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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어머니의 우울함에 우울해지는 자녀들 /박현민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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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규철 [catho21c] 쪽지 캡슐

2004-06-27 ㅣ No.68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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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우울함에 우울해지는 자녀들 


박현민 (베드로) 신부 (사목심리학 박사) 
성심인간계발원 부원장. 주교회의 홍보부장 
성심인간계발원  http://cafe.daum.net/nbnsm


요즘 상담실이나 전화 상담을 통해 학부모들로부터 자주 접하게 되는
상담 내용 중에는 청소년 자녀들의 갑작스런 성적 저하, 성격 불안, 
대인기피, 무기력, 폭력적 성격 등과 같은 문제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들 증상들은 많은 경우 청소년들의 우울증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사실 우울증에는 수많은 원인들이 존재하지만 청소년들의 경우 가정이나
부모로부터 원인이 시작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가끔 외부적으로 
학교에서 친구들과의 관계나 학업에 따른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에 시달릴
수도 있지만, 자녀들의 우울증이 가족들과의 관계, 특히 부모와의 관계에서
파생된다는 점은 실로 주목해야 할 사실입니다. 

저에게 어떤 어머니가 찾아와서 중학교 일학년 된 아들의 우울증에 대해 
걱정을 하소연 한 적이 있었습니다. 공부도 상위권이고 성격도 무척 밝았던 
아이가 일이년 사이에 자신감을 잃어가고 무기력하며 성격이 날카로워 졌다는 
것입니다. 결국 이 아이는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되었지만 아이가 의사의 상담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고 의사를 무시하며 상담을 회피하기 때문에 커다란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 아이는 왜 의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아야 하는지를 이해할 수
없다며 상당한 거부감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의사의 소견은 이 학생이 우울증
환자에게 찾아 볼 수 있는 극심한 불안증과 신경증 증세가 있으며 대인기피증을 
동반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렸습니다. 

이 학생의 경우 우울증의 발단은 아버지로부터 시작되었지만 직접적인 원인은 
어머니의 우울증에 있었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아버지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말미암아 어머니는 몇 해 전부터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게 되었고,
아버지보다 어머니에게서 더 큰 위안과 사랑을 느끼고 있었던 이 아이는 
어머니의 우울증에 자신도 커다란 영향을 받게 된 것이었습니다. 
 
행복했던 가정에 아버지의 외도는 가정을 일순간에 멍들게 했고 그 상처는
아내와 자녀들에게 그대로 전달이 되었던 것입니다. 이 경우 아이가 정신과 
의사에게 자신의 가정 이야기를 다 털어 놓으며 도움을 청하리라는 기대를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 아이에게 있어서 진정으로 필요했던 도움은 자기
자신의 우울증 치료가 아닌 이전에 단란하고 행복했던 가정을 다시 찾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이런 관점에서 정신과 의사는 자신에게 별 도움을 
줄 수 없는 사람이라고 아이는 생각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 학생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다시 화해하여 가정이 화목해지고 그로인해 어머니의 우울증이 
사라진다면 자동으로 치유될 수 있는 전이성 우울증 환자였던 것입니다. 

우리는 간혹 어머니가 우울증에 빠졌을 때 그것이 자녀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알고 있으면서도 그 심각성을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자들의 연구결과 여성들은 대개 네 명중 한명 꼴로 일생에 한 번 쯤은 
우울증에 빠진다고 합니다. 페경기와 중년을 넘어가면서 여성들은 생리적,
심리적 이유로 자연스레 우울증을 경험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현대 사회의 복잡한 스트레스로 인해 오늘날의 주부들은 중년에 접어들기도 
전에, 특히 25세에서 35세 사이에 심각한 우울증을 경험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나이 대에는 여성들이 대부분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의 경험을 
하는 시기입니다. 따라서 이 시기에 어머니가 우울증에 빠질 경우 아이들은 
치명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임신 중이거나 아니면 양육 단계에서 어머니가 극심한 우울증에 빠진다면 
그 기간이 비록 몇 달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어린아이의 정서와 지능 발달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연구 결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사실 어린아이는
이 기간에 어머니로부터 사랑과 온정, 그리고 친밀감을 체험하면서 주변 환경에
대한 이해와 정보를 통해 감정과 지성을 발달시키게 됩니다.
 
