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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시절의 난 뚱뚱한 시인들을 신뢰하지 못했다.
한 줄의 시를 쓰기 위해, 목숨을 태워야 하는 시인들이란 살이 찔 틈이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뚱뚱한 시인들은 향기로운 술과 부드럽고 기름진 음식으로 배를 채웠으리라는
어처구니 없는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다.
인간의 체형은 삶의 질이나 思考 영역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나에게 있어서 조선일보는 늘 "뚱뚱한 시인"처럼 인식되어져 왔다.
시를 써서 배를 채우는 일에만 매달렸기에 뚱뚱해져 버렸을......
인간의 체형이 시인의 영혼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도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나에게 있어서 조선일보는 "뚱뚱하다는 이유로 신뢰할 수 없는 시인"이다.
내가 돈을 주고 조선일보를 읽었던 기간은 딱 일 년 몇 개월이었다.
십 년쯤 전이었을 게다.
새 아파트로 이사를 가는데,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 학생 둘이 우리집 이삿짐을 날라다 주었다.
괜찮다고, 왜 이러냐고 해도 학생들은 막무가내였다.
그들은 이삿짐 센터의 고용된 인부보다 더 많은 일을......
그냥 안쓰러워서 못 견딜 정도로 열심히, 최선을 다해 이삿짐을 날랐다.
이삿짐 운반이 끝났을 때,
난 인부들에게 주는 임금보다 더 많은 금액을 그들에게 내밀었다.
그들은 내 돈을 극구사양했다.
내가 자꾸 받으라고 권하자 그들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 돈으로 조선일보를 읽어 달라고.......
내게 있어서 뚱뚱한 시인처럼 거부감을 느끼게 하고, 신뢰할 수 없었던 조선일보.
알았다고......
그러나 이 돈은 받으라고 자꾸 권유하는 내 손길을 정중하게 사양하면서
그들은 다른 집 이삿짐을 날라주러 갔다.
난 두 학생의 땀에 젖은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조선일보에 대하여 분노했다.
그렇게 조선일보를 일 년 몇 개월간 돈을 주고 구독했다.
아침마다 배달되어 오는 조선일보에 분노하면서......
어린 학생들과의 약속 때문에 안간힘을 쓰면서 버티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가 돈을 주고 읽었던 조선일보였다.
군부 독재가 판을 치던 시절이었다.
일본의 관사이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공부하신 선친께서는
부산 영주동의 텍사스 거리에서 날짜 지난 뉴욕 타임즈지를 구해서 읽으셨다.
아버지는 이 땅의 모든 신문들을 믿지 못하셨다.
H신문이 창간되고....... 난 그 신문의 열렬한 애독자가 되었다.
이 나라에 신뢰할 수 있는 신문이 생겨서 그나마 희망이 있구나.
한숨처럼 뱉어내시던 아아, 나의 아버지.
아버지의 영향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비록 돈은 내고 읽지는 않지만, 직장이나 다른 장소에서 손 뻗으면 펼칠 수 있었던 조선일보.
늘 단편적인 모습들만 훑곤했다.
난 누군가의 무덤에도 침을 뱉고 싶었으며, 그 글에도 침을 뱉으면서,
그 글을 쓴 이의 얼굴에도 침을 뱉고싶었다.
할 수만 있다면.......
그리고 전직 대통령과 같은 이름을 가진 어떤 분의 글을 읽으면서 조선일보를 저주하기도 했다.
안티조선들의 좃선일보니 죄선일보니 하는 그 비아냥에 나도 함께 깔깔거렸다.
지독한 수구세력들의 배타적인 모습.
나와 다른 것들은 무조건 빨갱이로 몰아붙이는 우익.
그리고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보수.
내게 있어서 조선일보는 늘 향기로운 술과 기름진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있는 "뚱뚱한 시인"이었다.
인간의 체형이 시인에게 있어서 삶의 본질과 영혼의 목소리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을 인정하고 나서도
나는 "조선일보"라는 뚱뚱한 시인만은 절대로 신뢰할 수 없었다.
知人의 소개로 조선닷컴의 블로그를 만들었다.
블로그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원하지 않아도 조선닷컴의 메인 화면으로 들어오게 된다.
그러다가 조금씩 다가간 조선일보.
단편적인 모습이 아닌...... 그대로의 조선일보를 만나게 되었다.
블로그를 개설한 지 며칠 지나면서, 조선닷컴 메인화면을 거치지 않고
내 블로그로 바로가는 지름길을 알게 되었지만 나는 일부로 메인화면을 지나서 들어간다.
처음에는 내 블로그로 바로 가기가 좀 미안해서 그곳을 거쳤다.
이제......
그냥 거쳐서 가고 싶기에 먼저 조선닷컴의 메인화면으로 들어선다.
그러면서 난.......
조선일보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음을 고백한다.
그렇다고 내 이념이나 사상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조선일보도 이 땅의 소외된 계층을 안타까워한다는 것을......
조선일보도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무조건 빨갱이라고 몰아부치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조선일보가 원하는 것은 내 조국의 안정과 번영이라는 것을......
무조건의 수구세력들만이 판을 치는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보수 속에서의 개혁을 원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편향된 시각으로 세상을 조각하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난 인정할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