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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현실이 지켜보기에 민망할 정도다. 세계경제포럼(WEF)이 국가경쟁력을 전년에 비해 무려 11단계나 추락시킨 것이 며칠전인데, 이번에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마저 아시아 경쟁국 가운데 최하위권이라는 보도가 나와 또다시 우리를 절망케 한다. 정부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 5%를 놓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중 높은 수준이라며 자랑한 것도 결과적으로 아시아 경쟁국들과의 상대적 비교는 외면한채 절대 수치만 갖고 여론을 호도해온 셈이다.
한국은행 15일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2·4분기 성장률이 5.5%를 기록하는 동안 싱가포르는 12.5%, 홍콩은 12.1%로 우리보다 2배 이상 호조를 보였다. 대만 역시 7.7%나 됐으며 우리 보다 한 단계 아래인 인도와 중국도 7.4%와 9.6%를 기록했다. 인도네시아를 빼고나면 한국이 아시아 최하위 수준이다. 이같은 추세는 지난 1·4분기에도 똑같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아시아 주요국들의 올해와 내년도 성장률을 상향조정하면서 유독 한국만 하향조정한 것은 결코 독단적 판단이 아니었음을 입증해주는 것이다. IMF는 얼마전만 해도 한국경제를 낙관하고 있었다. 일본이 제대로 손을 대지 못하던 금융부문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장기 성장전망 역시 일본보다 훨씬 좋아 높은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돼버렸나. 왜 한국경제만 외톨이가 됐나. 다른 아시아국들은 수출 호조가 즉각 내수로 반영된다는데 한국만 수출과 내수가 단절된 채 침체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경제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는지 “대규모 건설사업을 포함한 한국판 ‘뉴딜정책’을 늦어도 12월엔 발표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통해 내년도 성장률을 4%대에서 5%대로 끌어올려 보겠다는 각오일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재정투입은 올 상반기에도 실시됐으나 효과는 그때뿐, 하반기에 다시 침체로 접어들었다. 게다가 재정적자 급증 추세로 정부의 자금조달 능력도 점차 한계가 드러나는 실정이다. 성장률을 1% 끌어올리는데 약 8조~10조원의 재정투입이 필요하다고 한다. 지난 8월에는 금융정책까지 동원, 금리를 전격적으로 인하했음에도 투자는 꿈쩍도 하지않았다.
이 모든 현상들은 정부의 해명과 달리 한국경제가 경제 외적인 덫에 걸려 있음을 시사해주고 있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이에 대해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을 지적하고 있다. 그 결과 기업투자나 소비심리는 미동도 하지않는 판에 국가부채만 날로 증가할 뿐이고 경제고통지수는 매번 최고치를 경신하는 것이다. 정부는 질병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부터 다시 점검해야 한다. 현재의 최하위권 성장률이 경제사회의 활력을 소진시켜나가는 암울한 상황을 더이상 방치할 수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