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더보기
2026년 11월 7일 (토)
(녹) 연중 제31주간 토요일 너희가 불의한 재물을 다루는 데에 성실하지 못하면 누가 너희에게 참된 것을 맡기겠느냐?

자유게시판

*^^*이윤석 형제님께*^^*

스크랩 인쇄

지요하 [jiyoha] 쪽지 캡슐

2004-04-01 ㅣ No.64515

 

†. 사랑·평화

 

 

 이윤석 형제님.

 

 반갑습니다.

 제 글을 읽고 의견 주셔서 고맙습니다.

 

 일주일 전쯤에 <생활성서> 4월호를 받았습니다. 맨 먼저 제 글을 어머니께 읽어 드렸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와 함께 잠시 40년 전의 ’그 일’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글에서는 전주(錢主) 아주머니 치부책의 2만원 누락이 쉽게 정정되는 것으로 그려졌지만, 어머니와 함께 다시 기억을 떠올려보니, 그 전주 아주머니의 치부책 기록이 틀리고 내 아버님 기록이 맞는다는 것을 주장하시는 아버님의 여러 가지 말씀 때문에 시간이 다소 지체되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내 선친은 내게 실로 많은 이야기 거리들을 주고 계십니다. 저 암울했던 유신독재 시절과 5공독재 시절을 살아오면서 아버님과 적지 않은 갈등을 겪기도 했지만, 아버님의 착한 심성과 동심, 그리고 깊은 신앙심은 지금도 내게 깊은 존경심과 고마운 마음을 안겨주고 있지요.

 

심각한 성인병들을 안고 살기에 과중한 작업 속에서 건강 문제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매일같이 대추와 생강을 넣고 끓인 물에 쑥차를 타주시는 어머니, 누에가루 정제와 숯가루 과립을 구입해서 보내 주시는 안양의 누님, 밤마다 티베트 버섯 배양물을 걸러서 공급해주는 아내, 저녁에 자주 내려와서 지압을 해주는 뒷동 동생, 금산 홍삼액을 구입해서 보내주는 대전 막내동생…. 가족과 혈육들이 한가지로 내 건강에 신경을 써주고 있습니다.

 

요즘은 성삼일 예절과 부활대축일을 잘 준비하기 위해서 매일 저녁 성가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역시 성가연습 시간이 내게는 제일 행복한 시간인 것 같습니다. 물론 제일 중요한 것은 미사지만…. 성가연습을 하다보면 하루 생활의 모든 스트레스가 말끔히 해소되는 것을 느낍니다. 어제도 10시가 넘어 집에 올 수 있었습니다. 어제는 국악 미사곡 연습을 많이 했는데, ’천주의 어린 양’을 노래할 때 눈물이 핑 돌더군요.

 

어제와 엊그제는 황사 때문에 백화산을 오르는 것을 피하고 평지를 걸었지요. 백화산을 가리는 황사를 보면서 북경은 어떨까, 언뜻 이윤석 형제님을 떠올려보기도 했답니다. 오늘은 황사가 걷혔지만, 오늘도 산행 대신 1시간 정도 평지 걷는 운동을 했습니다. 이윤석 형제님이 제 건강을 걱정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전주교구 노인 신부님의 자서전 가필 작업은 이제 절반 정도 가고 있습니다. 예상보다 진도가 느려지는 것 같습니다. 어제는 그 신부님이 세례를 주신 조선의 마지막 황녀에 대한 이야기 부분을 손질했고, 오늘은 유신독재 시절의 민주화 투쟁에 관한 이야기 부분을 손질했습니다. 내일은 80년 광주의 비극과 5공 시절의 민주화 투쟁에 관한 이야기 부분을 손보게 될 것 같습니다.

 

내가 고생을 좀 하는 편이지만 이야기들이 참 재미있고 그 신부님의 살아오신 과정이 내게 숙연한 마음을 갖게 해서 더욱 가필 작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 작업이 끝나는 대로 두 달 정도 태안본당 40년사 집필 작업에 몰두하고, 이어서 사명대사 이야기 800매 집필에 달라붙을 예정입니다.

 

여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로지 소설만 쓰며 살고 싶은 마음이 너무도 간절한 것 같습니다. 내게 그럴 수 있는 날이 어서 와야 할 텐데…. <한국소설가협회>에서 발간하는 <한국소설> 3월호에 「꿈의 성장(成長)」이라는 100매가 넘는 단편을 발표했습니다. 민족분단의 아픔과 통일에 대한 소망을 그린 소설이지요. 독자들에게 좋은 감동을 준 것 같습니다. 어느 선배 여성작가님에게서는 감동을 친필로 기록한 편지를 받기도 했지요.

