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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개혁이란 말은 빼놓을수 없는 화두(話頭)의 하나다. 화두란, 말의 실마리를 뜻하는 동시에 불교에서 말하는 공안(公案)에 내걸린 문제다. 공안은 수행자들의 마음을 연마하기 위해 고승들이 내는 시험문제를 말한다. 결국 개혁은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려면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가’에 대해 정치인들이 국민 앞에 내 놓는 해답이다.
그런데 ‘개혁 피로증’은 왜 나타날까. 그것은 너무나 많은 개혁 과제를 한꺼번에 내놓고 아침 저녁으로 개혁 타령을 하니까 국민들이 식상해하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 2년이 지나면서 개혁 피로증이 왔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 스스로 먼저 이 말을 꺼냈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금융개혁과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한창 진행되던 때였다. 우연의 일치일까, 노무현 정부 2년차에 들어가면서 또 개혁 피로증이 왔다. 이번에는 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는 이른바 4대 개혁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할텐데 국민 사이에 개혁 피로증이 나타나고 있는게 문제라고 말했다.
피로과 피곤은 정신과 육체 모두가 힘을 잃는 상태를 말한다. 물리학에서 말하는 피로(疲勞)는 물체가 스트레스를 받아 파손되거나 닳아 없어지는 현상이다. 결국 개혁 피로증은 살기 좋은 세상이 만들어진다는데도 국민들은 힘이 빠지는 모순 현상이다.
교사들의 힘을 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2002년 대선 시기 전후해서 교육 개혁에 피로증이 왔다. 초·중·고·대학이 모두 개혁의 와중에 휩싸였다. 집중과 선택으로 효율을 높이라는 요구는 외면당했다. 그러고는 2004년 대대적인 수능 입시 부정사건을 맞았다. 사건 발생의 원인 가운데 하나가 교사들의 감독 불철저등 느슨한 입시 관리 때문이었다. 선생님들은 왜 느슨해졌을까. 한 교사는 이렇게 울부짖는다.
“우리나라 전교조니 교총이니 하는 교육단체들이… 철밥통을 위해서, 휴가 하루 더 얻기 위해서, 정년단축 철회를 위해서, 교육재정 확보를 위해서, 월급 올려받고 성과급 나눠 먹기 위해서, 그리도 똘똘 뭉쳐 붉은 띠 휘두르던 그들이, 지금 뭐하고 있습니까?” 교직 사회가 이럴진대 4대 입법, 17대 입법, 50대 입법에 휘둘리는 국민들에게 개혁 피로증은 어떻게 나타날까.
김성호 /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