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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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여, 지금은 어렵더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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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머문 자리는'이라는 글을 이 난에 올렸더니 어떤 분이 쪽지를 보내주셨는데 물론 쪽지로 서로의 마음을 전하였습니다만 그분께서 제가 그분에게 드린 말씀을 꼭 이 난에 글로 올려달라시는 부탁을 해오셨고 저 역시 비록 제 자신의 부끄러운 엣날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분 말씀처럼 혹 지금 경제난으로 어려움에 처한 분이 계시면 제 이야기를 들으시고 10분 중에 한분이라도 힘을 얻으신다면 보람이 있겠다싶어 이글을 올립니다.
저는 은행, 대한항공, 한진그룹 등 그래도 이름있는 회사를 다녔으나 길어야 5년. 걸핏하면 제 맘대로 사표를 쓰고 나와서 번번히 아내를 골탕먹였습니다. 나는 꾸리면서 남 꾸린 것은 눈으로 못보고, 끝발로 누르려 하면 덤벼들고, 여튼 30대에 회사를 4군데나 옮겨다녔습니다. 오죽하면 역마살이 끼어서 그렇다며 어머니께서 풀어내야 한다고 무당을 찾아가려는 것을 "다시는 안 그럴 테니 제발 그만두시라"고 사정을 했겠습니까. 하지만 그 주제에 사업까지 한다고 있는 것까지 몽땅 떨어먹고 거기다 친척들 한테 빚도 지고, 이거야말로 진짜 말이 아니었습니다.
1년 6개월을 방바닥을 딩굴며 놀았는데 그것도 단칸방. 6살, 4살짜리 아이들과 하루종일 방안에 죽치고 있어보세요. 아내가 숨이 막힐 지경이었던가 봐요. "동네 사람 보기가 챙피해요. 어디 좀 나갔다가 저녁때 돼서 들오세요" 눈물이 갈쌍한 목소리로 제 아내가 그러더라구요. "빈 손으로 어딜 나가? 돈이 있어야 나가든지 하지" 내 수중에 돈없는 게 어찌 아내 탓이었겠습니까만 퉁명스레 그렇게 말하고 방안에서만 빈둥거렸습니다. 걸핏하면 애들을 울리면서.... 몸서리가 났든지 아내가 아침마다 천원씩 제 손에 쥐어주었습니다. 아마도 처가집에서 얻어온 듯 했습니다. 그래도 그 당시(1978년) 천원은 쓸만 했죠. 버스비가 60원, 기원(바둑)입장료 300원, 자장면 300원, 백양담배 150원, 커피(자판기) 100원). 계산해봐요 딱 맞죠? 그렇게 처음엔 기원으로 다녔습니다. 기원이 10시쯤돼야 문을 여니까 버스를 종점까지 타고 가서 기원에 들러 자장면으로 점심을 떼우고 저녁이 돼서야 마치 퇴근하는 사람처럼 집에 들어 오곤 했습니다. 하지만 기원을 며칠 다녀보니 그놈의 담배연기! 나 역시 줄담배가 되고, 거기다 내기바둑 두자는 사람들! 남자가 쫀쫀하게스리 안 둔다 할 수도 없고 두게 되면 꼭 커피는 얻어 먹고(이겨서) 자장면은 사주고(패해서)......
다시는 기원에 안간다 하고 이번엔 산으로 다녔습니다. 종점에 있는 산들 도봉산, 북한산 이왕산,수락산, 관악산, 청계산, 아차산 서울근교의 산이란 산은 다 다녔습니다. 콜라나 사이다 한병 사들고(그 당시는 물은 안팔데요) 김밥 두줄 사가지고....
그러다가 남산으로 갔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남산이 뭐 산입니까? 계단으로 쭉 올라가면 되는데. 하지만 오죽 갈데가 없으면 그랬겠어요. 계단 중간쯤 갔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겁니다. 생쥐 꼴이 되어서 우선 비는 피해야겠고 옷도 말리어야겠고 해서 들어선 건물이 남산도서관이었습니다. "야! 세상에! 대학물을 먹은 내가 어째 이 생각을 못했을까? 도서관에 가면 된다는 생각을 왜 일찍 못하고 시간 죽이느라 온갖 고생을 다했던가" 참으로 후회스럽더라구요. 다음 날부터 도서관으로 나갔습니다. 9시면 문을 여니 집에서 일찍 나와도 좋고 200원만 주면 오무라이스나 카레라이스를 배부르게 주고 커피도 50원이면 되고 보고싶은 책 맘대로 보고, 하루에 천원을 받아서 나오면 500원이 남아요.
