곡하는 분들의 영혼이라는 뼈속 깊은 믿음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1980년, 국방을 위한 군사력을 악용, 불법무도하게 국권을 찬탈하기 위해 국민을 살상하고
계엄령으로 국가를 암흑세계로 전락시킨 수괴를 타 교파가 조찬기도회로 추앙하고 다수의 국민들이 그 무력 앞에
옳고 그름과 가치의 기준을 상실하고 몸을 사리고 있을 때 계엄군 탱크와 총칼을 향해 순교의 각오로 촛불을 들고 
(계엄해제를 요구하며) 침묵 시위를 하던 수녀님들과 사제단의 영혼에 이끌려 그해 명동에서 하느님의 백성이
되었습니다. 적어도 그분들은 저에게는 성부와 성자 다음으로 가톨릭의 정체성을 확인시켜주는 분들입니다. 
그 수녀님과 신부님들이 거기서 걸어나가셨고, 제가 교리를 받고 결혼을 한 1980~81년의 명동성당의 실체는
그 장엄한 건물도 고위 성직도 아닙니다. 짓밟힌 진리와 정의와 생명을 순교적 영성으로 부활시키는, 바로 
하느님과 그 외아들 그리스도 예수님의 현존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지요. 지금 바로 그런 곳이 어딥니까?
 
추호의 사심과 감정 없이, 온전히 하느님 백성된 도리로서, 30년 간 기도하고 호흡한 그리스도 예수님에 대한 
믿음으로 요구합니다. 하느님과 예수님의 가르침 그대로를 용산의 천막에서 실천하고 계신 신부님들과 수녀님들
그리고 교우들의 소식을 이곳에서 더 많은 이가 함께 보고 호흡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물리적으로 초라하고
많은 이들이 생각에서 지워버리고 도망처 나오고 싶은 그곳, 용산의 천막 기도처를 더 초라하게 만들지 않는 것.
그것이 아마도 이 시점에서 가톨릭 대교구가 수행해야 할 소명중 하나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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