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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좌파는 가장 후진적인 외눈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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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동 [ynin] 쪽지 캡슐

2004-10-09 ㅣ No.72400

"한국 좌파는 가장 후진적인 외눈박이"
386 골수 사회주의자→자유주의자 전향한 서강대 신지호 교수
 
입력 : 2004.10.09 10:17 14' / 수정 : 2004.10.09 14:04 24'

동아일보에 칼럼을 정기 기고하는 신지호(申志鎬ㆍ42) 서강대 교수가 요즘 지식인 사회에서 화제다. 386 골수 운동권 출신인 그는 과거 운동권 동지였던 열린우리당 386 의원들을 향해 “동지들을 속일 수 없다”며 친북좌익의 성향과 주사파적 시각이 변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이들에게 “과거 청산 자격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전향한 사회주의자’로서 우리 사회 좌파의 시대착오에 대해 메스를 가하고 있는 신 교수를 지난 10월 2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 평소 칼럼에서 386 주사파 출신 정치인들에 대해 강한 비판을 하던데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주사파의 목소리가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생각하나.

“노무현 정권을 규정하는 여러 가지 말 중 하나가 386 정권이고 17대 총선 이후 386 운동권 출신들이 대거 여의도에 입성했다. 그런데 열린우리당 386의 다수가 주사파 출신이다. 또 민노당의 다수파도 주사파 출신들이다. 주사파들은 아직 한국 정치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일반 국민에게 반미(反美)ㆍ친북(親北)의 바람을 일으키는 진원지이다. 한국 정치가 제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 주사파 문제를 제대로 검증하고 극복해 나가야 한다. 이 사람들이 과거 어떤 사람들이었고, 지금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으며, 한국을 앞으로 어디로 끌고 가려는지가 명확해져야 국민의 정치적 선택도 분명해질 수 있다.”

- 386 주사파 출신 정치인들이 아직 친북 성향이라고 단정했던데 이들이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 과거와 다름이 없다는 얘기인가.

“물론 주사파도 다양하게 분화됐다. 민노당 주사파 출신들은 거의 변함이 없는 반면 열린우리당 주사파 출신들은 김일성 체제를 찬양하고 신봉했던 데서 이제는 북한을 감싸고 이해하는 식으로 변했다. 이들은 북한의 문제점에 대해 애써 외면하거나 침묵을 한다. 이런 변화도 제대로 된 자기 반성을 통한 게 아니라 북한 체제의 문제점이 만천하에 폭로되면서 어쩔 수 없이 이뤄진 것이다. 이들은 아직도 북한에 대해서는 외눈박이들이다.”

- 386 주사파 출신 정치인들이 과거 자신들의 오류에 대한 반성과 고백이 필요하다는 입장인가.

“그렇다. 주사파는 기본적으로 민족사의 정통성이 대한민국에 있는 게 아니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에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어떻게 대한민국 국회의원 배지를 달 수 있나. 그들이 자신의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번이라고 밝힌 적이 있나.”

- 386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이 주사파적 시각이 아니라 통일의 염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일반적 정서를 앞장서 대변하고 있다고는 보지 않나.

“그런 측면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민족이나 통일 지상주의로는 그들의 태도가 설명이 안된다. 친(親) 김정일 노선을 걷는 것과 민족ㆍ통일지상주의가 일치할 이유가 없다.”

신 교수는 주사파 출신 정치인들을 비롯해 현 정권에 참여한 이른바 진보적 지식인들은 ‘자아분열증 환자’라는 주장도 폈다.

“이 사람들은 세계사적으로 검증된 선(先) 산업화, 후(後) 민주화 노선이 옳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사람들이다.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주장을 펴면서 산업화와 경제 발전을 경시한다. 하지만 이 사람들에게 북한 인권 문제를 물어보면 인권 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게 생존권이라며 ‘북한도 일단 먹고 살아야 하는 게 아닌가. 민주주의 인권은 나중에 해도 되지 않느냐’는 논리를 편다. 과거 우리의 권위주의 정권에 적용했던 논리와 북한 전체주의 정권에 적용하는 논리가 180도 모순이다.”

“한국 좌파는 수구 맹동적”

- 주사파를 포함한 우리나라 좌파들의 문제점이 뭔가.

“한국의 좌파는 선진국과 비교하면 가장 후진적인 좌파다. 한국의 좌파는 크게 세 덩어리로 분류가 가능하다고 본다. 하나는 주사파이고 또 다른 하나는 민노당 내의 과거 PD계열이다. 또 하나가 주사파나 PD계열을 극복하고자 하는 포스트 막시즘 등 서유럽풍의 세련된 좌파이다. 이런 세련된 좌파가 대표주자가 되면 그래도 괜찮을 수 있다. 독일의 사민당 같은 정당은 과거 소비에트식 사회주의와 치열하게 투쟁한 역사를 갖고 있다. 하지만 우리 좌파 진영에서는 아직도 주사파가 가장 영향력이 크다. 성숙된 좌파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수구적 맹동적 좌파다.”

신 교수는 주사파에 대해 “고쳐서 새로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100% 폐기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최악의 전체주의인 김일성ㆍ김정일 체제를 지탱하는 주사파가 사회주의 내에서도 가장 문제가 많은 사회주의였으며 북한의 실패가 곧 주사파의 실패”라는 것이다.

- 노무현 정권을 평소 좌파 정권이라고 지칭하던데 현 정권 인사들은 좌파 정권이라는 평가에 반발하고 있고 사실 구체적 정책들을 봐도 좌파라는 평가는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많다.

