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
슬픈 일과 기쁜 일들 |
|---|
|
*이 글은 제가 지난해 5월 21일 20여 명의 겨레붙이 인연붙이 친지들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일년 전 오늘의 편지를 내 홈피 ’가족공동체’ 방에 올리는 일을 하면서 읽어보니 내용이 괜찮아서 이 ’굿 뉴스’ 게시판에도 올립니다.
제목 슬픈 일과 기쁜 일들 속에서 읽은 시간 2003년 05월 21일 09시 21분 33초에 읽었음
†. 사랑·평화 (오소서, 성령님. 새로 나게 하소서)
모두에게
잘들 지낼 것으로 믿네. (이런 상투적인 인사말이 ’미국 쪽’을 생각하면 내 가슴 한구석을 결리게 하지만…)
여전히 소설 집필에 몰두하지 못하는 비애를 제외하고는 내 작업 계획이 그런 대로 순조롭게 진행되어서 스스로 여유를 찾고 싶은 마음일세.
♣어제 화요일 저녁 미사에도 내 장모님(신재금·요셉피나)을 위한 연미사를 봉헌했네. 요즘은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연미사를 봉헌하네. ’49제’까지는 그렇게 할 생각이고, 그 이후부터는 기일과 생신일, 11월 ’위령의 달’과 명절에 위령미사를 봉헌해 드릴 생각일세.
요즘 내가 연미사를 청하면서 준비하는 미사예물은 3만원일세. 사회 일반의 애경사 부조금의 보통 금액을 기준 삼는 거지. 내 형편에 맞추어 요즘에는 애경사 부조금을 대개 3만원 정도 하니까….
미사예물을 3만원 넣으면 성당 사무장님이 사무 처리를 하기도 수월할 것 같네. 우리 천주교회는 모든 미사예물을 삼등분을 하네. 3분의 1은 교구에, 3분의 1은 본당에, 3분의 1은 미사 집전 사제께 드리는 거지. 그러니까 3만원을 넣으면 삼등분을 하기도 쉽다는 얘기지.
(내 누님은 교적을 두고 있는 안양 명학성당 신자들 중에서 상이 나면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세상 떠난 그 영혼을 위해 꼭꼭 5만원씩을 넣어 연미사를 봉헌해 준다고 하네. 그렇게 하자면 지출도 꽤 클 것으로 생각되네. 대개는 하느님만이 아시는 일이라고 하네. 상주들은 그 연미사 봉헌 사실을 아는 경우도 있고 모르는 경우도 있지만, 안다고 해도 누가 그 미사를 봉헌했는지는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네. 하여간 내 누님은 참으로 유별난 분일세.)
♣어제 아침에는 장인 어른께 안부 전화를 드렸네. 처음엔 대천 고모님이 받으시더군. 할머니를 돌보아드리기 위해 전날 다른 고모님과 교대를 하셨다고 하더군. 장인 어른께서는 밭에 나갔다가 오셨다고 했는데, 목소리에 활기가 있으셔서 듣기가 좋았네.
아버님과 잠시 공주대 조동길 교수 얘기를 했네. 아버님께 전화를 드리기 전에 조 교수와 통화를 했기에….
♣공주대 국어과 교수이며 소설가인 조 교수는 지난번 내 장모님 장례 때 내 전화를 받고 문상을 해주신 분이기도 한데, 며칠 전에 큰 슬픔을 당했네. 아들 하나와 딸 둘을 두었는데, 카이스트(과학기술연구원)에서 박사 과정을 밟던 수재 아들이 그만 연구 실험 도중에 수소가 폭발하는 바람에 목숨을 잃고 말았네.
그 일이 신문과 방송에도 보도가 되었다는데, 나는 그것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네. 장례 후 이틀이나 지나서야, 그것도 새롬엄마가 학교에서 조 교수의 고등학교 교사 시절 제자였던 동료 여교사로부터 얘기를 듣고 내게 전화를 해주어서 비로소 알게 되었네.
