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그분"의 사랑.
오늘은 일찌기 대낮부터 어두워 오는구나 하더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는군요.전형적인 초 겨울의 음산함이 마음도 따라 휑하니 바람이 부는군요.
대림초, 가장 짙은 보라색 초가 며칠사이 제 몸을 태우느라 무척 짧아졌다고 생각하다보니 대림첫주가 거의 다 지나가나봐요.
기도 계속하고 계시나요?
저도 많은 분심과 함께 기도, 아니 그냥 주님 앞에 앉아 있다고 하는게 맞겠지요. 전 유달리 분심이 많은지라 분심을 쫒아내려 하면 할수록 더 악착스레 달려들어서 너그러이 분심을 껴안으며 같이 정답게 기도하고 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지요.
마음 가득히 그리움을 함뿍 담고서 "그분"을 기다리고 고대하는 대림시기가 하루 하루 흘러가고 있습니다. 제가 지난 번에 "첫사랑" 타령을 했었나요? 조금은 유치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봐도 그 말은 맞는 거 같아요.
그럼, 그리움으로 대림절을 마지하는 게 다일까요?
전 이렇게 생각해요, 온 몸과 마음을 다하여 "그분"을 향해 귀를 열어놓아야 한다고 이야기 드릴래요.
대림절 성가 " '깨어나라', 그 음성 우리를 부르네." 들어보셨나요? 그래요 대림은 깨어남이랍니다.하느님의 오심은 잠에서 깨어났을 때, 삶의 환상들을 버릴 때 감지되는 거랍니다.
대림은 멋진 백일몽으로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눈 뜨는 것이지요. 그 본질적 현실이 하느님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많은 시간 잠들어 있고 꿈속을 헤매고 있어서 하느님을 느끼지 못하지요. 날마다 "그분"이 우리에게 어떻게 오시는지, "그분"의 치유와 사랑의 현존이 사방에서 우리를 어떻게 감싸고 있는지 알아채지 못합니다.
안젤름 그린의 말을 빌리면 단순히 잠에서 깨는 것이 아니라 "깨어 있음"을 삶의 기본자세로 삼는 것이랍니다. 깨어 있는 사람은 매 순간을 의식적으로 체험하며, 온전히 현재를 살고, 생기에 넘치는 것을 이름한 것이라면 어떨까요?
대림시기에는 일부러라도 냉정과 각성의 태도를 실천해 보기로해요.
그대가 깨인 의식으로 도시의 붐비는 거리를 걷노라면, 얼마나 많은 이들이 하릴없이 쫓기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이들이 분망함으로 본래의 현실에서 멀어지고 있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
대림시기에는 주님이 언제 오실지 모르니 슬기로운 처녀나 충실한 종처럼 깨어 있어라는 성서의 권유를 자주 듣게 됩니다.
"그분"은 도둑처럼 은밀히 오십니다. 그러므로 깨어서 매 시간 "그분"이 오신다 생각하고 있을 때만 "그분"을 집으로 모실 수가 있답니다.
메시아 탄생의 순간을 지켜보았던 목동들의 이야기는 그들이 깨어 있었기 때문이지요. 작심하고 깨어 있는 것이 아니면 어떠랴, 한밤중에 일어나 잠못 이룰 때, 불면에 몸서리치지 말고 그 기회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의식적으로 깨어 있어 보세요. 밤의 정적과 그대 가슴에 귀기울여 보세요. 그대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어떤 천사를 보내셨는지, 왜 수도승들이 밤새 깨어 있기를 그리도 기꺼워했는지 짐작할 수 있을겝니다.
깨어 있을 때 비로소 우리 마음을 사로잡으시려는 하느님의 신비에 민감해지기 때문입니다.
제 편지 도움이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