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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콥터와 경영권방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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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rbk2236] 쪽지 캡슐

2004-11-29 ㅣ No.75536

[경제초점] 헬리콥터와 경영권방어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입력 : 2004.11.29 18:15 00'


▲ 전성인 교수
지난달 초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는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인 바베이도스에서 꿈같은 결혼식을 올렸다. 이 결혼식은 현존하는 최고의 골프 스타와 모델 출신 미녀의 결혼식이라는 점 외에 또 다른 이유에서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 타이거 우즈가 ‘파파라치’에 의한 사생활 침해를 막기 위해 호텔 객실은 물론이고 이 섬나라에 있는 대여가능한 헬리콥터를 모두 예약해 버린 것이었다. 이에 따라 파파라치들은 결국 이 결혼식을 카메라에 담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그런데 카리브해의 섬나라에서나 봄 직한 이런 얘기가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재벌의 경영권이 침해를 받고 있다는 아우성에 따라 정부가 국민연금을 동원하여 재벌의 경영권을 방어해주겠다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로니컬하게도 이런 계획에 대한 재벌의 반응은 시큰둥할 뿐이다. 얼핏 생각해 보면 정부가 온갖 비난을 무릅쓰고 ‘대표적 국민자본’인 국민연금을 동원하여 경영권을 외국자본으로부터 보호해 주기로 했다면 머리가 땅에 닿도록 고개를 조아리며 고마워해야 할 것 같은데 전혀 그런 기미가 없다.

왜 그럴까. 바로 의결권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재벌기업의 주식을 매집하게 되면 재벌의 경영권은 외국자본의 올가미에서 벗어날 수는 있을지 몰라도, 반대로 국민연금의 통제하에 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재벌은 바로 이 점이 싫었던 모양이다. 그러하기에 재벌은 국민연금이 주식투자를 하게 될 경우 의결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즉 돈을 집어넣어 외국자본을 쫓아주기는 하되, 내 경영권에 간섭하지는 말아 달라는 것이다. 결국 재벌의 진정한 속내는 그것이 외국자본이기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느 누구이건 간에 자신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존재이기만 하면 반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주식 보유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자는 주장은 도대체 말이 되지 않는다. 우선 이 주장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어떻게 정부가 정당한 사유 없이 대다수 국민들의 실질적 노후재산인 국민연금의 주식보유분에 대해 주주권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재산권 행사를 제약할 수 있다는 말인가.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연기금은 대표적인 기관투자가로서 주주권 행사나 기타의 방법으로 경영진을 통제함으로써 자본시장의 규율을 정립하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하는 경제주체다.

경제논리의 측면에서도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주주를 만들어내는 것은 지배구조를 악화시킨다. 무의결권 주주의 양산은 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의 양을 줄임으로써 이 기업의 경영을 개선시킬 수 있는 잠재적 인수자를 구축(驅逐)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마치 타이거 우즈가 헬리콥터를 모두 예약해 버림으로써 파파라치를 쫓아내듯이 무의결권 주주들도 주식을 매집하는 과정에서 잠재적인 시장규율을 쫓아내는 것이다.

그러나 타이거 우즈와 국민연금 간에는 한 가지 중대한 차이가 있다. 개인의 사생활은 가능한 한 철저하게 보호되어야 하지만 기업의 경영능력에 대한 자본시장의 규율은 오히려 장려되어야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타이거 우즈의 행동은 신혼가정을 지키기 위한 가상한 노력이지만 국민연금의 주식투자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오히려 자본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할 뿐이다. 재벌이 굳이 타이거 우즈를 본받고자 한다면 자기 자신의 돈으로 헬리콥터를 예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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