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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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요하 막시모님께 보내는 공개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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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모 형제님 지금 이 시간 쯤엔 중국 땅 공자묘가 있는 곡부쯤 계실 것 같은데 건강은 좋으신지? 지형이 여기 안 계신 틈을 타서 여기에 글을 올리니 마치 주인이 없는 방에 들어와서 주인 모르게 작난치는 것 같은 결례를 범하는 것 같습니다만 내가 혹 지형 흉을 보더라도 눈감아 주세요. 우린 같은 하느님을 믿고 성모님을 따르는 신앙의 형제요, 거기다가 또 같은 길을 가는 문우이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그 것보다도우리 사이는 70년대 중반쯤 한 회사에 근무한 직장동료이기도 하고 내 동생의 처남이 지형의 매형이 되니까 우리는 사돈 간이기도 하잖습니까? 헌데도 30년 동안 우린 얼굴 한번 대면하지 못하고 신문이나 잡지에서 서로의 이름만 확인할 뿐 전화통화마저 못하고 지냈으니 나나 지형이나 엔간히도 무심한 사람 들 아닙니까? (남들이 우리 얘기 들으면 욕하겠죠)
가끔 동생을 통해 지형이 학교선생님과 늦장가를 들었고 지방에서 잡지사를 경영하며 지역신문을 만들어서 논설도 쓰는 등 지역문화사업 창달에 여념이 없으시다는 안부를 들었지만 지형이 문학청년이셨을 때 습작품이었던 '동트는 로마'라는 소설을 기억하고 있었던 나는 지형이 대성할 수 있는 순수문학가로 언젠가는 우리 문단에 큰별이 되어 빛나리라 하는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기다렸습니다.
그러다가 어느날 우리 본당의 사무장님께서 본당 홈피 게시판에 좋은 글을 올려달라시면서 나를 굿뉴스에 직접 가입시켜 주시는 바람에 내가 클릭을 잘못 눌러서 이 게시판에 무심코 들어왔다가(저는 그때까지 인터넷은 젬뱅이였어요) 지요하라는 이름을 만나니까 얼마나 반갑든지요...(그때 내 편지와 내가 쓴 책들을 보내드리고 지형 책도 받았잖아요) 지형이 나와 같은 천주교신자이며 같은 레지오단원이란 것이 얼마나 좋던지....
가끔 게시판에 들어와 지형이 올린 글을 보면서 때로는 너무나 개인적인 신변잡사 얘기가 너무 자질구레하게 나열돼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속에서 반짝반짝 튀어 나오는 진주같은 삶의 지혜와 교훈이 있다는 것을 느껴서 내가 쓴다면 요런 건 좀 빼고 요런 건 좀더 보완을 해서 다듬고 골라서 한권으로 묶는다면 참 좋은 책이 되겠다 하는 생각을 좀체로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이 얘기하듯이 지형에게 '잡문이나 쓰는 작가' 어쩌구하면 나는 금새 흥분합니다.
나는 지형이 월남전에 참전한 고엽제 피해자며 월남전 체험을 주제로한 단편, 장편을 비롯해서 훌륭한 작품을 우리문단에 내놓은 한국문단의 중견작가임을 누구보다도 잘 압니다. 다만 시대를 너무 모르고 인기에 영합하지 않으며, 약삭 빠르지 못하고 우직스럽게 순수를 주장하다가 항상 대세의 흐름에 역류하여 빛을 못봤다는 것이 오늘 날 뭘 모르는 이들에게서 그런 무엄한 막말을 듣는 단초가 됐음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지형에게도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면 요 근래 윤 학 변호사 얘기 같은 거, 또 보수니 진보니 하는 류의 논쟁에 휘말리는 것 같은 글은 지형의 문학수업에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하는데 왜 아까운 재주와 시간을 쓸 데없이 낭비하는지 나로서는 정말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이 게시판에는 댓글이나 논쟁을 좋아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성직자를 씹으면 3년 재수가 없다는데도 걸핏하면 성직자를 씹어대는 무뢰배들이 횡행하는 이 판에서 지형이 뭘 얻자는 것입니까? 이 곳은 우리가 70년대 한국전력에서 수십억의 예산을 들여서 갖다버리던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석탄재(Fly-ash)를 건축자재(시멘트 첨가제)로 활용하여 치우기 곤난한 산업폐기물을 재활용하는 것 같은 선구자적(지금은 플라이 애쉬가 널리 보급돼서 시맨트회사가 몽땅 사 간다 합니다) 보람을 찾는 일도 아니고 월급받는 일터도 아니잖습니까? 또한 의식있는 작가들이 들어와서 작품으로 글을 읽어 주는 자리도 아닙니다. 박홍 신부님이나 함세웅 신부님이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 해서 '사제가 그럴 수 잇느냐?'는 등으로 매도할 일입니까? 그분들이 미사를 드리는데 소홀하셨습니까? 성직자의 본분을 망각하신 일 있으십니까? 왜 굿뉴스 게시판에는 남의 생각이나 의견을 트집잡고 싸움을 거는 걸(심지어는 신부님께 그러는 걸) 좋다고 그냥 두고 요새는 꼬리글 달게 여유까지 만들어 주는 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막시모님. 공자도 좋고 곡부도 좋고 공부도 좋습니다. 이번에 중국 다녀 오시면 제발 좋은 작품 쓰는 데만 전념 하십시오. 그리고 짬이 나면 여기 올리신 글 중에서 우리들 신자나 일반 대중에게 신앙이나 일상 살아가는데 지혜가 되고 교훈이 되는 글을 잘 다듬어서 책으로 하나 엮어주세요. 잘 팔리는 책이 될 겝니다. 지금은 무거운 얘기, 즉 순수문학이 대중들로부터 외면 당하고 있는 때 입니다. 한국문단의 내일을 위해서는 누군가는 그일을 해야겠지만 그런다고 지형이 우직스런 소처럼 메맞아 가며 땀 흘리며 힘든 그 일을 하는 걸 곁에서 보는 내 마음이 아파요. 어쩌면 당신의 글 재주를 아는 모든 이들이 아파할지도 몰라요.
신변에서 겪는 진솔한 얘기를 '잡문'이라 비하하는 것도 옳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시대는 땀냄새가 나는 생활속의 진솔한 글이 속물근성에 젖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는 좋은 글이 될 수 있습니다. 문학인은 바로 그렇게 시작해서 감동을 느끼는 이들부터 하나씩 순수문학 쪽으로 인도하여 저변을 넓혀가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막시모님 혹 제 글에 결례가 있었더라도 용서하세요. 앞에서 우리 사이를 얘기 했잖아요. 그러니까 얘기를 한 것이고. 다만 직접 홈피로 메일 보내도 될 글을 여기 공개로 올린 것은(사실은 많이 망설였습니다) 내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서 입니다. (게시판에 대한 불만 등) 모쪼록 건강하게 다녀 오셔서 이젠 우리도 한번 직접 만나 봅시다. 30년 동안 얼마나 모습이 변했나(하기사 서로 책에 나온 사진은 자주 봤으니) 추억속의 얼굴과 비교도 하고, 못하는 술이지만 한잔 하면서 자식 키우는 얘기나 하면서 얼굴 좀 보며 삽시다. 잘 다녀 오십시요. |
| 번호 | 제목 | 등록일 | 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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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8136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2| | 2004-06-23 | 신성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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