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눈동자, 뱀의 발가락
몇년 전인가 모 방송국 코메디 프로 중 형이 경영하는 ’원조 순대국 집’이 호황을 누리는 것을 본 동생 부부가 바로 옆에 ’원래 순대국 집’을 차려 놓고 형님네 식당 주방장에게 순대국을 맛있게 끓이는 비법(秘法, 신식 말로 노하우)을 알아 내려고 갖은 애를 쓰던 재미있는 장면을 떠올리면서 혼자 웃음질 때가 가끔 있습니다.
똑 같은 옷감이 유명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치면 화려한 ’홧숀 쇼’를 빛내는 이브닝 드레스가 되는가 하면, 중 소 봉제공장을 거쳐 우리 서민들이 시장에서 적당한 값에 사입을 수 있는 ’옷’이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같은 문자 언어를 사용하여 우리의 생각을 표현하는 글도 구사하는 인물(作家)에 따라 세세 대대로 읽혀지는 불후(不朽)의 명작(名作)이 될 수 있으며, 당대에 반짝 하거나 세상의 분란만 일으키는 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같은 재료나 소재를 사용하여 무엇을 만들어도 그것을 만드는 사람에 따라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나는 이유가 많겠지만 그 중 가장 큰 것은 그 끝 마무리가 깔끔하냐 아니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 했습니다.
그러던 중 글이나 그림 뿐 아니라 세상 모든 일의 마무리에 관하여 용과 뱀을
대비(對比)한 화룡점정, 사족, 용두사미라는 고사성어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백과사전(두산 세계 대백과)을 찾아 그 뜻을 알아보았더니 다음과 같았습니다.
"화룡점정 [ 畵龍點晴 ] : 용을 그린 다음 마지막으로 눈동자를 그린다는 뜻으로
가장 요긴한 부분을 마치어 일을 끝냄을 이르는 말.
무슨 일을 할 때 최후의 중요한 부분을 마무리함으로써
그 일이 완성되는 것이며, 또한 일 자체가 돋보인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사족 [ 蛇足 ] : 하지 않아도 될 쓸데없는 일을 덧붙여 하다가 도리어 일을 그르침을
이르는 말. 원래 뱀[蛇]의 발이란 뜻으로 필요 없는 부분까지 그려
넣는다는 말이다."
"용두사미 [ 龍頭蛇尾 ] : 용 대가리에 뱀의 꼬리란 말로 시작은 그럴 듯하나 끝이
흐지부지한다는 말이다."
이상과 같은 세 가지 고사성어의 뜻을 확실히 알게 되니 앞으로 저도 글을 쓰거나 무슨 일을 할 때는 시작할 때와 같은 마음으로 용의 눈동자(龍睛)를 그리는 깔끔한 마무리를 하여야겠고, 뱀의 발가락(蛇足)을 그리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끝 -
사족(蛇足) 한 마디- 그후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형이 경영하던 ’원조 순대국 집’의
순대국이 맛이 좋아 손님이 많고 번창한 비법은 주인에게 싫은 소리를
들은 주방장이 주인을 골탕 먹이려고 주인 모르게 순대국 깊숙이
맛있는 고기를 듬뿍 넣는 ’깔끔한 마무리(?)’를 하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강길
| Billy Vaughn Orc - Come Septemb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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