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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으로 맞이하는 대림시기 -- 편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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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항 [vinchen10] 쪽지 캡슐

2004-12-14 ㅣ No.76551


  안녕하세요!
  새벽 미사를 오가다가 모두 잎 져버린 은행잎과 감 나무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이렇게 다 잎 져버린 횅댕그레한 겨울 나목이 오히려 마음이 참 편해옵니다.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노랗게 아님 붉으레한 노을 빛으로 물들어 가는 가을 단풍이 한창일 때는 져버려야할 낙옆땜에 마음이 오마조마 애절했드랬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나뭇잎 다 떨구어버린 겨울나무를 보노라면 다 주어버려서 아니 스스로 나를 비워서 더욱 풍성함이 제 마음으로 전해오는군요. 주님께서 산상수훈에서 가르쳐주신 참 행복의 첫번째,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란 말씀이 오늘에서야 절절히 가슴에 사무쳐오는군요.
이렇게 막상 다 낙옆되어 흙으로 돌아간 은행잎이 채곡 채곡 쌓여 발걸음에 무수히 밟혀 도로 위를 온통 노랗게 물들이더군요. 그래서 현관에 놓인 제 구두에는 개구쟁이 아들녀석이 짓궂은 흙놀이하고 온 듯 낙옆이 붙어 있지 않겠어요. 아마 떠나는 가을이 소용 없는 작별 인사를 하고자 제 발길을 붙잡은가 봐요.

  미사를 갈 때는 안개처럼 비가 작디 작은 입자로 어둠을 채 걷지 못한 신 새벽 거리를 떠돌고 있었으나 미사를 끝내고 돌아오는 동쪽 하늘에는 잿빛 구름을 뚫고 청량하게 맑디 맑은 푸른 하늘이 얼굴을 삐죽이 내밀고 있네요. 묵주기도를 외면서 돌아오는 길 내내 성전에 곱게 꾸며둔 대림환을 생각했지요. 짙은 보라색의 가장 긴 초와 점점 옅어가서 종내는 흰빛의 가장 짧은 초에 이르기까지...

 벌써 대림 주간이 눈 앞에 다가왔네요. 대림이란 임을 기다리는 시기이지요, 그대는 누구를 어떻게 기다리시나요?

  전, 저는 말예요 아주 젊어서 가슴이 뜨거웠을 적에 마음에 두고 있는 그 사람을, 2층집 다방에 앉아서 층계를 삐걱이며 올라오는 소리마다 눈과 마음을 모으고 기다리던 첫 사랑 그 시절이 문득 그리워지는군요, 일찍부터 나와 기다린 탓에 다탁에 수북이 성냥알을 쌓는 놀이를하다가 종내에는 내 마음이 다방 창문을 빠져나와 길을 건너 또각이는 구두소리를 내고 걸어 오는 그 사람을 그리움 가득담고 온 몸으로 기다렸다고 고백할까요, 어쩜 그 사람이 저를 만나려고 집을 나서려고 구두를 신는 순간 부터 제 기다림은 시작되겠지요. 아니 아니, 그 다방에서 기다린다고 부친 제 연서를 뜯어볼 때 부터가 아니었을까요? 첫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자기 인생이 송두리째 빠져나가 오직 그 사람만을 그리워 하고 기다리고 종내에는 그 사람에게 다다르고 싶다는 소망을 키워가지요.

  저의 대림시기는 이렇게 "그분"을 그리워하고 기다리고 끝내는 "그분"께로 다다르고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키워가는 초콜렛같은 사랑의 열병을 앓는 시기가 되겠지요. 아무리 그리워해도 물리지 않는 영원한 내사랑을!!
대림환이 점차 엺어갈 때면 내 사랑도 "그분"께로 다가가고 있다는 안온한 쉼을 느낄 수 있을까요?

  "그대가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망망대해에 대한 그리움을 가르쳐라." 생텍쥐페리의 유명한 말이지요, 그리움에는 우리를 매우 구체적으로 유토피아에 다가가게 하는 힘이 숨어 있답니다. 그리움은 중세인들에게 높은 고딕식 건물을 짓게 했습니다.이런 건축 양식은 그리움의 산물이지요.
  음악은 하늘의 창(窓)을 연다. 라고 이야기 할까요? 모든 예술은 결국 영원의 출현이며 전에 없던 것, 온전히 다른 것에 대한 그리움의 표현이라고 했습니다. 또한 그리움은 우리의 편협한 세계를 열어 젓히는 힘입니다.
대림시기에 그대 가장 깊은 그리움이 무엇인지를 거듭 물어 보아야겠지요. 대림성가를 부르거나 이사야 예언자의 성서 구절을 들을 때, 그 말씀들은 그대 안에 침잠하여 그대 그리움을 자극할 것입니다.
진정 그리움은 삶을 넓히며, 그대를 생명의 샘가로 인도할 것이기 때문에...

  안셀름 그린의 말을 빌리면 대림은 "다다름"이랍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세상에 "다다르기"를 기다리는 시기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만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도 우리를 기다리십니다. 아니 "그분"은 우리를 찾아 나선 분이라고 해야 더 합당한 말일 것 같습니다.
  "그분"은 문을 두드리고 계십니다. 우리의 집에 들어오고 싶으신 거지요. 아마 그대는 자신에게만 너무 열중한 나머지 문 두드리는 소리를 건성으로 들을지도 모릅니다. 정녕 대림시기에는 우리가 집에 머물며 "그분"이 집 문 앞에 오셔서 그대와 우리를 불러주시는 "그분"의 목소리 손짓 하나도 놓쳐서는 안되겠습니다. 깊이 깊이 내면 깊숙이 침잠하여 영혼 깊숙이서 그대를 손짓하는 "그분"의 다다름을 마음으로 알아차려야겠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자주 집을 비우고 자기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어딘가 다른 곳에 가 있고 상념을 데리고 산보를 나가지요. 이래서 우리는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그분"을 영접하지 못하는 우(愚)를 범하고맙니다. 우리가 우리에게 있지 못하기 때문에, 이미 오래 전에 우리에게 "와계신 그리스도"를 "오고 계시는 분"으로 체험합니다.

  그래서 올 대림은 자기안에 머물러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바오로 딸 수녀님이 보내주신 영혼의 리필을 가지고 새로이 솟아나는 영혼의 새살을 느껴보시기 바래서 서투른 편지를 그리움 가득이 적셔서 그대에게 띠웁니다. 모두 모두 빛으로 오시는 "그분"을 그리움 함북 담아 기다리는 사랑의 열병을 앓으시기를......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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