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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법 개정 반대 입장을 매우 우려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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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자 [socho] 쪽지 캡슐

2004-11-07 ㅣ No.74232

◎ No, 98
◎ 이름:갈기지기
◎ 2004/11/5(금)
 사학법 개정 반대 입장을 매우 우려하며 - 황경훈 연구위원 기고문  

사학법 개정 반대 입장을 매우 우려하며

황경훈(바오로)|우리신학연구소 연구위원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이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확정해 발표한 10월 14일 바로 그날, 한국천주교 주교회의는 이례적으로‘사학법 개정을 매우 우려하며’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회 위원장 정명조 주교를 비롯해 6명의 위원 주교가 연명한 이 성명서는 강한 어조로 신자들에게“법 개정을 반대하는 데에 앞장서 달라”고 요청했다.

내가‘이례적’이라고 표현한 것은 최근 몇 년 동안 주교회의 총회 때 주교들의 입장을 담은 글, 특히 강도 높은‘성명서’를 발표한 적이 없다고 기억하기 때문이다. 있다면 이라크 파병 문제로 평화에 대한 관심이 한참 고조됐을 때인 2003년 10월 13일 같은 사회주교위원회에서 발표한‘한반도 평화문제에 대한 입장’이라는 글과 여러 사안에 대한 주교회의 담화문 정도일 것이다. 1쪽으로 된 이‘한반도 평화문제에 대한 입장’은‘입장’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파병문제에 대한 태도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모든 전쟁에 반대한다”는 원론 수준의 말만 되풀이 한 데에 비해서, 이번 성명서는 왜 개정안에 반대하는가를 분명하게 밝히고 신자들에게 반대에 앞장서 달라고 권고한 점이 크게 두드러진다.

반대 이유를 직접 옮겨 보면 이렇다.
“이 사학법 개정안은 이사진의 구성 권한을 박탈하고 학교운영위원회를 심의기구화하여 주요 사안을 의결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사립학교의 교육 이념에 입각한 자율적 운영을 불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교장의 책임과 지도력이 약화되고 구성원들의 일치가 위협받게 되어 교육 현장은 혼란을 초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가톨릭 교회가 운영하는 학교는 국가가 인정하는 교육법을 따르며 가톨릭적 인생관과 세계관에 입각한 교육을 하고 있으며 이는 다른 어떤 학교에서도 하지 못하는 일입니다. … 지금까지와 같이 앞으로도 나라 발전의 원동력이 될 인재들을 사립학교에서 육성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학발전을 저해하는 사학법 개정에 대해 끝까지 반대할 것입니다.”

사학법 개정안에 대해 선이해가 없는 독자를 위해 간단하게나마 설명하는 게 순서겠다. 한마디로 말하면, 교육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잘 알다시피 사립 중·고등학교와 대학의 재단이 부패의 온상이 되어 교육발전에 해를 끼치고 있으니 이사장 및 재단의 권한을 축소하고 학부모와 교사로 이루어진 학교운영위원회에 실질적 권한을 주어 운영을 민주적으로 투명하게 하자는 시민단체 및 정치권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앞의 인용문을 통해 주교회의는 이사장 권한 축소와 학교운영위가 자문기구에서 심의기구로 격상되는 것을 이번 개정의 핵심으로 보고 이에 반대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지만 이것이 “사립학교의 교육이념에 입각한 자율적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원인으로 설명하는 데는 설득력이 없다.

그 동안 사학 재단 문제가 터질 때마다 재단의 독점적 운영이 문제됐고 이는 이사장이 배우자나 친인척 또는 각종 연고가 있는 사람을 이사나 학교장으로 앉히는 행태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정안에서는 이사회의 친인척 구성 비율을 현행 1/3에서 1/4로 낮추고 이사장 배우자나 직계 등을 학교장으로 임명하는 것을 금하며 한편으로는 학교장과 학부모, 교직원, 지역 위원 등으로 구성하는 학교운영위에서 이사의 1/3을 추천해 이사회에 간접 참여하게 하자고 제안한다.

또 교원인사 및 징계에도 해당학교 교사 또는 교수가 추천하는 사람이 1/3 이상 포함하도록 규정해 이사장 마음대로 교장과 교사를 채용하고 해고하여 “저 학교는 몇 천만 원이면 선생 된다더라!” 하던, 이제 거의 상식이 돼버린 부패의 악순환을 끊자는 것이다. 이미 국공립학교에서 시행되는 학교운영위의 심의기구화, 곧 현재 이사회에 속한 예산의결권을 학교운영위에 소속시키는 것도 개정안의 핵심 가운데 하나다.

주교회의의 반대주장과는 다르게 나는 이 개정안이 사실 때늦은 감도 있고 미온한 측면이 있음에도 교육 개혁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환영하고 지지한다. 그 동안 우리 교육, 특히 사학은 학생들의 생명을 담보로 돈만을 탐하여 끝없는 부패로 비인간화의 길을 걸었다고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니다. 사학 재단의“건학이념에 맞는 운영”이라는 명분은 그 동안 이사장과 재단의 전횡을 보장하는 때깔 좋은 방패였다.

