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까지 신용불량자 신세이던 제가 저축상을 받으리라곤 상상도 못 했습니다.”
서울 안암동 고려대 앞 ‘영철버거’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이영철씨(36)가 오는 26일 제41회 저축의 날 기념식에서 ‘국민포장’을 수상한다.
2000년 가을부터 고대 앞에서 ‘영철 street 버거’를 운영하고 있는 이씨는 그 전까지는 3천만원이 넘는 카드빚에 허덕이던 신용불량자였다. 특별한 배움이 없어 공사판을 전전하던 그에게 남는 것은 빚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대로 인생낙오자가 될 수는 없다”고 마음먹었지만 수중에 남은 돈은 2만2천원. 그는 이 돈을 밑천으로 햄버거를 직접 만들어 리어카에서 팔기 시작했다. 가격은 단돈 1,000원. 하지만 재료와 정성은 아끼지 않았다. ‘영철버거’는 순식간에 고대생들 사이에 맛과 영양 및 가격에서 입소문이 났고 하루에 2,000개가 넘게 팔리는 명물이 됐다. 그 덕에 이씨는 이젠 고대 앞에 점포와 지점까지 거느린 사장님이 됐다. 그러나 돈이 들어오면 그 즉시 은행으로 향한다는 원칙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5개의 통장을 갖고 있는 이씨는 “지금도 하루에 몇 차례씩 은행에 간다”며 “통장에 찍혀 나오는 금액을 확인할 때마다 뿌듯해지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자린고비’는 아니다. 고대생들 사이에선 이씨의 선행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한 재소자가 ‘시력을 잃을 위기에 처했으니 도와달라’는 편지를 보내오자 곧바로 1백만원을 부쳐줬다. 형편이 어려워 공부에 필요한 노트북 컴퓨터를 살 수 없다는 한 고대생의 하소연에 직접 노트북을 사주기도 했다. 고대 대학원생 고영씨(28)는 “영철형이 남몰래 도와준 고대생만 해도 100명은 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고대 어윤대 총장도 이씨의 선행을 전해 듣고 지난 추석때 고대 개교 100주년 기념물인 프랑스산 고급 와인 ‘라 카르돈(La Cardonne) 2000년’을 감사의 표시로 보냈을 정도다.
이씨는 “내가 도와준 학생들이 나중에 불우한 이웃들을 도와 ‘함께 사는 사회’에 일조하면 그것으로 만족한다”며 밝게 웃었다.
〈선근형기자 ssu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