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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이를 째려보신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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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요하 [jiyoha] 쪽지 캡슐

2006-09-26 ㅣ No.104652

*지난해 9월 26일의 제 '가족 메일'을 일년 후인 오늘 읽어보고 제 홈페이지 '가족공동체' 방에 올리는 일을 하다 보니 내용이 조금은 재미도 있고, 여러 형제 자매님들께 조금은 참고가 될 수도 있겠다 싶어서 여기 굿 뉴스 자게에도 올려봅니다. 형제 자매님들의 너그러우신 이해를 구하며...

 

 

 

제목 한결이를 째려보신 신부님



†. 사랑·평화 (오소서, 성령님. 새로 나게 하소서)

어제 보낸 메일에 지난 23일 저녁의 '굿자만사' 9월 모임 참석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첨부 파일로 보내겠다는 말을 적었는데, 깜빡 잊고 보내지 못했네. 메일을 서둘러 전송하고 성당에 가느라고…. 미사 시작 30분 전에 성당에 가서 성가 연습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워낙 촉박하여 그런 깜빡 사고가 생기고 말았네. 하여 하루만에 다시 메일을 쓰게 되었네.

★해미성지 순례

오늘 오전에는 작업을 포기하고 동문 1구역 형제 자매님들과 함께 해미성지를 갔네. 9월 '순교자성월'에는 한 번 이상 근처 순교성지를 순례하는 것이 천주교 신자로서 바람직한 일이므로…. 오래 전에 약속된 일이었는데, 나와 어머니와 제수씨를 포함하여 여덟 명이 갔다 왔네. 예상보다 인연이 적어서 아쉬웠네.

14처에서 '십자가의 길' 기도를 하고, 순교자 묘소 앞에서도 기도를 했네. 그리고 잔디밭에 둘러앉아 구역장 김순호 레지나 자매님이 가져온 포도를 먹으며 담소를 하다가 12시경 출발, 돌아오는 길에 '백화산가든'에 들러 3천량짜리 한식 뷔페로 점심을 먹었네. 그리고 태안의료원에 들러 오늘 아침에 입원하신 이동규 형제의 모친을 문병했네.

오후 운동을 잠시 미루고 이 편지부터 쓰기로 했네. 꼭 기록을 해야 할 일들이 있어서….

★한결이의 최초 전교 실적

우리 한결이가 생애 최초로 전교를 한 사실을 기록하지 않을 수가 없네. 같은 학교 같은 중3인 장웅이라는 친구를 우리 한결이가 전교를 했다고 하네. 그 친구는 올해 세례를 받고 지난 4일 견진성사까지 받았다고 하네. 그 사실을 오늘 아침에서야 자세히 알 수가 있었네. 장웅 학생의 어머니가 우리 집에 과일 선물을 보내와서….

한결이는 초등학생 때부터 친구들에게 하느님을 얘기하고 천주교를 얘기해서 성당에 데리고 나오는 둥 전교 열의를 발휘했지만, 친구가 영세를 하고 견진까지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네. 그런데 한결이의 전교 실적이 동문1구역 전교 실적에 포함되었는지 모르겠네.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네.

★한결이를 째려보신 신부님

어제는 한결이 때문에 재미있는 일이 하나 있었네. 한결이는 어제 서산 동문 본당에서 매월 한 번씩 실시되는 서산지구 '예신(예비 신학생)' 모임에 참석하고 왔는데, 재미있는 곡절이 있었네. 이번 주 목요일부터 중간고사가 실시된다며 이번 달 예신 모임에는 가지 않겠다는 것이었네. 공부를 하겠다는 것이었지. 다부지게 공부를 해서 이번 중간고사에서는 전체 1등을 하고 싶은 눈치였네. 공부를 이유로 이번 달 예신 모임에 가지 않겠다고 해서 가족 사이에 마찰이 좀 있었네.

할머니 아빠 엄마 모두 예신 모임에 가기를 종용하고, 심지어는 공부보다 예신 모임 참석이 더 중요하다, 일등을 하지 못해도 좋으니 예신 모임에 꼭 가야 한다고 설득을 했지만 녀석은 고집을 꺾지 않았네. 성당에 가서도 예신 모임에 가지 않겠다고 한 모양, 사무장님이 우리 집에, 또 천안의 내게 전화까지 하고 걱정을 하실 정도였네. 중·고생들의 예신 모임 참석률이 우리 본당의 교구 '모범 본당' 연속 달성을 이루는데 중요한 몫을 하기 때문에….

그래서 어제 아침에 천안에서 돌아오면서도 녀석을 어떻게 설득을 하나, 막 야단이라도 쳐야 하나 고심을 했는데, 집에 오니 어머니가 반가운 말씀을 하시더군. 한결이가 예신 모임에 가기로 했다고….

