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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0월 21일 헌법재판소는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에 대한 위헌 확인을 통해 합리적 민주주의를 위한 새로운 역사적 획을 그었다. 우선 정치적으로 잘못 비화돼 뜨겁게 달아오른 주제에 대해 8 대 1이라고 하는 절대다수로써 위헌결정을 한 것도 놀랍지만 그 중 7명이라고 하는 절대다수의 재판관이 불문헌법을 이유로 한 헌법 제130조에 규정된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투표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한 것도 대단히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대한민국헌법’이라고 하는 조문화된 성문헌법 규정에 대한민국의 모든 헌법적 규범들을 조문화하여 나열할 수는 없다. 민주주의의 선진국인 영국은 아예 성문화된 ‘헌법’이라는 것이 없고 미국도 수정헌법 14개 조문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단군을 시조로 한 배달민족으로 매년 10월 3일을 국경일인 개천절로 삼고 있다. 그러나 헌법조문에는 단군도 고조선도 또 그 후의 삼국시대와 발해·고려·조선도 나타나지 않는다. 만약 우리의 최초 임금을 단순한 법률로써 단군이 아닌 중국의 요 임금으로 변경한다면 온 나라 온 민족이 들고 일어날 일이 아닌가. 그러니 만치 대한민국의 기원이 단군이 건국한 조선이라는 것은 헌법 조문에는 없지만 불문헌법 사항이다.
또 있다. 우리 민족은 한국말을 사용한다. 만약 대한민국의 공식 언어로 한국말이 아닌 다른 나라 말을 채택하려 한다면 온 나라 온 민족이 가만히 있겠는가. 한국말이 대한민국의 공식 언어라는 것은 헌법 조문에는 없으나 그것 역시 구태여 조문화할 필요성이 없기 때문에 조문화하지 않았을 뿐인 불문헌법 사항이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그 우수성을 자랑하고 있는 세종대왕께서 창제하신 한글 역시 대한민국의 공식언어의 표기문자로서 불문헌법에 속한다. 단순한 법률로써 다수가 찬성표를 던졌다고 하여 국민의 다수가 반대하는 데도 불구하고 한국어를 한글이 아닌 알파벳으로 표기하려 한다면 그것이 국민의 법 감정에 용납이 되겠는가. 전 세계 85개국 헌법이 헌법 조문에서 수도를 명시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600년 전통을 이어온 것으로 서울의 수도로서의 계속성은 일제시대에도 계속되었고 부산 피란 시절에도 계속되었다. 대한민국헌법의 조문이 수도를 서울로 명시하지 않은 것은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라는 것이 너무도 자명한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수도 서울을 확정적으로 다른 곳으로 옮기려 한다면 마땅히 새로이 수도 규정을 헌법에 산입하여야 한다. 만약 의회나 행정부가 이러한 헌법적 문제를 헌법적으로 해결하지 않을 때에는 국민이 헌법소원을 통해 헌법재판소를 동원,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헌법을 수호하고 정치적 갈등을 사법적 절차에 따라 이성적으로 해결하여 정치적 평화를 유지하는 헌법재판소의 사명이기도 하다.
오늘날은 의회만이 국민주권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았던 200년 전의 의회주권 지상주의의 시대도 아니고 기술관료들이 복지국가를 보장하는 것으로 기대했었던 행정권 주도의 시대도 아니다. 지금은 민주주의의 운영을 행정부나 의회에만 맡겨 놓지 않고 헌법에 위반되는 공권력 행사로 인하여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생각할 때는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 헌법재판소를 동원하여 권력의 민주화를 도모할 수 있는 지속적 통제 민주주의의 시대이다.
행여, 국민의 국민을 위한 직접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매우 유효한 도구인 헌법재판소에 대해 폄훼하는, 그리하여 국민주권을 약화시키는 이성적이지 못한 우를 범하는 감정적 대응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광윤 / 성균관대 헌법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