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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추운 겨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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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rbk2236] 쪽지 캡슐

2004-11-30 ㅣ No.75559


{펌글}

 

04/11/28

[광화문에서/권순활]유난히 추운 겨울 


 첫눈이 내렸다. 겨울의 문턱에 들어서는 입동(立冬)과 소설(小雪)도 지났다. 모레면 12월이 시작된다.


겨울이란 말에는 사람의 마음을 파고드는 묘한 울림이 있다.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과 이문열의 그해 겨울

 

은 제목에서부터 독자의 눈길을 測? 한국은 물론 일본까지 달궈놓은 겨울 연가도 비슷하다. 러시아의 겨울 궁

 

전은 역사의 수레바퀴에 치여 스러져간 왕가(王家)의 비극적 최후를 떠올리게 한다.


겨울의 이미지는 비장미(悲壯美)다. 하지만 겨울이 경제와 결합하면 아름다움은 사라진다. 춥고 쓸쓸한 고통만

 

이 남는다.


지금 한국의 직장인들은 떨고 있다. 내수침체의 끝이 보이지 않으면서 산업계와 금융계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매출과 이익이 줄어들고 미래도 불안한 상태에서 기업의 인원 감축을 탓할 수도 없다. 많든 적든

 

봉급을 받을 수 있는 직장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세상이다.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젊은이들은 더 추운 겨울을 맞고 있다. 열심히 공부해도 취업은 하늘의 별따기다. 회사에

 

들어가더라도 감원 한파(寒波)에 시달리겠지만 아예 기회조차 못 잡은 아픔에 비할 수는 없다. 더구나 절대빈

 

곤을 경험한 기성세대와 달리 지금 20대는 고도성장과 핵가족화의 영향으로 부족함을 모르는 왕자님 공주님으

 

로 커 왔다. 취직 못한 자식을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은 또 어떨지.


중소기업인과 자영업자들도 더는 못 견디겠다고 울상이다. 전국의 중소상공인 대표들은 지방경제의 위기를 호

 

소하면서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식당 음식점 옷가게 등 자영업자들이 거리로 나서 생계형 시위를 벌이

 

는 풍경도 이제 낯설지 않다. 실질소득은 옆걸음이나 뒷걸음치는데도 세금과 준조세는 늘어만 간다.


하기야  무풍(無風) 지대도 있다. 공무원 교사 공기업 같은 공공 부문이다. 민간 부문이 아무리 어려움을 겪어

 

도 끄떡없다. 세금으로 꼬박꼬박 봉급을 받으니 뼈를 깎는 노력을 할 필요도 없다. 경쟁의 무서움도 남의 일이

 

다. 일부 공무원 및 교사집단의 집단이기주의와 퇴행적 행태를 보면서 세금을 왜 내야 하는지 회의하는 국민이

 

급증하는 현실을 그들은 알고 있을까.


민간 부문의 위축과 공공 부문의 비대화는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린다. 성장엔진이 꺼진 상태에서 그동안 비축

 

한 것만으로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다. 창업 못지않게 수성(守成)이 어렵다는 진리는 나라경제와 기업경영에서

 

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결정적 걸림돌이 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은 국민을

 

더 절망케 한다. 이번 장기침체의 가장 큰 특징은 국내외 경제변수가 아닌 정책 실패와 정치 실패가 위기를 불

 

러오고 확대시켰다는 점이다. 경제관련 협회장을 맡고 있는 한 기업인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경제정책이 별

 

의미가 없다고 단언했다.


 한국 경제의 겨울을 초래한 1차적 책임이 정부에 있다면 결자해지(結者解之)할 수밖에 없다. 송호근 서울대 교

 

수가 지적한 것처럼 현 정부가 성장패러다임 부재(不在)와 정책 빈곤,개혁 만능의 아마추어리즘과 적의(敵意)

 

의 리더십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희망을 찾기는 어렵다. 우리 경제의 유난히 추운 겨울이 얼마나 더 이어질지도

 

결국 여기에 달렸다.


권순활 경제부차장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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