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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기님 술한잔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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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태 [christmaria] 쪽지 캡슐

2004-06-25 ㅣ No.68182

 

거시기님!  술한잔 합시다. !


 술을 좋아한다. 아니 그냥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엄청 좋아한다.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선 술 자체 보다는 술자리. 술마시는 분위기. 함께 하는 사람들 함께 나누는 이야길들을 더 좋아한다고 하는 표현이 옳을런지도 모르겠다. 아뭏튼 술은 소주부터 시작해서 막걸리, 맥주, 양주, 과일주 등 종류를 가리질 않는다. 그들 나름대로의 독특한 맛과 향기가 있기 때문이다.

 오래 전 탄광에 있을 땐 제법 마시기도 했다. 병채로 숨도 안쉬고 다 마셔버리는 소위 나팔을 불어도 보았고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 필름이 끊겨 보기도 했으며 술을 마시며 까만밤을 하얗게 지새워보기도 했다. 술과 함께 먹은 안주가 뭔지 확인(?) 하기도 했다.

이렇게 술을 좋아했기에 도대체 술을 마시지 못하거나 안마시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을뿐더러 샘님같고 남자답지 못하고 인간미가 없는 사람들 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마치 만병통치약 같았던 이 좋고 사랑스런 술을 끊은지도 어언 2년이 넘었다.

설마 그럴리는 없었겠지만 술을 마시는 스타일이나 성격 등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술을 계속해서 마셨더라면 아마도 알콜의존자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서울에 있는 모 행려인시설에 오랫동안 몸담고 있으면서 술문제를 일으키는 수 많은 사람들을 보아왔다. 그런데 어쩌다가 원내외 취업자 20-30명을 관리하게 되었다. 알콜교육 등 자활에 필요한 일련의 교육을 잘 받으시고 취업을 하셔서 수많은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어 잘 다니시다가도 오래지 않아 술로 인해 번번히 넘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안되겠다 싶어 함께 한 자리에서 “나도 이제부터 단주를 할테니 우리 함께 단주를 해 보자 ”며 단주를 시작하게 되었다.


자활의집은 금주의 집이다. 자활의집에 오시는 대부분의 가족분들이 술로 인해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인들 뿐만 아니라 주변의 많은 분들에게 술로 인해서 많은 물적 정신적 피해를 끼쳤다. 이곳에 있다보니 술로 인해서 많은 분들이 아픔을 겪는 모습을 듣고 보게 되었다. 이미 끊은 술이지만 얼마 전 우리 가족들도 함께 한 공개적인 자리에서 다시한번 중독으로 인해 고통받는 모든 분들과 그의 가족분들을 위해서 죽을 때까지 단주하겠노라고 말씀을 드렸다. 그러니 이제는 함부로 물릴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쩌다 마련된 술자리에서 많은 유혹을 느끼는게 사실이다. 한편으론 마시는 분들을 배려하지 않는 아주 이기적인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미안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어쩌랴 이제 술하고는 담을 쌓은 사람이.....

나약한 인간인지라 당장 내일 술을 다시 마실런지도 모를일이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런지는 몰라도 죽는 순간까지 단주를 하련다. 중독으로 인해 고통받는 모든 분들과 가족분들을 위해서 매일 매일 기도를 한다. 나의 이런 태도를 두고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냐며 오히려 더 마실분도 있을런지도 모를일이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단주를 유지하시고 자활을 하시는데 조그마한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야 오늘 술한잔 하자” “술한잔 하죠”  “술한자 해요.” “술한잔 합시다” 이런 등등의 말들이 너무나 듣고 싶었고 듣기 좋아했었는데 이제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없다. 하지만 술자리의 원래 의도가 터놓고 이야기하고 편하게 마주 앉아 세상사는 이야기를 하고 함께 나누는 자리라면 얼마든지 술이 없어도 가능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우리 가족분들이나 아는 분들에게 이렇게 말하라고 말하고 싶다.

“거시기님 술한잔 해요” 가 아닌 “거시기님 이야기좀 해요.” “거시기님 시간있으세요.” 라고...


거시기 ! 그런데 거시기가 누구지 ?  아 아 거시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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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181 *^^* 고백합니다.|5| 2004-06-25 이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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