 

금강산을 다녀온 직후 <한국소설> 편집부로부터 좋은 소설이 없어서 그런다고, 재고작품 하나 찾아서 빨리 보내 달라는 급한 청탁을 받고 지난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의 평양 방문 직전에 썼던 작품을 찾아서 보낸 것인데…. 그렇게 급한 청탁을, 그것도 소설청탁을 그렇게 급하게 받아보기는 난생 처음이었지요.             

 

오로지 소설만을 쓰며 살 수 있는 세월을 얻게 되면 한국 천주교의 박해시절 이야기를 다루는 소설도 하나 써볼 생각입니다. 이미 준비는 많이 해놓고 있습니다. 1984년 한국 103위 순교성인이 탄생할 때 <성요셉출판사>라는 곳에서 <한국 103위 순교성인들의 생애>라는 책(전5권)을 출간한 일이 있었지요. 나도 그 일에 참여해서 열일곱 분의 이야기(합 700매 정도)를 썼지요.

 

만리포 바닷가에 방 하나 얻어놓고, 온 방 가득 자료들을 늘어놓고 분석하고 대조해보고 하면서 원고지에 육필로 작업을 했지요. 무척 힘들었지만, 그리고 신앙 선조들의 이야기라는 사실이 이상한 중압감을 안겨주었지만, 몇 달 동안 매일같이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 작업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기해일기>의 저자 현석문 성인과 누님이신 현경련 성녀, 그리고 정철염 성녀 이야기를 한데 묶어 200매 정도 쓴 것 같은데, 훗날 픽션을 넣어 대작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그때 했었지요.

 

그때가 벌써 20년 전이군요. 1982년에 등단해서 이듬해 1983년에 그 작업을 했는데, 그리고 그때 이미 한국 천주교 박해시절 이야기를 가지고 훗날 대작을 쓰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때로부터 벌써 20여 년의 세월이 덧없이 흘렀습니다.

 

이제는 정말 나이를 한 살이라도 더 먹기 전에 정신을 차려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내 앞에 놓여 있는 일들만 다 마치면, 내년부터는 오로지 소설만 쓰며 사는 생활을 꼭 성취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 게시판에서도 조금씩 발을 뺄 생각입니다. 이것과 관련해서는 나중에 별도의 글을 하나 쓸 계획이고….

 

태안에서 만나 꽤 오래 좋은 시간을 함께 했던 사이라서, 그만큼 허물없는 마음으로 이런저런 말을 많이 적었습니다.

 

보름쯤 후면 형제님이 일시 귀국을 하시겠지요?

그때 다시 한번 태안에서 만났으면 합니다.

 

며칠 전에 백화산에서 진달래가 몇 놈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성급한 놈들이 왠지 얌체 같게 느껴지기도 하면서 참 반갑더군요. 오늘내일 사이 백화산 가득 만발할 진달래가 15일까지는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압니다.

 

내일은 진달래를 보기 위해서라도 꼭 다시 산행을 할 생각입니다. 진달래만 보면 나는 왜 그리도 마음이 이상해지는지…. 왜 기쁨과 슬픔이 뒤엉키는지…. 진달래를 보면 왜 동학이 생각나고 우금치가 떠오르고, 3·1운동이, 4·19가, 80년의 광주가 생각나면서 눈물이 나는지….

 

4월 15일 진달래 만발한 백화산에서 막걸리 잔을 기울이고 싶습니다. 목구멍 꽉 차게 넘어가는 막걸리를 마른 논에 물 대듯이 벌컥벌컥!

 

그 날을 기약하면서 이만 맺겠습니다.

조금 전에 텔레비전에서 남북 이산 가족들의 금강산 상봉 장면을 보며 목젖을 삼켰음을 마지막으로 기록하면서….

 

 

(040401)

충남 태안읍 샘골에서 지요하 막시모 적음

           



256 0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번호 제목 등록일 작성자
64519 정신 못차리겠네 2004-04-01 양대동
64518 향유고래와 대왕오징어 (1)(2)(3)(4)(5) 2004-04-01 배봉균
64515 *^^*이윤석 형제님께*^^* 2004-04-01 지요하
64508 "폐광지역"의 두메산골에서는... 2004-04-01 원주교구사회복지후원회
64503 하느님은 없다 있다면 왜 있는가 ? 2004-04-01 구본중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