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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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이 얼마나 좋으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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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 개인 사정으로 삶의 터전인 서울을 떠나, 먼 남쪽 지방에 내려와 있습니다. 낯선 곳에서의 생활이란 불편함도 있지만 묘한 매력이 있네요...
사순시기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이 때에 나의 전부이시며... 내 살아가는 이유이신 그분이 얼마나 좋으신지 다시금 깨닫게 해 주심에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그다지 세상을 사랑하고 인간을 사랑하는 그렇게 따뜻한 사람은 못 되었더랬습니다. 이십대 중반에 하느님을 새로이 만나기 전까지는 지독히도 냉소적이고 염세적인 사람이었지요. 그 이후에도... 저의 의지나 노력에 상관없이... 그런 면이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씩... "사람"을 볼 줄 알게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썩어갈 육체를 지닌 인간의 ... 나약하기에 어쩔 수 없이 악하고 추한 그런 모습이 아니라 하늘에 계신 그분의 가장 귀한 창조물이기에 아름답고 그분이 수난과 죽음으로써까지 구해 주려 하신 사람들이기에 고귀할 수밖에 없는 그러한 사람의 참 모습을 아주 조금이나마... 깨달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게시판에서도... 아주 다른 생각이나 성향을 지니신 몇몇 분들이 개인적으로는 아주 친밀한 감정을 지니고 계신 모습들을 봅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실제로 만나서 친분을 맺게 되면 글에서만 보았던 것과는 다른, 그 사람의 인간적이고 따뜻한 면을 보게 되어서 생각이 다른 것이야 그렇다 치고... 그런 것에는 상관 없이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가 보다는 그런 생각을 조금은 합니다. 물론 모든 경우에 그런 것은 아니지만요.
제 경우에도 아직까지 게시판에 올라오는 어떤 분의 글을 보면 여전히 나와는 참 다른 생각을 하고 계시는구나 싶고 오늘은 어조가 너무 심하게 강하구나... 좀 부드럽게 하시지... 하는 생각도 할 때가 있지만 그래도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참 좋은 분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빙그레 웃고 맙니다.
올해 사순절이 시작될 무렵... 저는 이제껏 모르고 있던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더랬습니다.
제가 근 1년 동안 현실의 생활 속에서 알고 지내오던 한 사람이, 사실은 바로 이 게시판을 통해서, 글을 통해서 저와 잘 알고 있던 사람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저는 그 두 사람이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었지요. 그에 반해 그쪽에서는 제가 누구인지를...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명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제 이름은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실명이었고 그 사람이 게시판에서 사용한 이름은 ... 타인의 명의로 된 이름이었거든요.
게시판에서 저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던 사람이라면 그렇게 오래 숨겨졌을 이유도 없거니와 밝혀졌다 해도 문제가 될 게 전혀 없으니... 그런 관계가 아니었음을 모두 짐작하시겠지요...^^ 저와는 아주 많이 안 좋은 관계였던 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놀랐고, 다음 순간에는 화가 나더군요. 제 마음 속에 아직도 매우 안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바로 그 사람이 눈앞에 있었는데도 바보같이 혼자만 모르고 있었다는 게 화가 났고, 그 사람은 자기만 알면서 여태까지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는 것도 화가 났었습니다. 속았다는 느낌도 들고, 배신감도 들고, 황당하고... 과거의 기억들도 새록새록 되살아나고... 제가 원래 그다지 화통한 성격이 못 되어서인지, 쉽게 털어버려지지도 않더군요.
그러나... 지난 성지주일... 이 낯선 곳에서 미사를 드리며 그리스도의 수난 복음을 들을 때... 스스로도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 마구 쏟아졌습니다. 그토록 고통받으시면서도... 절대 인간을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않으시는 주님의 모습에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로 분노하고 있는 나 자신이 너무 죄송스러웠습니다.
그리고 또 며칠이 지나면서... 나와 실제로 알고 지내던 지난 1년여의 시간 동안, 그분과 얼마나 좋은 관계였는지를 생각했습니다. 마주치면 언제나 서로가 환히 웃었고... 농담도 주고받으면서 즐거웠는데...
어쩌면 이해 못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일이 잘못 꼬여서 이렇게 되었을 뿐... 그저 주님 안에서 사랑해야 할 형제일 뿐임을... 새삼 깨닫게 되었음을 그저 말하고 싶었습니다.
사순 시기에 안 좋은 글을 올리고 싶을 때... 남을 비난하거나 흉보고 싶을 때... 침묵의 양선함을 실천할 수 있도록 절제의 힘을 주신 하느님을 찬미하고 다가오는 부활절과 더불어 제 마음에 따뜻함과 깨달음을 선물해 주심에 감사를 드립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형제 자매님들!!! 성주간 동안 ... 그분이 얼마나 좋으신지, 보고 맛들이는 시간 되시기를 빕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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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호 | 제목 | 등록일 | 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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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06 | 구본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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