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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아래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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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철 [hl1ye] 쪽지 캡슐

2004-05-06 ㅣ No.66736

                   사랑은 아래로 흐른다.

 

  십자가를 안테나로!

  한번은 어느 어린이가 심부름한 값, 공부한 값...등을 적어서 청구서를 어머니에게 제출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어머니도 빙긋이 웃으며 역시 이런 청구서를  제출하여 그 아이를 부끄럽게 했다고 하지요.

 

 * 9개월간 태교비 및 10년간의 교육비 및 양육비등... : 총 합계: 0원

 

  그러고 보니 가끔 저도 이 어린이와 같은 옹졸하고 유치한 마음으로 하느님께 혹은 제가 봉사한 사람들에게 어떤 보상을 기대한 적이 종종 있었던 것 같습니다. 즉 업무시간 외의 병원 교직원 예비자 교리강습이라든가 수녀원 성체강복등...^^*

 

  오늘 복음(요한 13,16-20)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발을 씻어주신 다음 그들에게 '발지압 및 맛사지비' 및 교육비를 청구하시지 않으시고 '너희도 이것을 알았으니 실천하면 복을 받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시며 오히려 축복해주십니다. 그리고 오늘 독서(사도 13, 13-25)에서 그 당시 위대한 스승으로 많은 제자를 거느렸던 세례자 요한도 "나는 그리스도가 아닙니다...나는 그분의 신발끈을 풀어드릴 자격조차 없는 사랍입니다."라며 역시 그의 제자들에게 교육비를 청구하지 않고 오히려 큰 겸손을 보입니다. 저도 이러한 겸손을 배우고자 하는 마음에서  얼마전에 텔레비젼 '인물 현대사'에서 방영된 자신을 '일속자'(한알의 작은 좁쌀)로 불러달라고 하신 큰 스승 고 장일순 선생님에 관한 글을 퍼드립니다. 가브리엘통신

 

 

                   <문열고 아래로 흐르다>

 

  우리시대의 마지막 '도덕정치가'요, 마지막 '초야서가(草野書家)'요, 문인화가였던 장일순은 김지하의 스승 정도로 조금 알려져 있을 뿐이다.70년대 반독재민주화 투쟁의 해방구였던 원주캠프의 정신적 지주였으며, 50년대엔 원주 대성학원을 세운 교육자이기도 했다. 60년 4.19직후 혁신정당이던 사회대중당의 후보로 민의원선거에 나서면서 정치무대에 뛰어들었으나, 5.16쿠데타는 중립화평화통일론을 주장하던 그를 감옥에 가뒀다. 이후 장일순은 '정치정화법'과 '사회안전법'에 묶여 철저한 감시를 받는다. 그런 와중에도 천주교 지학순주교, 김지하, 박재일 등과 함께 강원도 일대의 농촌과 탄광지역의 농민, 노동자들을 위한 교육과 협동조합운동을 지도하면서 '원주해방구'를 일궈낸다. '걷는 동학'이라 불리던 장일순은 '밥이 곧 하늘'이고 '모든 생명은 하나'임을 일깨우며 80년대엔 '한살림'운동을 이끌어냈다. 원주 봉산동의 그의 집은 수많은 민주화운동 인사들의 피난처요, 오아시스였고 장일순은 그들의 사상적 버팀목이 되었다.

  

  말년의 그의 아호는 일속자(一粟子)로 스스로를 한알의 작은 좁쌀로 낮추었다. '혁명은 보듬어 안는 것'이라 했던 그를 통해 20세기 경쟁과 투쟁의 논리를 넘어서, 인간의 오만과 횡포를 넘어서, 협동과 생명을 그리고 '나락 한알 속의 우주'를 만난다. 그는 유가 전통 가문에서 태어났으나 불교를 거쳐서 부모들이 가톨릭으로 입교하여 10대 중반에 신자가 된 장일순 선생은 60년대, 70년대 반독재 투쟁에 앞장서서 옥고도 치르고 그후 지학순 주교와 같이 원주 지방에서 재야 운동가로 활동한 생명사상 운동의 선구자다. 지난 1970년대 장일순 선생을 중심으로 시작된 한살림모임은 생명을 억압하고 소외시키며 분열시키고 죽이는 삶의 질서에 대항하여, 살아있는 생명으로서의 인간의 생명을 회복하는 광범위한 운동에서 비롯되었다. 땅이 살아야 사람이 산다는 기치 아래 무공해식품을 생산, 판매하고 권장하는 ' 한살림 운동'을 전개했다. 동학의 한울님 사상인 하늘, 땅, 사람이라는 '천지인'의 생명사상을 받아들인 저자는 '나락 한알 속에 전우주가 있다'는 말로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생명계의 모든 이웃들이 천지만물과 공생의 질서를 이루어갈 때 구원과 조화와 평화가 보존된다는 그의 신념을 절실히 고백하고 있다. 생태계가 파괴되고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이 시대에 우리의 소비행태를 돌아보고 모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깨우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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