너무도 놀랍고 안타깝고 가슴이 아팠네. 어찌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한 심정이었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천안에서 사는 심규식 소설가(조 교수의 대학 동기)와 전화로 의논을 한 다음 용기를 머금고 어제 아침에 조 교수에게 전화를 한 것일세.
그런데 조 교수는 내 전화를 받으면서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울기만 하더군. 참으로 할 말이 없는 가운데서도, 그리고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면서도 내가 조 교수의 아들과 조 교수 가족을 위해 하느님께 기도하고 있음을 말하지 않을 수 없었네.
나는 그 소식을 들은 날부터 매일 백화산을 오르며 바치는 묵주기도의 지향을 많이 바꾸어서 조 교수 아들의 영혼과 조 교수의 가족을 위해 5단씩 묵주기도를 하네. 물론 내 장모님의 영혼을 위해서도 5단씩 묵주기도를 하고….
♣어제는 하루종일 우울한 가운데서도 태안신문 칼럼을 쓰고, 「태안 백화산의 슬픔과 기원(祈願)」이라는 글을 써서 웹상에 올렸네. <오마이뉴스>에 특히 내 고정 독자가 많은데, 이번 글은 내 기도생활을 소개하는 글이어서 감동의 질이 좀 다를 것으로 생각되네.
♣엊그제 <생활성서> 7월 호의 권두 에세이 (꼭지 이름 ’종이비행기’) 15매를 써서 어제 아침에 메일로 보냈는데, 오후에 담당 기자에게서 전화가 왔네. 감동적인 좋은 글을 써주셔서 참 고맙다는 얘기였네.
♣어제 오후에는 백화산에서 휴대폰으로 색다른 전화도 하나 받았네. SBS(서울방송)에 ’여자가 좋아요’라는 프로가 있다고 하네. 그 프로의 구성작가라는 아가씨가 내게 출연 교섭을 하는 전화였네. 내가 남자들보다 여자들을 더 좋아하는 걸 어찌 알았는지 원…. 출연하기로 우선 응낙을 하고, 차후에 다시 통화를 하기로 했네.
♣어제 천주교계 월간지인 <성모기사> 6월호 10권을 우송 받았네. 편집자에게서 고맙다는 말을 들었던 내 콩트 「같은 사람 있었네」를 종이 책의 활자로 읽으니 더욱 재미있더군. 새롬엄마의 구제불능 건망증을 소재로 한, 실제의 일과 픽션을 버무린 얘기인데, 책을 모두에게 일일이 보내 줄 수가 없으니 대신 이 편지와 함께 그 콩트를 ’첨부 파일’로 보내 주겠네. 며칠 후 웹상에 올리기에 앞서 특별히 피붙이 인연붙이들에게 먼저 보내 주는 것이니 외면하지 말고 읽어보기 바라네.
♣엊그제와 어제 우리 집에서는 또 한바탕 김치 공사가 있었네. 며칠 전에 대전 승목아배가 어머니께 용돈 10만원을 보냈다는 전화를 했겠다(이미 찾아다가 어머니께 드렸음), 그리고 하루 한 봉지씩 마시는 내 홍삼액이 떨어질 즈음인 것을 알고 홍삼액을 또 사서 보내 주겠다는 말을 했으니, 어머니께서 가만히 계실 수 있나. 바삐 저자로 걸음을 하시고, 엊그제는 열무김치를 담그고 어제는 배추김치와 오이지를 담그는 공사를 벌인 것일세. 팔순 노인네가…. 가까이 사는 죄로 뒷동 제수씨가 이틀 동안 와서 (어제는 맡아 보아주는 네 살배기 아이도 데리고 와서) 거들어주었지만….
우선 어제 택배를 불러서 세 가지 김치를 스티로폼 상자 두 개에 담아서 대전으로 보냈고, 저녁에는 미사 지내러 가는 길에 수녀원에도 두 통을 갖다 드렸네. 규왕이네도 어머니 김치를 다시 맛보게 되었고, 천안의 새롬이도 덕을 보게 생겼네.
