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영등포교도소에서 견진성사가 있었습니다...
주교님의 집전아래 재소자 열일곱 분은 주님의 건실한 자녀로
살아갈 것을 맹세 했습니다...
그 분들의 진지하고 벅찬 표정에서 저는 우리 인간의 보편적인 순수한 모습을 보았습니다...
어떠한 죄를 지었다 하더라도 뉘우침과 깨달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오히려
보통 사람들보다 한단계 더 높은 삶의 수양과 깊이를 갖게 될 것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견진 받은 분들이 주교님께 큰 절을 올리더군요... 재소자 입장에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그것이었단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그 감사하는
마음을 아주 진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재소자분들 중에 가톨릭 신자들로 구성된 중창단의 노래가 있었습니다...
가사의 내용도 가슴을 시리게 했지만 그 분들의 맑은 노래 소리가 왠지 제 눈을 시리게 했습니다...
그렇게 원숙하게 부르는 노래는 아니었어도 듣는 제 마음엔 벅찬 감동이 느껴졌습니다...
어제 많은 생각이 교차되더라구요...
인간이 격리된다는 것이 얼마나 불행한 일이고 가슴 아픈 일인지...
죄를 짓지 않고 사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를 가지는 것인지...
죄를 지었어도 진정한 뉘우침이 있다면 어떤 환경 어떤 상황에서도
분명 더 밝은 미래가 있을 것이라는...
그리고 여러가지 문제점에 대한 생각도 하게되었습니다...
경제사범, 사기, 폭력, 살인, 사상범, 양심수 등등 재소자들은
여러가지 죄 항목을 어깨에 메고 격리되어 살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모순된 악법에 의해
죄가 아닌 것이 죄로 인정되는 것은 정말 없어져야 할 것입니다...
사람을 구속하고 격리하는 것은 정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일이어야
할 것입니다...
부당한 힘의 논리에 의해 더 큰 죄를 지은 사람들이 교도소 밖에서 살아가는
것을 우리는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힘없는 사람들의 작은 죄는 결코 용서되지 않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힘을 가진 인간들에 의해 힘없는 사람이 억울한 죄를
뒤집어 쓰고 옥살이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기적인 사고와 부정한 판단이 얼마나 사회 속에 무섭게 자리하고 있는 것인지
두렵고 또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대한민국의 법은 과연 국민을 위해 존재하고 국민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 것인가하는 작은 회의감마저 들 때가 있습니다...
독재자를 보호하기 위해 휘둘러지던 국가보안법도 생각나더군요...
국보법에 의해 얼마나 많은 민족 자주적 인사들이 사회와 격리되어
고통을 받았을까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어처구니 없는 모순된 법들은 이 땅에서 영원히 사라지길
간절하게 바래봅니다...
또한 사형제도도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유아를 납치해서 토막을 냈던 인간의
기사를 읽으면 분노해서 '저런 새끼는 인간이 아닌 악마이기 때문에 사형시켜야 해'
라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만... 종교적으로 생각해 보면 그 삐뚤어진 육신 또한
주님이 주신 것이기에 세상을 떠나는 그 날까지 뉘우치고 참회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외국처럼 인간이길 포기한 범죄에 대해서는 몇백년 구형을 때려서 감형되고
감형되도 살아서는 사회로 나올 수 없게 하는 것도 있겠죠... 아무튼 하나의 생명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한다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삶의 소중함, 자유의 소중함을 매일 느끼며 살 수 있다면 우리는 언제나
행복한 하루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어제 견진성사를 받은 재소자 열일곱 분께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는 말을 전하면서
몸은 비록 갇혀 있더라도 정신만은 주님의 사랑 안에서 자유롭게 펼쳐가시길
빌고 또 빌어봅니다...
그리고 다시 사회로 나왔을 때 더 가치 있고 더 멋진 삶을 연출해 가시길
기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