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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질서 흔들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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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동 [ynin] 쪽지 캡슐

2004-10-21 ㅣ No.73216

헌법질서 흔들지 마라
국정감사장에서 검찰총장은 여당의 국가보안법을 대체할 형법 개정안에 대해 국가의 안전 보장을 위해서는 미흡하다고 지적하면서 국가 안보를 위한 안보형사법 체계가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는 남북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특정한 목적을 위해 한시적으로 제정된 국가보안법이란 특별법의 내용을 일반법인 형법으로 흡수·대체하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즉, 형법이 국보법 내용의 일부분을 흡수함으로써 특별법적 기능을 갖게 된다면 형사법 체계의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으며, 다른 한편에서는 형법의 보안법화로 인해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국보법에 대해서 그동안 우리 사회에는 존속 내지 개정하자는 주장과 완전폐지 또는 폐지 후 대체입법 내지 형법으로 보완하자는 주장이 대립했다. 그렇지만 문제는 이런 주장들이 국보법의 존속 여부에 대해 헌법적으로 명확한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국보법의 존폐 논의에 있어서 핵심은 국가 안보와 북한의 지위에 대한 문제이다. 북한의 국가성은 국제법상의 논리에도 불구하고 우리 헌법 질서에서 인정될 수 없다. 우리 법 체계에서 북한은 결코 외국이 아니며 적국도 아닌 한반도인 우리 영토의 일부를 점거하고 있는 반국가단체일 뿐이다. 이 점에서 형법의 국보법 흡수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물론 국보법이 폐지된다고 하여 국가 안보에 당장 위험이 발생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국보법이 북한을 대상으로 제정된 법이고 그 법의 목적이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안전 및 생명을 지키는 것이라고 했을 때, 단순히 형법 몇몇 조항을 개정하는 것만으로 대체될 수 있다고 보기에는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 한반도의 현실이 남북의 활발한 교류로 과거보다 훨씬 개선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휴전선을 두고 양측은 대치하고 있다. 이렇게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안보에 관한 특별법을 무조건 폐지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며 평화가 완전히 정착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국보법에 있어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인권 침해의 문제는 해결돼야 할 부분이다. 과거 국보법이 정권에 의해 악용되고 인권 침해의 요소가 많았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국보법이 남북이 대치하는 현실 속에서 나름대로 역할을 수행해 왔고, 과거처럼 사법 당국이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함부로 적용하리라 보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법의 오·남용 때문에 법의 존립 근거 자체를 부정하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다.

그러나 국보법의 존폐에 대한 논의는 지금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여당은 어제 국보법 폐지법안과 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이에 대해 야당은 국보법 개정안을 제출하겠다고 선언했다. 17대 국회가 개원한 후 사회적으로 극심한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갈등을 야기했던 국보법의 운명은 이제 입법자의 손에 의해 결정되는 절차에 들어갔다. 그렇지만 법의 제·개정과 폐지의 문제가 입법자의 권한이라 해도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입법부는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는 의무를 갖고 있다.

국보법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도 이런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안전과 생명 보호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를 갖고 있는 국익이기 때문이다. 국보법의 운명은 결코 국민의 여론이나 시대의 흐름에 의해 정해져서는 안 되고, 국가의 최고 규범인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질서에 합치되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 국회는 이제 무엇이 국가와 국민의 이익이 되는지 판단해야 한다.

김상겸 / 동국대 헌법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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