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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나는 50에 꿈을 토핑한다(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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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봉 [t4153032] 쪽지 캡슐

2004-12-30 ㅣ No.77128

장기화 되는 경제불황, 치솟는 실업률, 실체를 드러내는 가족 해체 등으로 온 국민의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게다가 40, 50대 가장들의 어깨가 처지고, 20, 30대 청년들이 취업을 하지 못해 방황하고 있다. 300억대 자산가에서 무일푼 알거지가 되고, 다시금 창업자금 17만 원으로 재기에 성공한 성신제. 그의 이야기는 국가 전체가 앓고 있는 불안증과 우울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주기를 기대한다.

1984년 한국 최초로 피자를 들여온 피자업계의 신화, 성신제 고문이 미국계 피자 체인점 ''피자헛''의 한국 총판권을 얻어 전국적 규모로 키운 뒤 중식, 치킨 등 각종 브랜드 식당을 내며 80·90년대 외식업계에 지각 변동을 일으켰을 때 사람들은 혀를 내둘렀다. 그러다 1997년 말 외환위기 때는 빚더미에 올라앉고 말았다.

10층 높이에서 내려다보는 거리는 여느 날과 다르지 않았다. 차도엔 무수한 자동차들이 넘쳐나고 사람들은 어디론지 바쁘게들 움직이고 있었다. 나를 빼곤 모두들 일상의 안온함을 누리는 것 같았다. 돌이켜보니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저 길을 오가면서 참 열심히도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왜, 어째서…… 지금 나는 이 지경이 되어 있는 것일까? 억울했다. 나는 수모를 당할 만큼 나태하지도, 탐욕스럽지도 않았다. 주어진 일에 충실했고, 누구에게 내놓아도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삶을 살았다.

절망에 빠져 한 때 자살까지 생각했다는 그가 이듬해 자신의 이름을 딴 한국 토종 피자 브랜드를 내놨을 때 나이는 50이었다. 실패 속에서 그는 다시 피자를 떠올렸던 것이다. 그는 한국인 입맛에 맞는 피자를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다. 미국의 소문난 피자 집에 가서 주방을 탐색하고, 돌아와 하루 수십 장씩 피자를 구우며 ''성신제피자''를 완성시켜갔다.

"한국에는 미국식 피자가 정통으로 알려져 있지만 진짜 정통 이탈리아식 피자는 기름기가

없다"고 말하는 성신제씨는 뉴스를 보다가 "녹차가 항암효과가 있다"는 보도를 보고 당장 녹차피자 개발에 나섰다. 성공 비결은 먹는 것 하나라도 건강을 염두에 두고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것을 일찌감치 파악한 덕분이다.

"어느 고깃집 주인은 ''고기를 10년 넘게 팔다보니 고기만 봐도 역겹다'' 한다는데 전 피자를 20년간 먹어도 물리질 않아요. 지금도 하루 한 끼 이상은 먹죠. 제 생존의 아이템이어서인가 봐요."성신제 고문은 점심과 저녁엔 주방에서 직접 앞치마 두르고 일하고, 22개 전국 직영점과 가맹점을 돌아보느라 시간을 보낸다. 최근 몇 년간 TV에 얼굴을 비추며 교양·요리 프로그램 진행 등을 한 덕에 젊은 팬이 많다.

요즘 지하철에서는 유독 그에게 말을 건네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그가 몸소 보여준 패자부활 스토리에 감명 받고, 위안을 얻은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지금 성신제 고문과 같은 우리 사회의 40, 50대들은 어떠한가? 그들은 외환 위기를 겪고 결국 사오정, 오륙도라고 불리며 사회의 낙오자로 전락해가고 있다. 조기 퇴출 대상 일순위로 꼽히는 그들은 은퇴하기엔 너무 이르고, 도전하기엔 결코 젊은 나이가 아니다.