여기서 종교계 학교, 이른바‘미션스쿨’도 자유롭지 않다. 46일간의 목숨을 건 단식투쟁으로 학교 측에서‘예배선택권 보장’을 받아낸 강의석 군의 경우는‘건학이념’이 어떻게 개인의 종교자유를 억압하는가를 잘 보여준다. 그는 학교 측과 종교 신념이 맞지 않는 타종교인과 무종교인의 권리도 함께 보장돼야 한다고 했다.“미션스쿨이 선교를 위해 있는데 채플이나 설교 및 기타 종교 활동은 건학이념에 따른 것으로 당연하다”는 주장은, 특히 선택이 아니라‘뺑뺑이 돌려서’(추첨으로) 학교를 배당받는 고등학생이 처한 현실 앞에서‘당연하게’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가톨릭적 인생관과 세계관에 입각한 교육을 하고 있다”는 주교회의의 주장도 마찬가지다. 그런 가톨릭 이념과 가치는 인류의 보편 가치와 사회문화적 상식에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만 설득력이 있고 고매해 보인다. 더욱이 약자 배려와 인권 보호는 언제나 우리 교회의 트레이드마크요 자랑이 아니었던가? 오히려 주교회의는 먼저 이번 일을 가톨릭 학교도‘선교’라는 이름 아래 종교자유를 억압하지 않았는지 자성하는 기회로 삼았다면 다른 종교계 학교에 귀감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화여대, 연세대, 심지어 성공회대조차도 예배참여에 강제성을 부여한다. 이와는 양상이 조금 다르지만, 가톨릭계 대학도 그리스도론을‘교양필수’과목으로 정하여 이 과목을 이수하지 않으면 졸업을 못하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그리스도를 전파하는 것이 진정한 선교 정신에 합당한가라는 물음과 함께 과연 선교에 효과적인가도 지극히 의심스럽다.

이번 주교회의의 성명서 발표는 또 다른 중요한 의미가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지금 우리 사회는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중차대한 문제들을 놓고 해결책을 찾지 못해 휘청거린다. 이라크 파병, 보안법 폐지, 쌀 개방 문제 등 손에 잡히는 것만 어림해도 이 정도다. 주교회의 정평위에서는 이번 추계 정기총회에 보안법 폐지 문제를 논의하도록 안을 올렸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가톨릭 농민회에서 쌀 개방에 대한 주교들의 지지 성명서를 기대했다가“농민을 다루는 체계가 없다”는 이유로 안건으로도 상정되지 않았다.

베트남 전쟁보다도 더 명분 없는 더러운 전쟁에서 하루라도 빨리 우리 젊은이를 되돌리는 파병철회 문제나 300만 농민의 숨통을 쥐고 있는 쌀 개방 문제가 급한가 아니면 사립학교법 개정 문제가 더 급하고 중요한가? 주교회의에서 전격적으로 발표한 사립학교법 개정 반대 성명서는 한국 군인 및 이라크인들의 생명보다도, 또 농민들의 생존권보다도 사립학교법이 더 급하고 중요하다고 말하는 듯하다. 일반 시민들은 교회의 이런 태도를 어떻게 이해할까? 도대체 목소리를 내야 할 사안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먼저 성찰이 필요한 때에는 자기주장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10월 4일 서울광장에서는 여의도 순복음교회를 비롯해 극보수 대형개신교회 주최로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 집회가 있었다. 이들은 보안법 폐지 반대와 함께 사립학교법 개정 반대를 피켓에, 플래카드에 도배하고 나왔다. 일반인들은 보안법과 사립학교법이 왜 함께 나와야 하는지, 어떻게 이 둘이 연결되는지 한동안 생각해야 했다. 그러나 거꾸로 보안법 폐지에 사립학교법 반대까지 들고 나옴으로써 이들은 고맙게도 우리에게 수구세력은 분단과 보안법유지에서 이득을 챙겨 온 기득권 세력이며 그 기득권 가운데 커다란 덩이가 사학재단에 있음을 이렇듯 쉽고 좋은 예로 들어서 설명해 준 것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와 박홍 서강대 이사장 등이 회장단으로 있는 한국사학법인연합회는 10월 20일 개정반대 성명을 내고 이를 우리당에 전달하려다 범국민교육연대 회원들과 충돌해 멱살잡이를 하는 등 몸싸움을 벌였다. 그리고 마침내 수구 언론 동아일보로 하여금 10월 23일 “천주교 주교회의는‘사학법안은 사학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며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고 사설을 쓰도록 기회를 주었다.

과연 교회가 누구의 편인지 다시 한번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제라도 주교회의는 민심을 통해 드러나는 하느님의 뜻을 살피는데 최선을 다하여 앞서 말한, 평화, 인권, 생존권 문제에 진실하게 답해야 할 것이다. 2004년 10월 14일, 성명서를 발표한 이날이 우리 머릿속에 또 하나의 부끄러운 기억으로 남기 전에 말이다.

* 위 글은 갈라진 시대의 기쁜소식 656호에 실렸던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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