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금)
(백) 부활 제4주간 금요일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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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포도주가 없구나.” - 양주 올리베따노 이영근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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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문숙 [moon6388] 쪽지 캡슐

2022-01-15 ㅣ No.152291

 

                                          요한 2, 1-11(연중 2 주일)



연중 제2주일입니다. 지난 주일에는 예수님의 세례를 통해, 하느님께서 당신 아들을 세상에 드러내주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그 아들의 “때”가 왔음을 알려줍니다. 그 “때”는 천상잔치를 암시하는 혼인잔치가 벌어지는 때입니다. 그 날은 부활의 날을 상기시켜주는 “사흘째 되는 날”입니다.

오늘 <제1독서>는 이사야 예언자를 통해 이 “때”를 미리 알려줍니다. 그 때에 이렇게 말합니다.

 “너의 땅은 ‘혼인한 여인’이라 불리리라.”(이사 62,4)

그리고 <제2독서>는 그로 말미암아 주어지는 풍성한 성령의 은사들에 대해 말해주며, 오늘 <복음>은 그 혼인잔치가 벌어지는 날입니다.

오늘 <복음>에는 참으로 풍부한 의미들이 담겨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의미 중의 하나는 ‘때’, 곧 “그리스도의 때”입니다.

 

영국의 3대 낭만파 시인 중의 한 명인 바이런이 옥스퍼드 대학 종교학 과목 시험을 칠 때 있었던 일입니다. "물을 포도주로 바꾼 예수님의 기적에 대해 논하라"는 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그런데 모두가 열심히 답지를 쓰는데, 바이런만 멍하니 창밖을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감독관이 주의를 주었지만 시험 종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계속 멍 때리기를 계속하자 화가 난 감독 교수가 백지로 제출하면 영점처리 되고 학사경고의 대상이 되니 뭐든 써 라고 하니, 그때서야 그는 단 한 줄만 써놓고 유유히 빠져 나갔습니다. 하지만 달랑 한 줄 답안지는 이 대학 신학과 창립이후 모든 교수들을 감동시킨 전설의 만점 답안지가 되었습니다. 그 한 줄은 "물이 그 주인을 만나니 얼굴을 붉히더라."!!!

 

이 이야기는 바로 물이 그 주인을 만난 때 벌어진 일을 말하고 있습니다. 곧 오늘 <복음>에서는 “때”는 우선 혼인잔치가 벌어진 “때”입니다. 구약에서는 오늘 <제1독서>에서 볼 수 있듯이,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백성 이스라엘을 당신의 신부라 칭합니다. 그러니 혼인잔치는 하느님과 하느님의 백성이 하나로 결합되는 “때”입니다. 성모님께서는 마지막 결정적 때가 벌어지는 십자가 아래에서도 아들과 함께 하셨듯이, 지금 공생활의 첫 시작에 함께 계십니다. 단지 함께 계실뿐만 아니라, 바로 이 아들의 ‘때’를 열어 가십니다. 성모님께서 먼저 이 ‘때’를 알아채시고, 예수님께 말씀하신다.

                                                      “포도주가 없구나.”(요한 2,3)

 

하느님과 하느님의 백성 사이에 ‘포도주가 없다’는 것은 옛 계약이 의미를 상실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곧 결핍을 나타내는 숫자인 ‘여섯 개의 빈 항아리’는 사랑이 결핍되어 있음을 나타냅니다. 더구나 모두 비어 있어서 더 이상 줄 것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제 십자가에 달리신 당신 늑방에서 흘리신 새 포도주, 새 사랑이 퍼내줄 ‘일곱 번째의 항아리’를 향하고 있습니다. 곧 새 계약의 때가 다가왔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성모님께서는 포도주가 없다는 사실을 잔치 주관자나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고 예수님께 알리신 것은 예수님께서 그 포도주를 가지고 계시다는 것을 아셨기 때문입니다. 곧 성모님께서는 포도주가 다 떨어진 바로 이 사실에서 “그리스도의 때”가 왔음을 보았던 것입니다. 이 “때”를 예수님께서 직접 밝히십니다.

