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 올해의 저축왕 최상길씨
소아마비·언어장애 불구
10대때부터 행상 전전
날마다 1천원이상 저금
봉사단체 후원 나눔실천
“열심히 저축한 돈으로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조금이나마 도와줄 때 정말 사는 맛을 느낍니다.” 26일 올해의 저축왕으로 뽑혀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은 최상길(39)씨는 선천적으로 소아마비와 함께 언어장애를 지니고 있다. 그를 잘 아는 사람이 도와주지 않으면 마음속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무척 행복해 보였다.
최씨는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손수레 행상을 하고 있다. 평소에는 주로 어린이 장난감을 싣고 다니며 장사를 하다가, 운동회가 열리면 음료수 장수, 졸업식이나 성묘객이 모이는 곳에서는 꽃장수 등으로 변신한다.
그의 인생 행로는 14살 때 지금 살고 있는 의정부에 정착하면서부터 시작됐다. 학력은 초등학교 중퇴가 전부다. 어린 시절 늘 집에만 있는 것이 무료해 집 근처 성당에서 장난감을 팔기 시작한 것이 행상의 길로 접어든 계기가 됐다.
“그때부터 안해본 일 없이 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덤벼들었습니다.” 처음 장사를 시작할 때는 행상들의 텃세 때문에 종종 두들겨 맞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도 최씨는 장사 초기부터 매일 1천원 이상씩 저축을 했다. 당장 살아가는 것도 문제였지만, 장래를 위해서는 저축밖에 길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씨의 아버지도 시내버스 토큰 판매대를 임차해 장사를 하면서 아들과 함께 한두푼씩 돈을 모아나갔다.
그 결과 조그만 집을 한채 마련하고 생활도 조금씩 안정되면서 최씨는 사회봉사활동에 눈을 돌렸다. 10여년 전, 어릴 적 다니던 성당의 노인회 행사 때마다 참석해 모은 돈을 조금씩 내놓은 것이 봉사활동의 시작이었다. 지금은 시각장애단체 등 7개 봉사단체에 매월 조금씩 후원금을 보내고 있다. 불우이웃돕기 바자회 등 성당의 각종 행사에서는 도우미 노릇도 마다지 않고 열심이다.
그러나 최씨의 생활은 지금도 여전히 어렵다. 올해로 일흔인 부모님을 모셔야 하는데다, 누나가 지병 때문에 치료를 계속하고 있고, 분가한 형의 아들마저 다리가 불편해 최씨가 매달 치료비를 지원해야 하는 처지다. 그렇지만 최씨는 그동안 저축으로 모은 돈이 어느 정도 있는만큼 앞으로도 사회봉사활동을 멈추지 않을 계획이다.
최씨의 ‘통역사’ 구실을 한 의정부 신우신협 김종국 상무는 “최씨는 열심히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우리에게 보여주는 살아 있는 표본”이라고 말했다.
“언어·신체장애를 안고 태어나 몸은 남들보다 뒤처졌지만 마음만은 항상 부자처럼 살았습니다. 장애라는 굴레 속에 머물렀다면 정말 암울했겠지만 미약하나마 제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면 더욱 많이 나누고 더욱 더불어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최씨는 이날 받은 훈장을 매만지며 활짝 웃어 보였다.
강세준 기자 skang@hani.co.kr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