"정작 절 길거리에서 알아보고 손잡는 분들은 40·50대 명예퇴직자들이에요. 대학 나와 착실하게 직장생활하다 갑자기 버림받고 첨단기술에도 뒤처진…. 그들과 비슷한 제가 재기에 성공한 걸 보며 부러웠다고들 하시더군요. 그 말에 힘입어 요즘 창업 강좌에서 외식업체 경영기법을 강의합니다."

거듭된 좌절로 자살까지 결심했던 그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힘은 그 자신의 의지뿐만 아니라 가족이 절대적이었다. 점심값을 걱정하는 그를 위해 지갑 속에 몰래 돈을 넣어주는 아내와 묵묵히 아버지를 따라주는 자식들, 그리고 자신의 사업을 도와주다 세상을 떠난 동생이 있었기에 그는 다시 새로운 삶을 선택하게 된다. 이 책에서는 성신제 고문이 위기 상황에

 

빠졌을 때마다 가족이 얼마나 큰 힘이 되어주었는지 보여주면서, 우리가 잊고 있던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한국, 한국인 모두가 실의와 혼란에 빠져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성신제 고문은 자신의 삶을 통해 그 힘은 바로 가족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성신제 얘기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되는 일도 없이 하루 종일 속만 태우다가 집에 들어오면 육체 노동을 한 것보다 더 심하게 피곤이 몰려오곤 했다. 그날도 저녁을 먹고 신문을 뒤적이다가 나도 모르게 스르륵 선잠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얼마 동안을 자다가 언뜻 눈이 떠졌는데, 안방으로 들어오는 아내가 보였다. 저녁 설거지를 끝내고 아이들 잠자리를 봐주고 나서 들어오는 참이었던 모양이다. 헌데 다른 때와 달리 유달리 사뿐사뿐 조심스레 움직이는 아내의 태도가 이상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아내가 내 지갑을 집어 들더니 슬며시 1천 원짜리 몇 장을 집어넣는 것이 아닌가. 나는 아는 체를 하지 못하고 돌아누워 베개를 적셨다.

이 책에는 삶의 지침이외에도 외식사업 전문가로서 성신제 씨가 알려주는 사업의 노하우가 함께 담겨 있다. 그는 편안한 사무실에만 앉아있는 것이 아니라 매장에 직접 나가 손님을 맞이하고, 주방에서 도우를 만들 때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다. 그리고 바로 그런 점이 가장 큰 차이를 이룬다. 성신제 피자의 가맹점 주방엔 ''나라면 먹겠는가''라는 표어가 걸려 있다고 한다. 외국 음식인 피자를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재창조하겠다는 일념으로, 누구에게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음식을 만들겠다는 그의 신념과 장인정신을 고스란히 대변하는 문구다. 그리고 그는 오늘도 한국 고유의 피자 브랜드로 거대 자본에 의해 움직이는 외국의 외식 브랜드에 당당히 맞서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침 외에도 사업을 하는 데 있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구체적인 지침들까지 제시한다. 점포 선정의 조건, 유니폼의 중요성, 최상의 서비스를 위한 조건 등 외식 사업을 위해 필요한 사업상의 구체적인 지침과 노하우에 대한 조언을 들을 수 있다.

내가 그토록 중요시여기는 ''장인정신''은 곧 최고가 되겠다는 의지다. 그리고 최고가 되려면 미치는 수밖에는 다른 길이 없다. 일에 미친 사람은 결코 눈앞의 작은 이윤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에게는 오로지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의지만이 있을 뿐이다. 이윤이란, 돈이란, 쫓아가는 사람에게는 절대로 붙지 않는다. 자석의 같은 극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있는 것처럼 쫓아가면 쫓아갈수록 멀어지는 것이 바로 돈이다.

이 책은 성신제라는 한 개인이 실패를 딛고 재기에 성공한 얘기를 담고 있지만, 그의 개인사 속에는 분명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와 우리 부모님, 그리고 이웃들의 이야기가 함께 담겨 있다. 경제 불황과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왜 희망을 논해야 하는지, 그 의미를 되새기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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