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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16일 아침, 서울 대광고 3학년 강의석 군(아래사진)은 학교 방송을 통해 ‘종교의 자유’를 선언했다. 기독교 재단이 운영하는 사립학교에서 강제적으로 이루어지는 예배를 거부하겠다는 것이었다. 강군은 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국가인권위에 학내 종교의 자유를 요구하는 진정을 냈다. 그러나 학교 측은 강군에게 전학이나 퇴교를 종용했다. 곧 강군은 제적통보를 받고 퇴교조치 당하기에 이른다.
강군은 8월 11일부터 학칙 개정을 요구하며 단식에 들어갔다. 9월 1일 ‘재판부가 퇴학처분 효력정지 및 지위보전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복교하고 나서도, 단식을 계속했다. 단식 37일째 “부모님께 걱정을 끼쳐드리는 게 부담스럽고 홀로 마음을 다잡고 싶어” 가출을 한 강군은 지리산 인근에서 발견돼 집으로 실려 왔다. 마침내 단식 46일째,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 예배참석의 자율권을 주겠다고 밝혔고 강군은 단식을 풀었다. 이후 강군은 학교 측이 합의 내용의 실천에 미진한 태도를 보인다는 이유로 10월 16일부터 일주일간 2차 단식을 실시하기도 했다.
지난달 27일부터 3일간 열린 청소년특별회의에 참석한 강군은 발제나 토론자로 나설 때 마다 또래 청소년들의 박수를 받았다. 다만 의례적인 것이 아니었다. 이미 또래 사이에도 강군은 경외감을 주는 존재가 됐다. 무엇이 대한민국 고3 강의석군을 이렇듯 평범하지 않게 두었는지는 지난 한 해의 그의 행동이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학생신분에서 46일간 단식을 통해 신념을 지키기란 결코 쉬운 결단이 아니었을 것. 왜 하필 단식이었느냐는 질문에 강 군은 다만 “지난한 싸움에서 나태해지고 지칠까봐 스스로를 경계하고자 하는 의지표현이었다”고 답했다. 또 “싸우는 과정에서 학교 측에 의해 거짓사실이 유포되거나 내 의도가 왜곡되는데 대해서도 보다 당당하게 주장하겠다는 뜻도 담겨 있었다”고 더했다.
강의석군의 지난 한 해는 참 다사다난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에게선 덤덤한 답변이 날라왔다. “2003년, 2004년, 그리고 2005년도 나에겐 다 똑같이 특별하고 소중한 시간들이에요.”
그렇지만 분명 남다른 성과는 있었다. “살아가면서 다양한 경험들을 하면서 살아가겠죠. 그 중에서 올바름을 주장할 때 참 힘들 수도 있겠구나, 그런데 그걸 잘 견디고 굽히지 않으면 무언가 성과가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필귀정, 정의는 승리한다는 식의 책에서만 봤던 문구들 있죠. 그걸 직접 느낄 수 있었던 한해였던 것 같아요.”
2005학년도 대학입시에서 강군이 서울대 법대에 합격했다는 소식은 다시 한번 언론을 통해 주의를 끌었다. 헌법에 보장된 종교자유의 권리가 학생들에게도 있다고 주장하며 홀홀 단식 투쟁으로 사회에 경종을 울렸던 이 고 3학생이 힘겨운 싸움 와중에도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다는데 대한 감탄이었다. 학교의 퇴학 조처 이후 법원의 판결이 확정되지 않아 아직 ‘임시학생’ 신분을 달고 있는 강군의 입학 여부는 1월 중 법원의 판결에 따라 최종 결정된다.
대학생이 되어서 강 군은 “법에 대해 배워보고 싶고, 다양한 토론과 책과의 대화를 통해 나와의 대화도 충분히 하고 싶다”고 한다. 물론 전국 각지 여행을 하고 싶다는 소망도 귀띔한다.
강군은 또 최근 ‘푸드뱅크 시스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한쪽에선 음식이 남아돌고 다른 한쪽에선 기아로 허덕이는 사회 구조에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기초적인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마음에 들었어요. 관심을 갖고 아직 공부하는 중이에요.”
옳다고 생각한 것들을 실천으로 옮기려고 노력하는 청년 강의석. 중학교 때 환경관련 서적을 본 이후 강군은 머리 감을 때 샴푸를 사용하지 않는다. ‘음식물 쓰레기 남기지 않기’, ‘차보다는 자전거 타기’도 그가 실천하는 일들 중에 하나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다 존엄성이 있다는 말을 믿어요. 살아있다는 것 만으로요. 주로 자전거를 이용하는데요, 동대문에서 종로정도 거리는 두 다리로 충분해요.”
강군은 “종교행위를 강요당하거나 그로 인해 양심의 상처를 입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현재 특정 종교행위를 강요한 사립학교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소송을 준비 중이다. 원고를 모집 중인데, 졸업한 지 3년 이내의 졸업생들도 참여할 수 있다고 한다. 또 오는 1월 9일부터 17일간 부산부터 서울까지 학교 내 종교의 자유의 정당성을 알리는 국토대장정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기엔 학내 종교의 자유 이슈와 함께 만들어진 인터넷 모임 ‘청소년의 권리(ROY)’ 친구들이 함께 한다.
“아직 끝난 게 아니에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인걸요.” 2004년 강의석 군은 사회를 향한 한걸음을 뗐다. 옳은 것을 당연히 주장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더라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사필귀정’, ‘정의는 승리한다’ 경구로만 듣던 승리의 경험도 얻었다. 강 군의 소중한 경험이 희망이 될 줄을 알기에 우리도 함께 2005년을 웃음으로 맞는다.
최문주 기자 cmjoo@ngotimes.net 사진 = 양계탁 기자 gaetak@ngo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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