"당신 요새 어딜 나가는데 이렇게 일찍 나가세요? 담배냄새가 덜 나는 걸 보면 나쁜데 가시는 것 같지는 않는데? 일찍 나가시니까 혹 모닝커피라도 한잔 사 드세요"하며 1천5백원을 주는 날엔 천원이 남기도 하구요. 어쨌던 그렇게 아내 모르게 모아서 성탄절을 며칠 앞둔 어느날. 남산도서관에서 걸어내려와서 버스를 타러 시청앞으로 갈려고 남대문 지하도에 들어섰더니 어떤 골라골라 아저씨가 노란 티셔스를 파는데 한장에 2천원이래잖아요. 우리 애들 입혔으면 꼭 좋겠드라구요. 2장을 샀습니다. 얼룩 줄무늬가 있는 황지에 두루루 말아서 고무줄로 탁 팅겨서 싸주는 걸 손에 들고 버스를 타고 오면서 버스 안에서 얼마나 눈물이 나든지....끝내는 흐느끼고 말았습니다. 아마도 내 일생 그토록 뼈아프게 운 기억이 지금까지는 없습니다.
그후에 도서관에서 신문을 읽다가 "MBC-TV개국 10주년 기념 1천만원고료 드라마모집" 경향신문 사고를 보게 되었고 단 1편 난생 처음 쓴 드라마가 본선심사위원(신봉승님,심영식님 등) 만장일치로 당선작으로 결정되어 거금을 상금으로 받고, 방2칸짜리로 이사를 하고, 또 TV 드라마작가로 활동하고...그러다가 저 멀리 인도네시아 칼리만탄에 있는 원목개발회사에 업무과장으로 취업하여 5년동안 부지런히 벌어서 서울에 집 사고, 시골에 땅 사고............ 이제는 아들 둘 다 공부시켜서 큰 놈은 아파트 사줘서 내 보내고 남 부럽지 않게 삽니다.
그러는 사이 아내가 먼저 영세를 받고, 저도 신자가 되었습니다. 아이들, 그리고 큰 며느리, 손자까지 다 영세를 받아 가끔 가정기도회도 가지면서. 행복하게 삽니다. 혹시 지금 엣날의 저처럼 어려운 처지에 있는 분이 계시다면 저는 꼭 이 말씀을 그분에게 드리고 싶습니다.
"인생은 100미터 경주가 아닙니다. 인생은 마라톤입니다. 100미터 경주는 스타트가 빠른 사람이 1등을 할 확률이 높지만 마라톤은 그렇치 않습니다, 지금 당신이 어쩌다가 넘어졌다 하드라도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다시 일어나서 열심히 뛰면 당신이 1등을 할 수도 있습니다. Lost Generation의 대표적인 작가 어네스트 헤밍웨이는 그의 작품 "노인과 바다"에서 주인공을 통해 이렇게 말합니다."희망을 버린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그것은 곧 죄악(sin)이다" 그렇습니다. 희망을 버린다는 것은 신앙인의 자세가 아닙니다. 어서 다시 일어 나십시오. 그리고 아자! 외치고 힘차게 달리십시요,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당신을 지켜 보고 있습니다. 그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하는 주님께서 당신을 지켜보고 계십니다"
우리 본당에서는 지금 쌀 모우기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3주만에 4천킬로 이상이 모였습니다. 추위가 오고 있는 이 겨울 우리 모두 주위를 따뜻한 마음, 따뜻한 가슴, 따뜻한 눈으로 둘러보고 따뜻한 손으로 힘든 이들의 손을 잡아 줍시다. 하느님께서 말씀하신 빛의 진정한 의미는 곧 따뜻함이 아니겠습니까?
주님의 축복이 이 글을 읽으시는 그대에게 내리시길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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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4694 | 관리자님 추천제도를 없이하면 이 게시판이 깨끗해지지 않을까요?|8| | 2004-11-15 | 박송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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