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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정체성과 역사적 정통성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는데 있어 정치권과 우리사회는 몇가지 분명한 관점을 정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먼저 국가 정체성과 역사적 정통성에 대한 정치권과 사회의 논의는 대단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그런 논의를 금기시하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는 점이다.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나라에서는, “과연 우리는 어떤 나라에서 살아왔고, 살고 있는가”라는 국가적 정체성에 관한 논의가 역사적 정통성 논의와 함께 사회적 담론의 ‘항상적(恒常的) 과제’이다. 그런 사회적 담론의 과정을 통해 국가 정체성과 역사적 정통성을 새롭게 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국가 정체성과 역사적 정통성에 관한 논의가 비록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라는 정치인에 의한 본격적인 문제제기로 급속도로 열기를 더하고 있지만, 결코 위험한 현상이 아니다. 최근 국가 정체성과 역사적 정통성을 본질적으로 흔들고 있는 사건들이 잇따라 터져나옴으로써 국민 사이에 국가와 국민간의 ‘일체성’에 대한 심각한 회의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에 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마자 열린우리당에서 색깔론으로 규정하며 과거 냉전시대 반공세력에 의한 ‘공작적 색깔론의 망령’을 연상하게 만드는 것은 옳지 않다. 국가 정체성에 관한 논의가 나올 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색깔론을 들고 나와 자유로운 토론의 입을 봉쇄하려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한나라당의 이번 문제제기는 대단히 늦었다. 야당으로서 표 계산에 발이 묶여 국가 정체성 혼란에 끼니 때우듯이 대증적으로 대응해온 것은 잘못됐다. 그럼에도 ‘사상전’으로 몰고 간다면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집권세력은 차제에 과연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갈 것인지 불안해 하는 국민에게 책임있는 답변을 해야 한다. 집권세력의 정체성에 대한 국내외의 의심과 문제제기에 대해 색깔론을 집어드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차제에 해명할 것은 해명하고 바로잡을 것은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지 이를 야권과의 정치게임으로 좁혀 인식한다면 큰 일이 닥칠 수 있다. 국가 정체성과 역사적 정통성에 대한 논의가 반드시 필요한 국가적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