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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손으로 하늘을 가리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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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과희망사목연구원 [gaudium95] 쪽지 캡슐

2004-07-01 ㅣ No.68342

  장마철을 대비시키는 전초병 같은 비가 내립니다. 시원하게 떨어지며 부딫히는 빗소리에 잠시 창밖을 보노라면 비에 씻겨 평소 보지 못했던 부분들이 드러납니다. 아마도 비의 시원한 느낌은 이 씻김의 역할에서 오는 결실과 고마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비는 비단 눈에 보이는 세상에만 내리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천 년 대희년을 맞이하면서 그간 우리가 보지 못했던 낮은 곳 구석진 곳 권력이란 얼룩으로 가리워진 곳까지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해묵은 과제로 이야기 되어왔던 과거청산과 진상규명이 바로 그것입니다.


  17대 국회가 개원되면서 바로 이 과거청산과 관련된 법안 작업들이 바빠지기 시작했습니다. 군·경의문사진상규명에관한특별법, 친일파진상규명법 과일제청산관련법률, 6.25휴전이전민간인희생자진상규명과명예회복에관한법률, 반인도적국가범죄공소시효배제특별법, 민주화운동명예회복과보상등에 관한법률개정안 등의 법안들을 통한 과거청산의 노력들이 하나의 시작의 예로 볼 수 있습니다. 바꾸어 생각해보면 기명하기조차 힘든 다수의 법안들이 바로 지난 반세기 가리워진 이 땅 민중들의 아픔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아 무거운 마음을 떨쳐내기가 더욱 힘들어 집니다.


  과거청산이라는 말은 난무하지만 우리가 하고자 하는 과거청산은 과거청산이 아닌 현재 청산의 작업입니다. 그 자리에서의 자신의 회개가 곧 진실을 밝히는 일의 시작인지를 사람들은 너무 모르는 것 같습니다.


  과거 군부독재와 일제강점하라는 거름에 빌붙어 아직까지도 입법, 사법, 행정 경제계의 요직요소에 뿌리내리고 있는 권력자들은 이제 한걸음 내딛기 시작한 과거청산운동의 큰 벽일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진실을 규명한다고 하더라도 지금 이 순간부터 모든 이들이 회개하는 삶을 살지 않는다면 훗날 또 다시 오늘부터 시작되는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제반 노력들이 반복되는 악순환을 피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며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을 잘못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과거청산, 즉 우리 사는 세상에 있어서의 진상규명은 처벌과 복수가 아닌 용서와 진실규명을 통한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안고 있는 상처의 치유임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진실을 밝혀내는 일은 비록 빛을 발하거나 명성을 얻는 일은 아닐지라도 유가족과 상처받은 이들과 함께 호흡하고 그들 속에 묻혀 함께 가는 쉽진 않지만 값진 일임은 분명합니다. 더불어 많은 인력과 노력, 경제적 도움과 연대까지도 절실히 요구되는 부분인 만큼 그 어려움은 더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 오클래스들과의 끊임없는 만남을 통해 함께 묻어가는 삶의 모습을 보여주셨던 예수처럼, 작은 연대의 시작이 진실한 세상을 열어내는 척도임을 모두가 한마음으로 받아들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욕심이 작아지지 않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언제 그칠 비인지는 모르지만 묶은 과거가 말끔히 쓸려 내려간 비 갠 후의 맑은 아침을 그려봅니다. 그리하여 어제의 비구름에 대해 초연할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비 오는 거리 속에 서 있을 억울함을 향해 한 발자국 내딛습니다.


 

<정상훈·안드레아 / 천주교인권위원회>

 

 

기쁨과희망사목연구원 후원회 소식지 7월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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