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 폭발과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인도네시아 자바 섬은 인도네시아의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으로 사람이 살기가 좋은 곳입니다.
섬의 뼈대를 이루는 산악(gunung)지대가 많고 반둥지역처럼 고원(高原)지대가 있어 열대지방 임에도 덥지를 않고 아주 시원하고 아침저녁으로는 서늘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수라바야 근교의 크레티스 고원이나 반둥교외의 치아뜨르에 가보면 마치 유럽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350년 동안 인도네시아를 지배하면서 나라이름마저 ‘네덜란드 인디아’(Neatheland - India)로 개칭한 17세기 해양강국 네덜란드 사람들이 지은 유럽풍의 별장이 산재해 있기 때문입니다.
‘적도(赤度)에 걸린 에메랄드 목걸이’란 별명을 가진 자바섬은 인근 화산에서 내뿜는 화산재(pozzolana)로 인해 이 지구상에서 가장 비옥한 땅이기도 합니다.
자바 원인(原人)의 유골이 나오자 성서에 쓰인 에덴동산이 바로 자바 섬이었다고 주장하는 학설이 나왔으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로 모든 것이 풍족하다고나 할까요.
벼농사의 경우 1년에 3모작이 가능하고, 최소한 2모작 이상은 할 수 있습니다.
우기와 건기가 있는 열대 다우림 기후여서 비가 잦고 낮에는 푹푹 찌고 아침저녁으로는 매우 서늘하여 작물의 생육조건이 최적의 지역이고 화산재가 바닥에 깔려있어 지력(地力) 또한 최고로 좋기 때문에 비료 한번 주지 않아도 모든 작물이 기가 막히게 잘 자라는 곳입니다.
병충해도 별로 없습니다. 자외선이 강해서 세균번식이 불가능 하기에 쌀밥을 해서 대나무 소쿠리에 담아서 1주일을 두어도 밥이 쉬지를 않습니다.
짐승들도 농작물에는 피해를 주지 않습니다. 고양이도 쥐는 안 잡아먹을 정도로 먹을 게 많다보니 그런 것입니다.
꽃도 과일도 지천입니다.
망고스틴. 듀리안, 망기스, 망고. 파파야. 부아 람부탄 등 이름마저 외울 수 없는 수십 종의 향기로운 열대과일이 1년에 몇 차례씩 달릴 정도로 풍성합니다.
우리가 먹는 파인애플이나 바나나는 과일 축에도 못 낄 정도로 흔하고....
조그만 자주색 고무공 같은 껍질 속에 하얀 쪽 마늘처럼 생긴 향기로운 망고스틴은 ‘Queen of fruit 과일의 여왕’이라 불리고, 마치 도깨비 방망이처럼 불룩불룩 생긴 껍질 속에 쿠리쿠리한 냄새나는 버터 같은 속이 들어있는 듀리안은 ‘king of fruit 과일의 왕’이라 칭하는데 한번 맛을 들이면 향수가 자꾸 느껴지는 묘한 맛이기도 합니다.
강이나 바다에는 2억의 인구가 아무리 잡아도 고기는 늘어나기만 하고....
우당(udang)이라 하는 새우의 보통크기가 우리가 흔히 소금구이로 먹는 보리새우 다섯 배 정도는 크니까 5마리 정도 구워 먹으면 성인들 한 끼 식사는 거뜬합니다. 그게 겨우 한국돈 몇백원에 살 수가 있으니....
자바 섬의 인구밀도가 타 지역에 비해 훨씬 많다보니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Transmilasi라 하여 주민이주 정책을 펴서 인근의 칼리만탄 섬이나 슐라웨시 섬으로 이주비용을 주고 집도 지어주고 농토까지 만들어 주어도 얼마 되지 않아서 이주해 간 그 사람들이 다시 자바 섬으로 되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입니다.
제가 근무했던 원목회사가 칼리만탄의 정글에 임도(林道)를 내고 100년 200년 된 나무를 벌채 한 후에 그 땅에 이주민을 위한 가옥과 농토를 마련해 주고 또한 댐을 건설 해 주었지만 몇 해만 지나면 모든 게 무용지물이 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걸핏하면 화산이 폭발하고 지진이 일어나 1년에 수천 명이 목숨을 잃는데도 불구하고 자바 섬을 떠나지 않는 이들의 삶을 생각하며 모진 삶의 질곡을 다시 한 번 가슴 아프게 느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