그 일을 보고 치르면서 다시 생각했네. 어머니의 그 마음과 역할과 기력이 하느님의 은총이신 것은 분명한데, 그게 어머니 복인지 자식들 복인지는 참 아리송하다고….
♣한결이가 오늘은 용돈으로 거금 1만원을 챙겨 가지고 학교에 갔네. 반 아이들이 1학년 전체 1등과 2등을 차지한 두 명에게 한턱 쏘라고 성화를 부려서 1등을 한 아이는 어제 절반 정도의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서 돌렸다고 하네. 나머지 절반인 17명의 아이들에게는 오늘 한결이가 아이스크림을 사서 돌리기로 했다는 것이네. 참 재미있는 놈들일세. 옛날 우리 때는 상상도 못했던 일인데….
♣녀석이 집에서는 공부하는 꼴을 보지 못하고, 만날 컴퓨터 아니면 텔레비전 앞에서 해해거리기나 하는데, 그렇게나 공부를 잘하다니 생각할수록 신기하고 기특하네. 키도 아빠보다 1cm나 더 크고 손도 더 크지만, 녀석이 너무 예쁘고 귀여워서 요즘 매일 아침마다 포옹을 해주고 볼에 입도 맞춰주네. 녀석이 고등학생 때까지는 그럴 수 있을 것 같네.
♣매일 오후마다 오르는 백화산에서 요즘도 진달래 시절 못지 않은 행복감에 젖곤 하네. 아카시아 꽃과 향기 때문이지. 온 산에 아카시아 꽃향기가 꽉 찬 것 같은 느낌이네. 아카시아 꽃들에서 그 고운 향기가 끊임없이 풍겨나는 사실이 신비스럽기도 하네.
어지간히 큰 나무들에서나 꽃이 피는 줄 알았더니, 내 무릎에 겨우 미치는 작은 나무들에서도 꽃이 핀 것을 보며 경이감에 젖기도 했네. 꽃송이들을 일일이 꽃에 대고 황홀한 냄새를 맡으며 입을 맞추기도 하는데, 정말 감미로운 기분일세.
꽃은 식물의 생식기가 발정을 한 것인데, 그토록 아름다운 생식기와 고운 냄새를 풍기는 발정을 식물에게 주신 하느님의 뜻을 곰곰이 생각해 보기도 하네. 진달래 시절이 지나고, 개니리 벚꽃 복사꽃 영산홍 따위들이 모두 져서 쓸쓸함을 느끼는 듯싶었는데, 뻐꾸기 소리와 함께 아카시아와 라일락 향기가 신록 빛을 더욱 싱그럽게 하니, 하느님의 그 안배에 다만 감사하고 또 감사할 뿐이네.
♣며칠 전에 보내 준 막내처제의 메일에 감사하네. 사람마다 다 생각이 다르고, 그것이 세상의 조화이기도 하지만, 그 다르다는 관점만이 전부여서는 안될 것 같네. 사람들의 생각의 다름 속에는 옳고 그름의 차이도 있고, 깊이와 넓이와 높이의 차이도 존재하는 법이니….
길어졌군. 여기서 맺겠네.
*이번 편지도 네띠앙 주소는 따로 보내네.
(030521) 충남 태안 샘골에서 지요하 막시모 적음
파일명 같은 사람 있었네.hwp 크기 43K |
| 번호 | 제목 | 등록일 | 작성자 |
|---|---|---|---|
| 67195 | 허허 미군 스스로 감축이라? | 2004-05-21 | 이풀잎 |
| 67193 | 시편95~96:1-13 | 2004-05-21 | 최명희 |
| 67191 | 슬픈 일과 기쁜 일들 | 2004-05-21 | 지요하 |
| 67188 | 김경수님! 한국의 좌익은 악입니다 | 2004-05-21 | 황명구 |
| 67187 | 북한산 미사 참석하고서 | 2004-05-21 | 황선일 |




게시판 운영원칙
Help Des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