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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하나식 접수할모양이군-언론,사학 친일재산 줄줄이 결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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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동 [ynin] 쪽지 캡슐

2004-10-16 ㅣ No.72880

공공성 허울쓴 ‘사학 惡法’
열린우리당이 확정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교육의 공공성을 보장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있지만 실상은 한 나라의 학교 교육을 특정 이념 세력에게 완전히 넘겨주겠다고 나서는 것으로, 천번만번 부당할 뿐더러 헌법과 민법이 구현하고 있는 사적자치(私的自治) 원칙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위헌적인 발상이기도 하다.

개정안은 사립학교 재단이사회에 개방이사회제를 도입하고 학교운영위원회를 심의기구화하며, 이 위원회가 이사회 이사의 3분의 1 및 인사위원회 위원의 3분의 1을 임명토록 하는 등 학교 운영에 직접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말이 참여지 사실은 이 운영위원회가 학교 운영을 좌지우지하게 될 것이고, 사학재단은 껍데기만 남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금도 정부의 과다한 규제로 정체성을 상실한 사학은 완전히 말살되고 말 것이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사학의 재산권과 자치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또한 교육을 받을 국민의 헌법적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기도 하다. 헌법상 교육을 받을 권리란 교육에 대한 선택권도 포함하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는 ‘공공성’이란 주문(呪文)을 내세우고 신문·방송·교육 등 모든 것을 획일화하려는 위험한 사고방식이 판을 치고 있다. 하지만 교육이든 신문이든 중요한 것은 실수요자의 선택권이다. 실수요자가 학교를 선택을 할 수 있으면 경쟁이 생기고, 경쟁이 있으면 공급자들은 좋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며, 그러면 자연히 교육의 수준이 높아져 국가 사회에 기여하게 된다. 반면 ‘공공성’이란 명분을 내걸고 선택과 경쟁을 없애 버리면 교육 서비스가 나빠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너나없이 해외유학에 나서는 이유 가운데 하나도 우리나라 교육 소비자들은 선택권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공립학교’라는 용어도 말장난이기는 마찬가지다. ‘공립학교’는 공공이 운영하는 학교이며 따라서 공공성이 큰 학교인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그것은 알량한 눈속임이다. 밀튼 프리드먼이 지적하듯이 ‘공립학교’는 ‘정부가 소유하고 운영하는 학교’에 불과하며, 정부가 운영하는 학교란 관료주의와 비능률, 그리고 무책임에 물들기 마련이다. 게다가 교원들이 노조까지 만들었으니 능력이 부족한 교원에 대해서도 정년을 보장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소비자의 선택과 자주성이 주어지는 사립학교에선 이런 교원이 설 땅이 상대적으로 좁다. 사립학교 운영자는 소비자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걸핏 하면 사립학교에 비리가 많으니 재정이 취약하니 뭐니 하지만 우리나라 사립학교를 이렇게 만든 것은 정부가 ‘공공성’이란 주문(呪文)을 내세워서 사학의 자주성을 말살했기 때문이다. 사학을 정상화시키려면 자주성을 회복시키면 될 일인데, 이제는 ‘공공성’을 강화한다면서 사립학교를 특정 세력에게 통째로 넘겨 버릴 판국이다.

더구나 우리 국민은 교육세라는 이름의 막대한 세금을 울며 겨자 먹기로 내고 있다. 이제는 정말 교육세를 왜 내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정부가 사립학교에 보조하는 재정을 교육 실수요자에게 돌려주고, 그 실수요자가 학교를 선택하도록 하면 사학이 정상화될 것이다. 공정한 시장에서 공립학교는 사립학교와 경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련의 항공기 제조사가 미국의 보잉과 경쟁할 수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미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유럽 각국에서도 공립학교에 자주성을 부여하고 사립학교와 경쟁을 하도록 하는, 책임경영제를 도입하고 있지 않은가.

개정법안이 우리 교원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도 고려할 점이다. 교원이란 직업은 교육자라는 신분 때문에 어느 정도 특별한 신분보장이 필요한데, 우리는 그것을 흔히 ‘교권’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교권’이라는 용어가 있는 것은 바로 교원은 가르치는 일에 전념해야 하며, 가르치는 데 전념하는 교원은 신분이 취약하기 때문에 법으로 교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교원들이 거대한 노조를 만들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것도 모자라 교원들이 학교를 접수해서 운영하게 된다면 교권은 더 이상 보호할 필요도 가치도 없다. 하지만 교권이 사라지면 교육도 사라지는 법이다.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만고(萬古)에 없는 악법이다.

이상돈 / 중앙대 법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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