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진행되는 쌀 관세화 유예 관련 협상은 UR 협상에 따라 쌀의 관세화를 10년간 유예받는 대신 매년 국내 소비량의 일정 부분을 의무수입하기로 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금년으로 유예기간이 종료되므로, 관세화 유예를 연장하려면 우리나라 쌀 시장에 관심을 가진 모든 국가들이 수락할 만한 추가적 양보를 해야만 한다.
현재까지 한국에 쌀을 수출할 생각으로 우리와의 협상을 희망한 국가는 미국·중국·태국·호주·캐나다 등 9개 국이다. 결국 이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어야만 쌀 관세화를 더 유예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요구사항들을 종합해 보면 쌀 관세화를 막기 위해서는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 같다.
우선 의무수입 물량을 늘려야 한다. 현재 우리는 연간 국내 수요의 4%인 20만t의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하고 있다. 관세화 유예를 연장하려면 의무수입 물량을 1년에 최소한 0.5%씩은 늘려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되면 10년간 유예를 받을 경우 10년 후 의무수입 물량은 국내수요의 9%인 45만t으로 늘어난다. 그런데 문제는 의무수입 물량은 나중에 우리가 관세화를 시행하더라도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관세화를 늦게 할수록 다량의 의무수입물량 부담을 계속 안고 가야 한다.
또 관세화시 쌀에 부과할 수 있는 관세수준은 지난 1986~88년을 기준으로 한 국내외 쌀 가격 차이에서 일정률을 감축한 수준이다. 즉, 비록 실제 관세를 적용하지는 않았지만 적용할 수 있는 관세 수준은 지금도 계속 하락하고 있다. 국내산 쌀 가격이 매년 지속적으로 하락한다면 모르지만 그러지 않은 상태에서는 개방에 따른 충격이 점점 커질 뿐 아니라 구조조정은 더욱 어렵게 된다.
뿐만 아니라 협상대상국들은 현재 일반소비자에게 판매되지 않고 가공식품용이나 대외지원용으로만 사용되는 수입쌀의 시판을 허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관세화가 유예되더라도 내년부터는 일반 소비자들의 식탁에 수입쌀이 오를 수밖에 없다.
최근 국내 분위기는 관세화 유예를 연장해야만 협상이 성공한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어 있는데,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국내 쌀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쌀 재고 유지 비용 등 국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관세화 유예에 수반된 상대국의 요구조건이 과도할 경우에는 오히려 관세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 쌀 관세화를 받아들이게 되면 향후 관세수준은 DDA 농업협상의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인데 최근 DDA 협상의 진전이 더디게 이루어지고 있어, 최소한 2006년이나 2007년까지는 쌀에 대한 관세를 추가적으로 인하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특별세이프가드 제도가 유지되는 한, 수입이 크게 늘어날 수는 없다. 일본의 경우 관세화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산 쌀의 고품질화로 수입쌀의 점유율이 크게 확대되지 않고 있음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국내 쌀농업을 구조조정할 마지막 기회다. 단순히 외국쌀의 수입을 막는 데만 힘을 기울인다면 국내 농업의 근본적인 체질개선은 불가능할 것이다. 근본적인 대책에는 항상 고통이 수반되지만 이를 피하면 결국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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