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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적 요소 완전청산, 평등·민주 가족정책 추진
여성가족부 닻을 올려라
지은희 여성부 장관은 지난 12월 22일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가족정책의 목표를 “가족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사회 구현”이라고 제시하고 여성가족부 신설에 따른 향후 가족정책 추진방향을 밝혔다.
빠르면 2005년 여성가족부(가칭)로 확대 개편될 예정인 여성부가 가족정책기획단을 구성, 가족업무를 추진하기 위한 본격적인 수순에 들어갔다. 지은희 여성부 장관은 지난 12월 22일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가족정책의 목표를 “가족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사회 구현”이라고 제시하고 여성가족부 신설에 따른 향후 가족정책 추진방향을 밝혔다.
여성부는 1차로 가정학, 복지학, 사회학, 여성학 등 관련 전문가와 여성단체 대표들로 구성된 가족정책추진기획단을 구성, 12월 10일 첫 모임을 가졌다. 추진기획단에는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소장을 비롯해 현재 14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별도로 실무를 맡을 가족정책 액션플랜팀을 구성해 2005년 3월까지 가족정책의 마스터플랜을 짠다는 목표다.
여성부는 통합성, 평등성, 보편성, 사회성, 연대성을 가족정책 어젠다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여성부는 여성가족부의 핵심 추진과제로 가족의 안정성 강화, 출산과 양육보호, 돌봄의 사회적 지원망 구축, 가족문화 조성, 가족정책 총괄조정 체계 구축을 제시했다.
여성가족부가 가족정책을 총괄하면서 생기는 가장 큰 변화는 가부장적인 가족관계에서 평등하고 민주적인 가족정책으로의 방향 전환이다. 호주제 폐지를 바탕으로 다양한 가족형태를 인정하는 가족정책이 추진되어진다. 출산과 양육보호와 관련해 남아 선호로 인한 태아 성감별 행위, 출생 성비 불균형 등을 해소하는 시책 등은 호주제 폐지와 맞물려 있다.
여성부가 여성가족부로 개편되면서 건강가정기본법과 모부자복지법을 소관하게 되면 서비스와 프로그램에도 변화가 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건강가족기본법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적인 법으로 제소까지 당한 상태.
지 장관은 건강가족기본법에 대해 “여성계와 학자들의 요구와 주장을 수용해 계속 보완할 것”이라고 밝혀 법 정비 가능성을 내비쳤다. ‘건강가족’이라는 명칭으로 다양한 가족관계를 소외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건강가족지원센터’도 ‘가족지원센터(가칭)’로 바꾸는 등 운영에서 내실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사회복지학계와 시민단체들은 ‘건강가족기본법’을 대체할 ‘가족지원기본법’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여성부 가족정책기획단에 가족지원기본법을 지지하는 인사가 상당수 포함되어 있어 법률의 개정이나 대체법안 마련을 제안할 가능성도 높다.
여성가족부로 개편되면 가족정책 관련 부처와의 협상력도 높아질 전망이다. 여성부는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어나면서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법, 고용보험법 등의 법률이 가족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음에도 초미니부서의 한계로 큰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그러나 가족정책을 총괄하게 되면 산전후 휴가, 육아휴직제, 부성휴가제 등 모성보호와 가족친화적 직장문화 조성을 위한 정책협의도 강화하고 가족과 관련된 법률도 재정비한다는 방침이다. 이 안에는 부성휴가제 등도 포함되어 있다. 여성부가 지난 12월 한국세무학회에 여성관련 세제를 의뢰한 것도 관련 법률에서 목소리를 높이기 위한 기초조사라고 볼 수 있다.
이번 개편안은 2005년 2월 중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심의를 거쳐 여성가족부 직제 및 시행규칙이 마련된다.
한편 지난 12월 17일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가 여성가족부로의 확대개편안을 발표하면서도 이번 개편안이 가족정책의 통합적 추진을 위한 ‘1단계’라고 밝힌 점에 비추어볼 때 향후 더 높은 수준의 가족정책 통합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다.
■ 유럽의 가족정책은…
성평등부서가 가족정책을 총괄하는 것은 독일과 노르웨이의 모델을 기초로 하고 있다.
독일은 1972년 청소년·가족·건강부에서 여성문제를 관할하기 시작해 1979년에는 청소년·가족·건강·여성부로 개칭했다. 통일 후 1990년에 여성청년부와 가족·건강부로 분리 확대됐다가 다시 1994년 가족·건강·노인·여성·청소년부로 통합됐다. 또 정부의 각 부에는 여성문제 담당자를 두어 평등지위정책을 연방정부의 고유한 정책영역으로 강화했다.
노르웨이의 경우는 아동가족부에서 아동과 가족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특히 보육은 노르웨이가 여성문제와 가족문제를 풀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 지역마다 갖추어진 복지센터에서 보육과 노인에 대한 돌봄노동을 지원함으로써 가족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여성부도 노르웨이를 모델로 학교와 연계한 돌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송옥진 기자
■ 여성계‘기대반 걱정반’
여성계는 여성부가 여성가족부로 확대 개편되는 것에 대해 “가족정책에 성인지적 관점이 반영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여성정책의 축소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로의 확대 개편은 부처별로 흩어져 있던 가족정책을 총괄해 통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반면, 여성정책과 가족정책을 동시에 주관함에 따라 여성업무가 상대적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그러나 여성계 관계자들은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며 여성가족부가 여성업무를 기본으로 노인, 아동, 청소년 업무를 전담하는 부서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구경숙 한국여성단체연합 정책부장은 “성평등과 가족정책을 통합해서 추진할 수 있게 된 점은 다행이지만 성평등 문화가 아직 미진한 점을 감안할 때 여성정책 기능을 강화하도록 여성정책국을 여성정책실로 격상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또한 지방분권 시대를 맞아 지방정부가 여성정책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는 역할이 보다 강조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연합 수석국장은 “가족업무가 여성부로 이관된다 하더라도 여성부가 맡았던 고유의 업무는 축소돼서는 안된다”라고 강조하며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여성부 업무와 함께 민주적이고 평등한 가족정책을 수립해 주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반면 곽배희 가정법률상담소 소장은 “각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가족정책을 여성가족부가 총괄하게 되는 것은 가족업무가 본격적으로 다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개편될 여성가족부는 여성정책은 물론 가족, 아동, 청소년 업무 전반을 담당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족정책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짚어 내는 사전 준비가 필요하며 남성중심으로 형성된 법, 제도를 개편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여성계 관계자들은 건강가족기본법이 가족의 다양한 형태를 담아내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어 앞으로 여성가족부가 집행과정에서 여성계의 목소리를 어느 정도 반영할지에 귀추가 모아지고 있다.
이재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