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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

(로소 피오렌티노(1495-1540),1521년,시립미술관,볼테라,이탈리아)
성경은 짤막하게 예수님의 죽음과 묻히심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화가들은 성경에는 없으나 이 두 사건 사이에 벌어졌을 일을 상
상하여 그리곤 했다. 그 중에서도 예수님을 십자가에서 내리는
장면은 영화로 치자면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처참한 장면임에
틀림없다. 과거의 화가들은 어쩌면 오늘날의 영화 감독과도 흡사
했다. 그들은 그림의 주제가 정해지면 누구를 주인공과 조연으로
할 것인지를 정한다.
일단 등장인물들이 정해지면 장면을 연출한다. 십자가가 등장하
고, 그 위에 매달려 돌아가신 예수님이 있으며, 그가 누군가에 의
해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순간이 그려진다. 누구는 사다리 위에
올라가서 예수님을 뒤에서 부축하고 있을 것이다.
누구는 못을 빼고 있을 것이며, 또 누구는 아래서 사다리가 움직
이지 않도록 붙잡고 있을 수도 있다. 이 밖에도 화면 왼쪽에 기절
하신 성모님과 부축하고 있는 두 여인,땅에 엎드려 성모님의 다
리를 붙잡고 몹시 슬퍼하고 있는 붉은 옷을 입은 마리아 막달레
나가 보인다.
화면 오른쪽에서 얼굴을 감싸안고 슬피 우는 남자는 예수님으로
부터 가장 사랑을 많이 받았던 복음서 저자 요한이다.
로소의 이 작품은 혼란스러운 듯 보이기도 하고 역동적으로 보이
기도 한다. 작품의 제작 연대는 전성기 르네상스 시대에 속하지
만 르네상스 미술의 특징인 편안함, 조화, 균형, 비례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화면을 지배하는 것은 일종의 부조화와 혼란으로
당시로서는 완전히 혁신적인 요소였다. 이처럼 성화는 신앙의 표
현이기도 했지만, 화가에게는 전통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창조
하고자 했던 탐구와 도전의 수단이 되기도 했다.
- 고종희 마리아(한양여자대학 교수)/「그대지금어디에」
4월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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