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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정착되었는지를 가늠하는데 있어 동원되는 두 가지 보편적인 척도는 정당활동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이다. 정당활동이 보장되어야만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가능하고, 언론자유가 훼손되지 않아야만 국민이 자유롭게 정치적 견해를 형성해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주주의를 향한 인류의 발걸음은 공정한 선거와 언론자유를 위한 투쟁이었다. 열린우리당이 15일 발표한 ‘신문 등의 기능보장 및 독자의 권익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기본적으로 이들 ‘움직일 수 없는’ 민주주의의 대원칙을 거스르고 있다. 언론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훼손함으로써 인위적으로 여론시장의 형성과정을 왜곡시킬 수 있고, 궁극적으로 자유롭고 공정한 정치참여를 어렵게 만들게 되는 내용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여당의 ‘신문관련 법안’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법’이라는 이름으로 언론의 생명인 정권에 대한 비판의 자유를 억제하려는 도구로 이용될 소지가 많다는 사실이다. 제16조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바로 비판 언론사에 대한 규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단일 신문사의 시장점유율을 30%이내로 제한하고, 3개사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60%이상인 경우엔 공정거래법에 준한 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해 제재한다는 것이다. 만약 이 조항이 친여적 논조를 보여온 방송과 일부 인터넷 매체에 해당된다면 이같은 지적과 분석은 억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방송과 인터넷 매체는 빠져 있다. 유독 비판신문에만 이 조항이 해당되는 것이 명약관화하다는 점에서 이는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공평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이런 사실을 정권이 모르고 있을 리가 없을 것이다. 여당의 이번 법안엔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내재되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는 첫번째 이유다.
신문시장이라고 해서 ‘시장 민주주의’에서 제외될 수는 없다. 신문시장에 권력이 법의 이름으로 개입하는 것은 반시장적이다. 위헌적인 발상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신문사간의 과당경쟁으로 인한 신문시장의 왜곡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 점을 인정한다 해도 독자의 신문선택권, 말하자면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의 알권리를 포함한 ‘사유(思惟)의 자유’는 어떤 경우에도 침해되어서는 안된다. 신문시장에 대한 인위적 조정으로 인해 여론시장이 왜곡되면 올바른 여론형성이 어려워져 민주주의 자체가 중대한 위기에 빠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결과적으로 신문 전체의 비판기능이 상실돼 언론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추락하고 마침내 신문시장이 황폐화의 길을 걷게 될 것임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신문경영에 대한 통제를 통해 언론에 대한 정권의 장악의도를 숨기지 않은 점이다. 제15조 ‘자료의 신고’ 조항은 신문사가 발행부수에서부터 구독료, 광고료, 재무제표를 비롯해 주식 소유 내역 및 사원의 개인별 내역에 이르기까지 문화관광부장관에게 보고하도록 했다. 1980년 5공 정권 때 도입됐다가 87년 민주화와 함께 삭제된 조항의 사실상 부활이다. 언론을 정권의 사유물로 인식했던 5공 전제정권이 전가의 보도로 썼던 바로 그 무기를 참여정권이 ‘복사’하고 있는 것은 서글프기까지 하다. 독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에서 신문사에 ‘독자권익위원회’를 만들고, 편집권을 보장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편집위원회’를 만들겠다는 구도도 사실 언론에 대한 외부개입을 통해 권력이 언론을 좌지우지하려는 정치적 저의의 한 단면임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현 정권이 민주주의의 대원칙이라는 정도(正道)에 입각해 언론정책을 펴주기를 촉구한다. 다시한번 원론을 강조하건대, 언론자유는 ‘민주주의의 생명선’이다. 언론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훼손하는 정부는 어떤 경우든 민주주의 정권이 아니다. 이성적인 접근 자세로 돌아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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