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만원
Subject 동맹 잃은 대한민국, 내일의 운명은?
부시 미 대통령이 럼스필드 국방장관에게 "미군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김정일 정권을 축출할 수 있는 작전계획을 짜라"는 지시를 했습니다. 럼스필드는 이 작전계획을 완성했고, 완성된 작전계획에 따라 한강 이북에 있는 주한미군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미국의 정통한 인사가 들려준 말입니다.
저는 그에게 물었습니다. "그 작전은 언제 개시되느냐?". 그는 비밀을 지키는 범위 내에서 당연한 대답만을 했습니다. "북한이 남한을 공격했을 때 합니다". 저는 또 한번 물었습니다. "미국이 선제공격을 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미국이 선제공격을 한다는 의지는 미국의 대통령과 몇몇 참모들밖에는 알 수 없는 성격의 것입니다. 그가 알 리도 없지만 설사 안다해도 발설해서는 안 되는 극비사항입니다.
저는 또 물었습니다. "전쟁을 좋아할 사람, 이 세상에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나는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차라리 바랍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이 개입되고, 미국이 개입되면 한국이 김정일 체제로 편입되는 악몽만은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정권이 김정일과 야합하여 남한을 북한 체제에 넘겨주면서 꿈에도 그리던 통일이 왔다고 선포하면 이는 참으로 악몽입니다. 이런 경우에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요?".
그는 민주주의를 내세웠습니다. "미국은 민주주의를 수호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선거를 통해 현재의 정권을 선택했습니다. 한국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이 하는 일을 미국은 막을 수가 없습니다. 한국이 적화통일 돼도 그것이 한국정부가 선택한 일이면 미국은 막을 명분이 없습니다".
저는 이렇게 반박했습니다. "당신들은 북한 인권에 대해 어려운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당신들이 살려내려는 북한 사람들은 겨우 손가락으로 셀 수 있는 몇 사람들에 대해서입니다. 그런데 4,800만 국민이 김정일 체제로 넘어가면 베트남의 재교육캠프나 캄보디아의 킬링필드에서처럼 대량 학살이 예상되는데 그래도 남북합작의 적화통일을 그대로 바라만 보고 있겠다는 말입니까? 1995년 유고의 밀로세비치가 세르비아 인에 대한 학살을 시작하면서 인종청소를 공표했습니다. 미국이 그 때 나서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청소를 당했겠습니까? 후세인 역시 이라크인들을 마구 죽였습니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여 후세인을 제거한 것은 그래서 명분을 얻습니다. 김정일은 북한 주민을 죽이고 있습니다. 그 다음 차례는 김정일이 돼야 하는 게 아닌가요?"
이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김정일이 한국인을 죽이면 그 때에는 달라집니다. 그러나 김정일이 남한사람들을 죽이기 전까지는 미국이 아무 일도 할 수 없습니다".
저는 또 반박했습니다. "사람들이 죽임을 당해야 미국이 움직인다면 도대체 몇 사람이 죽어야 움직입니까? 움직이는 시간이 느려지면 더 많은 사람들이 죽을 게 아닙니까? 그 죽는 사람들 속에는 나와 내 가족도 있을 것입니다. 미국은 민주주의를 맹목적으로 숭상하는 나라가 아니라 과학국가요 경찰국가입니다. 과학이 무엇입니까? 예측학문입니다. 적화통일이 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죽을 것이라는 건 불을 보듯이 에측이 되는데 구태여 수많은 사람들이 죽는 것을 확인한 다음 그제서야 마지못해 나선다는 것은 인권을 무시하는 자세가 아닌가요?".
이에 대해 미국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번 주한미군의 재배치가 비록 럼스필드 장관의 작전계획과 미국의 재배치계획(GPR)에 따른 것이라 해도 만일 한국정부가 미국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주한미군의 현 배치를 조금도 변동시키지 말아달라고 단 한마디만 했어도 미국은 야박하게 대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미국이 한국인에 대해 서운하다는 말이었습니다. 저는 이어서 확인하듯이 물었습니다. "미국은 대국입니다. 분석이 명확하고 냉철하구요. 미국 제1의 적은 북한입니다. 남한이 설사 일시적으로 미국인들을 서운하게 했다 해도 그건 일부 좌익들의 행위요 좌익정권의 행위에 불과합니다. 미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북한과 남한의 일부 극좌들의 행위를 동등시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도대체 한국에서의 반미감정이 미국의 대한국 정책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쳤습니까?".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국인도 사람입니다. 냉철한 분석도 있겠지만 감정도 있습니다. 한국인, 한국정부의 반미감정은 미국의 대 한국정책에 파격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 사실입니다. 한국에 우익이 있다면 미국에 기대지 말고 좌익들과 싸워야 합니다. 미국이 간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미국이 한국 우익의 편을 들어 줄 수는 없습니다. 미국은 한국 우익들을 편드는 나라가 아닙니다. 김정일 치하로 넘어가는 것을 막는 것은 전적으로 한국인들의 몫이지 미국의 몫은 아닙니다".
