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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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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johnmaria91] 쪽지 캡슐

2020-08-28 ㅣ No.97777

빛 바라기 (2013)

 

 


지
난 주일 우리 집 뜰을 돌며 사진을 찍고 있으려니

아내가 윗 층에 올라가 보란다.

사진 찍을 게 있단다.

누구 말씀인데 거역할 수 있으랴.



화두를 받은 것 같은 마음으로

이 층으로 올라갔다.



사실 우리 딸 아이들이 살던 이 층엔 지금 아무도 없다.

큰 딸 아이는 결혼을 했고

둘째와 셋째는 함께 부르클린에 나와 살고 있으니

그야말로 적막강산이다.



고요하기만 한 이층의 거실 테이블 위에 놓여진 화분 하나.



"언제 가져다 놓았을까?"



투병한 유리 화분 안엔

푸른 이파리의 허브같은 식물이 자라고 있었다.

초록의 작은 이파리들이 경쟁이라도 하듯

고개를 쭈욱 내밀었다.

발 뒷굼치도 바짝 들었다.



빛이 드는 거실의 유리문을 향해서.------



무릇 살아 있는 녹색의 잎들은 모두 빛을 향해

자신의 존재 전부를 내어던질 정도로 치열한 삶을 살고 있다.



'정 중 동'



살아가는 일,

살아야 하는 일이 이리도 눈물 겨운 일임을

소리 없는 함성으로,

그리고 여린 몸짓으로

말하고 있었다.



저 작은 식물은

'나라는 존재에게 있어서 빛은 무엇인가?'

라는 화두 하나를 하나 더 내 어깨 위에

얹어 놓았다.



내 존재 전체를 걸고

찾으며 살아야 하는

빛.

나의 빛.

나만의 빛.



나는 하릴없이 층계를 천천히

걸어내려왔다.



나만의 빛을 찾아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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