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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봉사활동으로 시간을 뺏길 수는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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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과희망사목연구원 [gaudium95] 쪽지 캡슐

2004-11-01 ㅣ No.73898

(또하나의 생각) - 학생이 봉사활동으로 시간을 뺏길 수는 없지요?

 

  지난 해 여름에 고2 재학중인 둘째가 소록도엘 며칠 다녀왔다. 한센병을 앓고 있는 환우들과 함께 지내는 봉사자로서였다. 보낼 때는 어린것에게 너무 험한(?) 봉사를 시키는 것이 아닌가하는 부모된 염려가 없지 않았으나, 도착 후 "엄마! 잘 도착했어요! 이젠 전화기 끌게요"라는 인사 후 집에 오기까지 한껏 봉사하고 배우고 오길 기도드리는 것 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랬던 둘째가 일년이 지난, 지난 여름에 또 소록도엘 가겠단다. 그러나 나빠진 경제로 고정 봉사자가 늘면서 딸애 같은 수시 봉사자를 더 받아들일 수가 없단다. 그러던 중 아내와 함께 활동하고 있는 공동체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급식, 재취업 알선 그리고 진료 등의 나눔활동을 몸소 실천하며 지도하고 계시는 수녀님의 도움으로 중증장애인 보호시설을 소개받았다.


  이번에는 언니와 엄마까지 대동하고는 그곳까지 데려다주겠다는 나에게 "중증장애인 보호시설에 봉사하러 감에 걸맞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빠 감사합니다" 하며 머쓱함을 안겨주기까지 했다.

 

  무의탁 노인들을 위한 양로원, 심한 소아마비,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어린이 그리고 지진아들과 온갖 말못할 중증장애인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는 장애인 복지시설을 수녀님들이 운영하고 있었다.

 

  저녁에 하루종일을 일했을 아내와 두 아이가 궁금해 그곳에 들른 나는 선뜻 그들에게 다가갈 수도 없었고 아내가 건네준 장애아를 품에 안기는 했지만 어찌할 줄을 몰랐다. 그러나 이미 세 사람은 아무 스스럼없는 천사가 되어있음을 알 수 있었다.

 

  봉사자 가정에서의 '홈스테이(homestay)'를 권하는 수녀님들의 말씀에 좋지않은 엄마 건강을 염려해서 애들이 눈치를 보는데, 나와 아내가 "경험은 없지만 함께 생활해 보자"고 하니 아이들의 걱정스런 표정이 역력했다.

 

  장애인 교실에 올라가 간단한 교육을 받고 휠체어에 앉아 있는 아홉 살 장애여아를 데리고 나오는데 수녀님들께서 많은 걱정과 위로를 함께 해주신다. 집에 도착하자 아내는 아이에게 정성을 쏟으며 "엄마"로서 마음을 열고 다가가 사랑을 주니 표정이 밝아지고 웃음소리가 커지며 굳었던 무릎과 손이 하루가 지나면서 조금씩 부드러워 짐을 알 수 있었다.

 

  출근했던 내가 짬을 내어 집에 전화하니 아내가 "아빠다"하며 전화를 바꿔주었다. 변변한 통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는데도 아이가 그렇게 반가워하며 탄성을 지르고 안면에 혈색이 돌며 휠체어가 넘어질듯이 방바닥을 구르더란다.

 

  아이들은 고2, 고3이라는 긴박한(?) 상황임에도 목욕시키고 대소변을 도와주는 등 친혈육과 다름없는 사랑을 느끼고 있었다. 이렇게 나흘을 지내고 닷새 째 되는 날 아이를 시설에 되돌려 보내며 우리 모두는 어느덧 눈물을 훔치게 변화되어 있었다. 나만의, 내 가족만의 삶이 아닌 이웃과 함께하는 짧은 기간의 삶을 통하여 벌써 마음의 담을 허물어 트렸음을 느꼈다. 이렇게 해서 추석 연휴에 다시 녀석을 데려와 며칠을 지냈고 책 보기, 글 쓰기 등에도 느리지만 진전을 보여 우리를 더욱 기쁘게 했다. 우리 가족 모두 이를 계기로 더 많은 사랑의 손길을 약속한다.

 

  학생이 봉사활동으로 시간을 빼앗길 수 없다는 이유로 하지도 않은 봉사활동 확인서를 제출하는 경우가 있는지, 큰애가 이에 대한 불평을 하자 아내가 "우리에게는 진리를 보여 주시는 주님이 계시니 염려 말라"고 위로한다.
 

  요한복음 10장 26절 - 27절에 "너희는 내 양이 아니기 때문에 나를 믿지 않는다. 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다. 나는 내 양들을 알고 그들은 나를 따라 온다. 나는 그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준다"고 하였다. 
 

  주님께서는 온 세상 누구에게나 따뜻한 생명의 피를 주셨으며 더 뜨거운 가슴 또한, 우리에게 주셨다.

 

<윤화중·요셉 / 예수사랑 공동체 책임봉사자>

 

기쁨과희망사목연구원 11월 후원회 소식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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