그 미국인은 그의 앞에 앉아 있는 제가 죽는 것을 당연시했습니다. 제가 미국에 정치적인 망명을 요구하면 그는 아마도 애써줄지 모릅니다. 그러나 제가 망명을 요청하지 않는 한 그들은 제게도 냉담할 것입니다. 미국인들은 스스로를 돕지 않는 국민을 위해 희생하지 않습니다. 미국인들, 바보가 아닙니다. 한국인들이 옛날 그들이 베풀었던 천사 정신을 바보로 여기고 짓밟았습니다. 너무 까불었습니다.
미국이 아니었으면 오늘의 한국도 없습니다. 저는 소위 때 월남에서 미국 소령을 향해 총을 쏘아 그에게 씻을 수 없는 불명예를 안겨 주었습니다. 미국에 유학해서도 미국 장교들과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감정적인 싸움을 했던 사람입니다. 그러나 가장 존경하고 가장 믿을만한 친구들은 미국에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제가 어려울 때, 저를 피했지만 미국 친구들은 저를 감싸주었고, 제가 국방연구원에서 쫒겨났을 때 직장을 주었습니다. 한국에서 저의 신세를 많이 진 장군들은, 제가 하는 일에 돈 한푼 줄 수 없다고 합니다.
지금도 제가 미국을 가면 제 친구 교수들과 그 부인들은 맨발로 뛰어나와 저를 포옹활 것입니다. 재워달라 하면 재워주고 밥을 달라고 하면 밥을 줄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경찰에 쫒길 때 하루 밤만 재워달라고 해도 재워주는 사람 없었습니다. 저를 재워주면 불이익을 받을게 무서워서 그랬을 것입니다. 저의 논문지도교수는 키가 2m입니다. 그와 그 부인은 저를 가족으로 생각합니다. 교수와 제가 농담을 하고 흉내내기 쇼를 하면 부인은 그렇게 행복해 합니다.
저는 미국을 무조건 좋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과 많이 싸웁니다. 그러나 그 싸움은 상식의 선 안에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싸움은 상식선을 너무나 벗어나서 싸움을 할 수가 없습니다. 미국인들과 한국인들은 분명히 다릅니다. 한국인들은 남의 아이를 키우지 않지만 미국인들은 한국의 미혼모들이 낳아 버린 아이들을 집에 데려다 부모가 되어 줍니다.
외국에 나가면 누구나 애국자가 됩니다. 외롭고 서운한 것이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도 저는 미국사람들을 속속들이 알기에 그들을 좋아합니다. 저는 미국인들과 9년을 함께 생활했습니다. 미국 국방성에 취직도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미국을 증오하는 젊은이들은 미국인들을 단 한번이나마 만나 이야기라도 해보았습니까? 미국인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영어공부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미국에 관광이라도 한번 가보지 못한 우물안 개구리들일수록 미국을 싫어합니다. 이런 못난 사람들에게 정권을 내주고 그 밑에서 이러니 저러니 속상해하는 우리가 참으로 한심합니다.
미국인들은 정권을 잡은 못난이들을 멸시합니다. 못난이들에게 선거를 통해 정권을 맡겨준 한국인들도 멸시합니다. 한국인들은 미국에서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합니다. 미국에 사는 교포들은 속이 탄다고 말합니다.
사회생활을 하는데에는 빽이 참으로 필요합니다. 좋은 의미의 빽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가장 든든한 빽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북한을 보십시오. 미국을 원수로 여기니까 미국이 경제봉쇄를 합니다. 국제사회에서 따돌림을 당합니다. 미국의 등을 지면 북한 꼴이 나는 겁니다. 한국경제는 곧 무너지게 돼 있습니다. IMF 때에는 그린스펀이 여러 나라에 전화를 걸어 한국이 진 빚을 연장시켜주었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얼마나 더 당해야 정신을 차릴까요? 지금 우리 각자는 무슨 일을 해야 합니까? 무슨 일이라도 찾아내서 시작해야 하는게 아닐가요?
2004.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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