 그러나 우울증에 걸린 어머니는 감정의 기복이 심해 아이에게 일관성 있는
태도로 교육을 시키지 못할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도록 자주 안아주지도 않고 부드러운 말로 타이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두 세살 유아기의 어린 아이들은 말이 더뎌지고 잘 움직이려 
하지 않으며 주변 자극에 대해 반응이 느리고 젖을 빠는 일도 점점 싫어하게
됩니다. 이런 아이들이 네 다섯 살이 되면 주변 아이들과 자주 말다툼을 
하고 공격적으로 성격이 변하며 부모가 야단을 치거나 벌을 줄 때 반항하거나 
말대꾸를 하면서 심할 경우 자신의 머리를 벽에 박으며 자학하거나 부모에게 
덤벼들기까지 합니다. 더 나아가 부모, 특히 어머니의 우울증이 계속 될 경우
아이들은 점점 학교 성적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청소년기의 탈선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머니의 심리 정신 상태가 성장기 자녀들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이미 심리학이나 교육학을 통해 세상에 드러난 사실입니다. 또한 요즘엔 아이를
임신한 산모의 심리와 감정이 아이에게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고 하여 태교를 
중요시 하는 것도 사회적 상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에 덧붙여서 일련의 사회학자들은 어머니의 출산이 어떻게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연구하면서 어머니와 자녀들 사이의 무서운 
연결고리를 밝혀내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학자 미셀오당은 어머니와 아이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는 바로
수정 그 순간부터 생후 일년간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 시기 중에서 최고로 
어머니가 자녀에게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 순간은 출산직전과 직후의 짧은 
몇 시간이라고 합니다. 이 시기에 아이가 어떻게 출산되는가는 아이의 향후 
성격과 운명에 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입니다.
 
자살한 사람들만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야콥슨이란 학자는 출산시 자궁으로부터
빠져나오는 아이가 원만하게 분만 유도되지 못해 질식을 경험할 경우 이 아이가
자살을 할 때 질식사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또한 노벨상을 수상했던 팀 버겐이란 동물학자는 출산시에 진통제를 3번 이상 
맞고 출산된 아기는 나중에 성인이 되면 약물 중독에 빠질 가능성이 보통 
사람보다 5배가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미셀오당은 결국 분만은 
의료인의 행위이지만 출산은 산모의 행위이므로 분만이란 개념에서 출산이란
개념으로 산모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아무튼 이런 학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본다면 결국 인간은 수정순간에서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어머니로부터 절대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차원에서 볼 때 어머니의 우울증이 자녀에게 그대로 전이된다는 것은 
극히 상식선에서 이해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성장기 자녀들을 두고 
있는 부모님들 특히 어머니들은 현재 자신이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감정적으로
충만한 상태인지 다시 한 번 되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뿐 아니라 가정과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어린 자녀들을 두고 있는 어머니들은 절대적으로 정신적인
건강을 유지하셔야만 합니다. 만일 이 시기에 어머니들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체험하며 우울증 증상을 보인다면 하루빨리 그 원인을 찾아내어 치료를 
받아야 할 것입니다. 

한편, 우울증에 빠져 있는 아이들을 도와주어야 할 경우에 상담자는 전문적인 
상담기술 보다는 절대적인 인간적 신뢰심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신뢰는 물론 상담의 기본 조건이지만 아이들 상담에 있어서는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녀들이 부적응 현상을 보일 경우
부모들은 그 문제가 어디서부터 발생하는지 궁금해 하고 그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자신들이 나서서 상담을 받으려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문제를 느낀 아이들이 스스로 상담을 청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간혹 부모의 강요로 상담실을 찾는 아이들이 있긴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자신의 마음을 꼭꼭 걸어 잠그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자녀들은 자신들의 마음을 상담자나 
의사들에게 보이는 것에 대해 심한 거부감을 표현하곤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들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자녀들이 삐뚤어진 성격의 소유자거나 아니면 모든 것을
부정하고 거부하려는 반항심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아직 자신들의 문제를 
직시할 수 있는 용기와 그것에 정면으로 대항할 수 있는 자아의 내적인 힘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자녀들의 문제가 앞서서 언급한 것처럼 자기 자신에게서 아닌 부모와 
가족의 관계로부터 파생되어 나온 것이라면 자녀들은 절망감이나 수치심, 그리고 
절대 용서하거나 이해할 수 없다는 분노의 감정을 느낄 수 있고, 그러한 부정적 
감정들은 자기 자신을 그 문제들로부터 분리시켜 생각하고 행동하게 하려는 
본능을 일으키게 합니다. 따라서 상담자나 정신과 의사들과 같이 회피하고 싶은 
문제들을 상기시키고 직시하도록 만드는 사람들에게 비협조적인 것은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자녀들의 마음 안에서 그들을 신뢰할 수
없다는 느낌이 들면 들수록 이 반감은 더욱 심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자녀들을 대하는 선생님이나 상담자들은 일단 그들과 진정한 신뢰를 쌓는 
시간부터 가져야 할 것입니다.
- 참인간 회보 80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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