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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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스테파노신부님 살레시오회 : 교회의 성장 그 이면에 누군가의 노고와 땀방울의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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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석 [pys2848] 쪽지 캡슐

2022-01-12 ㅣ No.152205

 복음을 묵상하다 보면 참으로 재미있을 때가 많습니다. 복음은 우리에게 다양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넉넉한 여유와 공간을 제공합니다. 오늘 복음을 읽다 보면 시몬의 장모가 출현합니다.

 

갑자기 이건 뭐지? 하는 생각이 들지요. 수제자이자 초대 교황님이신 시몬 베드로 사도에게 장모님이 있었구나. 그렇다면 당연히 부인도 계셨겠네? 자녀들도 줄줄이...? 그러나 복음서는 구구절절 늘어놓지 않습니다. “시몬의 장모가 열병으로 누워있었다!” 그게 전부입니다.

 

시몬의 장모는 열병으로 누워있었다고 전하고 있는데, 아마도 열불이 나서 걸린 화병이 아닐까 싶습니다.

 

화병의 이유는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딸을 책임져야 할 사위 시몬이 갑자기 달라진 것입니다. 배도 그물도 던져버리고, 예수란 사람을 따라나선 것입니다. 장모인 자신은 물론이고 애지중지 키워 시집보낸 딸도 갑자기 개밥에 도토리가 되고만 것입니다.

 

사위가 그길로 눈앞에서 사라져버렸으면 차라리 좋았을 뻔했습니다. 사위는 틈만 나면 장정들을 우르르 데리고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장모와 딸은 그 장정들 밥해대느라 허리가 다 휠 지경이었습니다. 당연히 속에서 열불이 치솟았고, 그로 인해 열병에 걸린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시몬 장모의 그런 마음 상태를 어찌 모르셨겠습니까? 미안한 마음, 송구한 마음을 담아 장모가 누워있는 방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아마도 그러셨을 것입니다. “장모님! 죄송합니다. 널리 이해해주세요.” 그러면서 장모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우시니 즉시 열이 가셨습니다.

 

예수님의 인류 구원 사업이라는 중요하고 가치있는 일이 성공적으로 전개되기 위해서 여러 사람의 희생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교회가 주님 뜻에 맞게 성장해나가는 과정에서 누군가의 노고와 땀방울의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어제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스무 살의 나이로 꽃 같은 젊음을 활활 불사른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의 배은심 여사의 장례식이 엄수되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견디기 힘든 일 중에 하나가 아들을 앞세우는 것입니다. 그리고 밥숟가락을 드는 일입니다. 금쪽같은 아들을 먼저 떠나보내고 나서 얼마나 가슴이 찢어졌겠습니까?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어머님은 마냥 슬픔에 잠겨있지 않으셨습니다. 아드님의 장례식에서 당당한 투사의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위로하는 사람들 앞에서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앞으로 이제 제가 아들 대신 싸우겠습니다!”

  

그리고 그 약속을 눈을 감는 마지막 순간까지 삶으로 지켜내셨습니다. 그녀는 두 손을 활짝 펼쳐 또 다른 아들들, 열사들을 기꺼이 아들로 맞아들였습니다. 이 땅의 민주화를 조금이라도 앞당길 수 있는 자리에는 언제나 함께 하셨습니다.

  

아들을 떠나보낸 후 35년 세월을 고통받는 노동자들과 농민들에게 따뜻한 의지처가 되어 주셨습니다. 그렇게 그녀는 이 땅의 민주화의 어머니로 찬란한 별이 되셨습니다.

  

분신과도 같은 사랑스런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큰 고통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아들이 지상에서 이루지 못한 바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신 배은심 어머님의 영혼을 자비하신 주님께서 따뜻이 안아주고 계시리라 확신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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