“과거 PD계열은 주사파들에게 개량주의자라고 비판했다. 노동자 계급을 위한 혁명노선을 걷지 않고 자본주의와 적당히 타협하면서 오로지 미 제국주의 반대투쟁만 한다는 것이다. 지금 노무현 정권의 정체성을 보면 그때 구도와 비슷하다. 시장친화적인 주장을 펴는 일부 386 출신 의원들을 보더라도 경제 정책은 우로, 사회ㆍ문화적인 것은 좌로 가져가겠다는 태도다. 이들에게 결정적으로 빠진 것은 통일ㆍ외교ㆍ안보 문제를 어떻게 하겠느냐는 점이다. 이제까지 노무현 정권의 방향을 보면 반미는 아니라고 해도 탈미(脫美)는 분명하다.”

- 현 정권의 정책이 과거 주사파의 전략과 비슷하다는 얘기인가.

“구도가 닮았다. 현 정권은 시장경제 마인드를 갖고 있는데 왜 우리가 좌파냐며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시장을 조금 중시하는 마인드를 보여준다고 좌파 혐의를 벗을 수 없다. 경제 정책은 기본적으로 시장이 작동하기 때문에 정부가 좌지우지할 단계를 넘어섰다. 정책에서 일정한 편향이 나오면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이를 조정해 나간다. 하지만 안보ㆍ외교ㆍ통일 문제에는 시장과 같은 역할을 하는 조정자가 없다. 국민에게 이 부분에서 확고한 믿음을 주지 못하면서 시장이 감시하는 경제 정책에서 약간의 우파적 경향을 보인다고 좌파의 이미지를 벗을 수 없다. 노무현 정권은 주사파의 영향력이 강하게 작용하는 좌파 정권이다.”

유시민씨 권위·전체주의 차이 몰라

- 좌파 진영이 지금도 ‘박정희보다 김일성이 낫다’는 식의 사고를 한다고 보나.

“과거에는 박정희·전두환이 싫고 김일성을 좋아한다고 내놓고 얘기했지만 지금은 조금 변했다. 지금 좌파의 멘탈리티는 김일성보다는 박정희가 싫다는 쪽이다. 과거 유시민 의원이 한 신문 칼럼에 ‘유신 5공의 체육관 민주주의나 김일성에게 100% 찬성표를 던지는 북한의 인민민주주의나 오십 보 백 보다’라는 글을 쓴 걸 기억한다. 유시민 의원은 운동권 내에서 우파라는 평가를 받았고 주사파 출신이 아니다. 이런 사람조차 과거 개발독재는 우파 독재였고, 저쪽은 좌파 독재였는데 뭐가 다르냐는 위험한 논리를 편다. 이는 권위주의 체제와 전체주의 체제의 차이점을 전혀 모르는 한심한 얘기다. 과거 문화혁명 시기의 중국이 전체주의였다면 지금은 권위주의 체제다. 이 차이를 중국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하늘과 땅 차이다.”

신 교수는 한국의 현 정치 지형을 ‘시대착오적인 20세기 수구 연합’이라고 규정했다. 북한과 운명을 같이 할 열린우리당의 수구 좌파 세력과 아직도 정신을 못차린 한나라당의 수구 보수 세력, 그리고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는 민노당의 반동 좌파 세력이 우리 정치의 중심 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한국 정치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수구 보수를 대신할 혁신 보수가 등장하는 보수혁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박정희 시대를 역사적으로 평가할 수는 있지만 지금 박정희식 모델로는 절대로 2만달러 시대를 열 수 없다. 지금은 작은 정부와 민간의 활력을 중시하는 자유주의 모델로 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신조도 내용도 없이 기득권에만 집착하는 보수가 아니라 철학과 영혼이 있는 배고픈 보수가 필요하다. 이런 보수 혁명이 일어나 우파로의 정권 교체가 이뤄진 다음에라야 우리 사회 좌파도 진정한 변신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신지호 교수는?

서울 출생으로 경기고와 연세대(경제학과 81학번)를 나온 신지호 교수는 대학 시절 사회주의에 심취해 골수 운동권의 길을 걸었다. 1992년 자유주의자로의 ‘전향’을 공식 선언하기까지 그가 활동한 공간은 1987년 결성된 인민노련(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 1991년 사회주의노동당 창당 준비위원회로까지 발전한 이 노동 운동권 조직에서 그는 울산 지역 책임자를 지냈다. 민주노동당의 노회찬, 조승수 의원이 과거 같은 조직에서 활동했던 ‘동지’들. 그는 “10년간 골수 사회주의자로 활동했지만 주사파는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는 1992년 ‘고백’ ‘아직도 혁명을 꿈꾸는가’라는 두 편의 글을 발표하면서 사회주의 포기를 공식선언했다. 그는 “당시 소비에트 연방의 몰락을 지켜보면서 평소 쌓여왔던 마르크스 이론에 대한 회의가 전향의 배경이었다”고 말했다.

‘사회주의’와 ‘민중’ 대신 ‘개량주의’와 ‘시민’을 택한 그는 이후 경실련에서 1년 반 정도 시민운동을 하다 일본 게이오(慶應)대학에 유학, 북한과 동북아 국제질서를 연구해 박사 학위(국제정치학)를 받았다. 이후 삼성경제연구소와 한국개발원(KDI) 연구원을 거쳐 현재 서강대학교에서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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