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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화(九華)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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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흥 [felixjh] 쪽지 캡슐

2006-05-10 ㅣ No.99243

一莖九華를 줄여서 구화라고 부릅니다..


뜻 그대로 풀이한다면 한 줄기의 꽃대에 많은 꽃송이가 달려있다라는 의미이지요..

 

한 줄기에 꽃대에 여러개 달린 난의 종류로는 일반적으로 寒蘭이 유명하지요.

그러나 한란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아는 반면 이 구화는 아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아마도 그 이유는 우리나라 제주에 한란은 자생을 하나 구화는 자생하지 않으며 중국이
원산지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 생김새를 보면 구화는 거치가 달린 40-60Cm 이상의 긴 잎이 억세어 남성적으로 보이며,
한란은 잎은 상대적으로 선이 부드럽고 조직이 부드러워 여성적으로 보입니다.

 

꽃대는 두 난 모두 50Cm이상 길게 잎 위로 솟아 시원스럽게 보입니다만
구화는 꽃대가 굵직하고 꽃잎도 한란에 비하여 넓은 편입니다..

 

중요한 점은 이 구화가 많은 난종류 중 가장 향이 농후한 품종이라는 것이지요.

 

저는 1980년대 부터 애란생활을 20년 이상 하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난을 접했을 때에는 중국이 원산지인 중국란을 소장하고 싶어했으며
일본한란은 그 가격이 너무 비싸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그 당시 제 월급이 20만원대였는데,,일본한란 고급품종은 한 촉당 수백만원짜리가
수두룩 했었지요.

 

그러다 80년 중반부터 우리나라 산야에 자생하는 한국춘란의 개발 열풍이 불자
중국란과 한란의 가격은 곤두박질을 쳐서

그 당시 화보로나 볼 수 있었던 일본한란 명품이 이제는 10만원대이면 좋은 것으로 한 분을
사서 즐길 수가 있습니다.

 

저도 한국춘란의 열풍에 휩쓸려 처음 저의 첫사랑이었던 중국란은 천덕구러기 취급을
하게 되더군요..

길게 뻗은 구화의 잎도 거추장스럽고 가뜩이나 좁은 베란다 난실의 면적만
넓게 차지하는 그 놈들이 영 탐탁치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놈들을 모두 잘 보이지도 않는 한 구퉁이에 쳐박아 놓고,,죽거나 말거나
구박을 하였습니다..주인의 마음이 자기에게 떠난 것을 안듯 그 놈들은 매년 잎에서
빛을 잃어 가더군요..

 

그렇게 십수년이 지나자 제가 소장했던 구화는 대부분 죽어버리고 두세 분만 남게되었습니다.

3-4년 전 4월의 어느날 난실의 바닥청소를 하고 있는데,,슬쩍 지나가는 듯한 청량한 향기를 느끼게
되어 보니 구화가 구화답지 않게 아주 가녀린 꽃대에 겨우 두송이의 꽃을 달고 있더군요.

 

저는 그 모습을 보고 애처로운 생각이 들고 또 잊었던 그 향기의 추억이 새로워
그 놈을 난실의 제일 좋은 곳에 놓고 세력을 회복시키려 애를 많이 썼습니다.

 

그리고 죽어 버린 몇 품종의 구화를 새로 구하려고 애를 써 보았으나
이미 국내에는 그 구화를 재배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구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그래도 백방으로 수소문하여 몇분의 새로운 구화를 구하여 그 동안 구박했던
것을 보상하기라도 하듯이 관심을 기울여 주었더니,,매년 봄이면 다시 그 튼실한
꽃대에 귀여운 소녀 같은 꽃과 향기를 선사해 주더군요..
.
.
.
우리나라가 우리 산야에 자생하는 한국춘란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개발하여
난문화를 발전시킨 반면에(사실은 이것도 일본인들이 먼저 한 것입니다),

 

중국은 문혁 때 홍위병들에 의해 난문화가 자본주의 문화라 하여 난재배자를 핍박하고,
난재배자들이 소장하던 난들은 국가가 강제로 빼앗아 처분해버려 난문화가 완전히 초토화되었었습니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이 바뀌어,,중국도 경제력이 급속도로 발전하게 되었고,,
자신들의 정신유산의 회복에 눈을 뜨게 되면서,,자신들의 땅에서 채취되어 애배되었된
난의 명품들을 찾게 되었으나,,중국 내에선 이미 절종되다시피 하였답니다..

 

하는 수없이 중국인들은 일본과 한국에 있는 자신들의 난품종(중국난)들을 무섭게
수집하여 싹쓸이 해가다시피 하더군요.

 

그들의 난에 대한 감상기준은 잎의 무늬와 꽃의 색을 감상하는 일본과 우리와는 달리
그 향을 중시한 고전적 원칙대로 향이 없는 난들은 그 가치를 절하하더군요..
(아쉽게도 한국 춘란은 향이 나지 않습니다..)

 

그 덕분에 제가 소장하고 있던 몇 분의 구화도 그 가치가 몇배로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아무도 쳐다보지 않던 구화가 요즘 새롭게 각광을 받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내팽겨쳐 버리고, 한술 더 떠 무시하고 핍박했던 고색창연한 가치들이
구화와 같이 새로운 평가를 받을 날이 다시 올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였습니다.

 

또 한국춘란만이 최고라 떠받쳤던 국수적인 난문화가 중국난의 王者香을 무시하여
구화의 아름다움과 청아한 향기의 가치에 눈멀게 하였으며,,

 

정신 문화의 한 작은 지류일 뿐인 난의 세계에서도 이제는 난품종 자체의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어야 하는 세계화의 물결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즉 더 이상 원산지가 한국이라는 것만으로는 그 난의 가치를 높게 평가할
요인이 될 수가 없게된 것지요...


혹여라도 화원에서 또는 길가에서 구화를 만나시게 된다면
한 분 들여다가 정성을 가지고 재배하시면 틀림없이 봄이면 꿈같은 향기를
선사할 것이며,,신데렐라 같은 구화이야기를 떠올리실 수 있을 것입니다..

 

<一莖九華  程梅 : 실물로 보면 꽃이 크기가 거의 어린아이 주먹만한 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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