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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앞이 캄캄한가(펌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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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rbk2236] 쪽지 캡슐

2004-11-07 ㅣ No.74230

[변용식 칼럼] 왜 앞이 캄캄한가
혁명하듯 4개법안 밀어붙여
독약 먹인 경제, 살기 바라니…
입력 : 2004.11.07 18:22 43'

노무현 대통령과 집권당 사람들은 아직도 민주화 투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1987년의 봄으로 되돌아가 민주항쟁의 꿈속을 떠다니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노 대통령은 이런 말을 했었다. “1987년 온나라가 뒤집힐 만큼 시민항쟁이 있었지만, 86년에서 88년까지 3년간 두 자릿수의 경제성장을 지속했다… 경제를 핑계 대서 국가적인 사업, 역사적인 사업들을 회피해 가려는 기도가 또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기득권자들이여, 경제 경제하며 발목잡는 소리 좀 하지 마라, 80년대 시민항쟁 때는 지금보다 사회가 더 시끄러웠어도 경제는 잘만 돌아갔다, 그런 뜻일 게다.

 

그들은 국보법폐지·과거사·사립학교법·언론법 등 4개 법안을 혁명하는 기분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그것들을 민주항쟁과 같은 ‘위대한 역사적 과업’ 수준에 올려놓고, 그때와 지금의 상황을 흡사하게 보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들이 내건 ‘민족사적 개혁과제’를 완성하면 경제는 저절로 풀려갈 것이며, 만약 이런 과제들을 이뤄놓지 않고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로 간들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위험천만한 생각을 하고 있다.

크게 오판하고 있다. 그때와 지금의 소란은 질적으로 다르다. 1987년 6월 나는 워싱턴 특파원으로 서울과 워싱턴에서 쏟아지는 민주화 시위 관련 기사를 처리하느라 새벽에 일어나 새벽에 잠자리에 드는 ‘새벽별 보기 운동’을 하고 있었다. 즐거운 비명이었다.

민주화는 산업화 이후의 숙제였고, 온 국민이 바라던 터였다. 산업화의 기적을 만들어 낸 코리안들이 비록 ‘포니 수준’일망정 민주화라는 또 하나의 마술을 연출해 내는구나! 외국인들은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민주항쟁은 산업화로 형성된 튼튼한 중산층이 받치고 있었기 때문에 대한민국 체제의 건강함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나라가 뒤집힐 정도’의 소란 속에서도 경제가 흔들리지 않고 두자릿수의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거기에 미래와 희망이 보였기 때문이다.

 

2004년에 일어나고 있는 소란은 급진적이고, 과거회귀적이며, 반(反)시장적인 ‘집권당 프로그램’ 때문에 빚어지고 있다. 4개 법안이라는 게 뭔가. 국보법폐지안은 국내 좌익과 평양 정권이 그토록 원하던 것이고, 사립학교법은 학교 주인과 고유의 설립정신을 없애자는 것이며, 언론법안은 비판 신문에 족쇄를 채우고 모든 신문을 사실상 획일화·공영화하겠다는 발상이다.

과거사법은 그들에게 ‘까불던’ 기득권층을 손보는 데 더없이 유용한 무기가 될 것이다. 도대체 국민의 몇 프로가 박수를 보내고 있으며, 외국의 어느 누가 찬사를 보내고 있나.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 사설은 솔직하게 지적했다. “김정일의 첩자들이 서울에서 지휘를 하고 있었다 해도 이보다 더 이상 바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제출한 국보법폐지안과 언론법안은 마치 평양에서 쓴 것 같다”고. 자유 대한민국의 경제에 이런 혹평보다 더 큰 악재는 없을 것이다.

 

경제가 제일 싫어하고 경계하는 ‘주인 없애고, 일등 끌어내리고, 다양성을 부정하는’ 의식구조가 4개 법안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배고픈 것’을 치유하기보다는 ‘배아픈 것’을 치유하는 데 집중하여, 획일화·평준화의 약을 강제로 먹이고 있다. 경제에는 독약인데도 말이다. 독약을 먹여놓고도 경제가 저절로 살아서 굴러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구제불능이다.

마침내 국책 연구기관 중에서도 최고의 인재들이 모인 KDI(한국개발연구원)가 3분기 경제전망을 포기했다. 오죽 앞이 캄캄했으면 손을 들었겠나. 경험없는 무모한 급진주의자들이 시대의 역류(逆流)를 일으켜 경제를 전망조차 할 수 없게 망가뜨리고 있다. 안팎으로 우리 국민을 축복해 줄 일들은 아직 잘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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