“여인이시여, 저에게 무엇을 바라십니까?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요한 2,4)

이는 “예수님 자신의 때”, 곧 “그리스도의 때”가 있음을 분명히 밝히시며, 당신께서는 아버지 하느님께서 정하신 때에 일을 하시겠다는 말씀입니다. 여기에서, “저에게 무엇을 바라십니까?”의 원문을 직역은 “당신과 나 사이에 무엇이 있습니까?”라고 합니다. 그래서 공동번역에서는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라고 번역하기도 합니다. 이는 어머니와 아들에게 ‘아버지의 뜻과 아들의 때’가 있음을 암시해줍니다.

결국, 어머니께서는 “때”를 구실 삼아 아들에게 거절당하십니다. 그러나 성모님께서는 조금도 무안해 하시거나 섭섭해 하지 않으시고, 모든 것을 예수님께 맡기십니다.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 2,5)

 

성모님께서는 요청하는 자세에서 순종하는 자세로 태도를 바꾸십니다. 비록 거절당했지만, 무엇을 하든 어떻게 하든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고 하십니다. 그렇습니다. 성모님께서는 자신의 뜻이 아닌 아들의 원의에 모든 것을 맡기십니다. 이토록, 성모님께서는 명령이 있기도 전에, 이미 순명하십니다. 믿음 안에서 예수님을 이미 잉태하고 계셨듯이, 믿음 안에서 이미 예수님께 순명하십니다. 본문에서 제자들은 기적을 보고서 믿었지만, 마리아는 기적이 일어나기 전에, 이미 예수님의 권능을 믿으신 까닭입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순명인가? 이 아름다운 일은 이제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순명을 불러오는 참으로 아름다운 일로 번져갑니다. 곧 예수님께서 아직 자신의 때가 아니라고 하는 바로 그 ‘그리스도의 때’를 불러옵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순명입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순명의 3중주곡입니다. 마리아의 예수님께 대한 순명과 그 순명이 불러온 마리아에 대한 예수님의 순명, 그리고 마리아와 예수님께 대한 시중꾼의 순명입니다.

그리하여 과방장은 “좋은 포도주를 이제까지 보관하고 계셨군요.” 라고 선포하게 됩니다. 그러나 묘한 것은 이 혼인잔치에서는 단지 과방장이 새 포도주를 맛보았을 뿐, 아직 그 누구도 아직은 마시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바로 지금이 그 ‘때’ 입니다. 과연, 지금이 새 포도주를 마셔야 할 ‘때’ 입니다.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하느님과 함께 혼인잔치를 거행할 ‘때’ 입니다. 그래서 카나의 이 혼인잔치에는 신부가 보이지 않습니다. 바로 우리가 그 ‘빈자리’로 초대받은 까닭입니다. 곧 우리가 신부로 초대받은 것입니다. 그러니 바로 오늘이 신부로서 예수님을 신랑으로 모셔야 할 ‘때’ 입니다.

이제 우리는 이 성찬례를 통해서 이 은혜로운 사랑의 포도주, 새 계약의 포도주를 마시게 될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어린양의 신부가 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신랑이 되시고, 우리는 예수님의 피와 몸을 영함으로서 예수님과 결합할 것입니다. 당신께서 건네주신 생명으로 혼인을 맺고 합혼주를 마실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오늘이 바로 우리의 혼배 날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이 혼인축일을! 아멘. 

 

 

 

-오늘말씀에서 샘 솟은 기도-

 

 

“포도주가 없구나.”(요한 2,3)

주님!

새 포도주가 필요합니다.

제 안에 당신 사랑이 필요합니다.

당신 사랑에 취하게 하소서.

당신이 나의 님, 나의 신랑인 까닭입니다.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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