녀석은 다른 열한 명의 아이들과 함께 (올해 영세한 장웅 학생도…) 서산 동문 본당에 가서 예신 모임에 참석하고, 점심 잘 먹고, 오후에는 영화 구경도 하고, 비싼 음식으로 저녁까지 잘 먹고 왔네. 녀석이 왜 그렇게 갑자기 마음이 변했는지 하루종일 궁금하여 저녁에 녀석이 집에 왔을 때 그 연유를 물었지.

실로 재미있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네. 토요일 저녁 학생미사 겸 특전미사 때 신부님이 아이들에게 예신 모임에 갈 사람은 일어서보라고 하셨다네. 아이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몇 명 일어서지 않자 신부님이 복사를 서고 있는 한결이 쪽으로 얼굴을 돌리며 째려보셨다고 하네. 한결이 표현이 그러했네. 신부님이 째려보셔서 부담스러워서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더라는 것이었네. 한결이가 일어서니 여러 아이들이 따라 일어섰고…. 그래서 결국 열한 명의 중학생들이 이번 9월 예신 모임에 가게 되었다는 것.

할머니와 아빠와 엄마가 다 나서서 설득을 하고 종용을 해도 효과가 없었는데, 신부님이 한번 '째려보시는' 것으로 해결이 되었으니,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녀석의 말을 들으며 어머니와 우리 부부 모두 크게 웃지 않을 수 없었네.

★어머니 생신 저녁 식사

어제 저녁에는 어머니 모시고 외식을 할까 생각했는데, 뒷동 제수씨가 집에서 저녁을 준비하겠다고 하더군. 규왕이네 집에서 저녁 식사를 했네. 제수씨가 특기인 잡채와 몇 가지 음식을 준비해서 어머니 생신 저녁을 조촐하면서도 오붓하게 즐길 수 있었네. 제수씨에게 감사하네.

규빈이가 할머니 생신 날 아침에 편지를 써서 할머니께 드린 모양이네. 완전히 저 혼자 의견으로 한 일이라고 하네. 어머니가 저녁을 잡수고 나서 가족들에게 규빈이 편지를 보여 주셨네. 내가 한번 눈으로 읽어보고 나서 규빈이에게 소리내어 읽도록 했네. 녀석이 멋쩍어 하면서도 편지를 읽었는데, 그 편지를 내가 오늘 컴퓨터 안에 담아 놓는 일을 했네. 할머니의 생신을 축하하는 규빈이의 편지를 여기에 동봉하네.

♣지규빈 편지

할머니에게.
할머니, 저 규빈이에요. 아시죠. 제가 할머니를 사랑한다는 것. 진심이에요. 할머니 정말 정말 하늘만큼 땅 만큼 사랑해요. 할머니 연세가 100살이 넘어도 살아서 건강해야 해요. 제가 기도할 게요. 할머니 지금도 건강하세요. 건강하시죠. (웃는 얼굴 그림) 흐뭇. 할머니 아프시면 안돼요. 할머니 엄청엄청 정말 하늘만큼 땅 만큼 사랑해요. 할머니 건강하세요. (일곱 개의 하트 그림에다가 '할머니 사랑해요'라는 일곱 글자를 한 글자씩 적어 넣음) 할머니 생신을 축하 드려요. 할머니 죄송해요. 처음엔 몰랐고 어제 저녁에 엄마가 가르쳐 주셨거든요. 죄송해요. 진심으로 죄송해요. 그리고 생신을 축하해요. 오늘 정말 재미있을 것 같네요. 해해. 할머니 진심으로 사랑하고 생신을 축하해요. 건강하세요. ♥규빈 올림♥

편지 내용도 재미있지만, 예쁜 그림 색종이에다가 쓴 글씨는 초등학교 2년 생만이 쓸 수 있는 예술작품인 것 같네. 녀석이 편지를 읽을 때 가장 흐뭇하게 웃음 짓는 사람은 역시 아베….

엄마가 '햇살 가득한 약국'에 근무하기 시작한 후로 제 친구들에게 그 사실을 얘기해서 벌써 엄마 두 분이 햇살 가득한 약국을 찾았을 정도로, 규빈이는 그쪽 방면으로도 한 몫을 하고 있다네.

★기타

*어제 오후에 마누라와 함께 천수만 B지구의 들판 가운데 있는 '뜬바위'에 가보고, 부남호 옆의 길고 곧은 비포장 길을 달려보았네. 천수만 B지구의 내부를 자세히 확인해 볼 수 있었네. 사진도 많이 찍었네. 탐사를 마치고 제방 길로 나간 다음 잠시 휴게소에 들렀다가 남면으로 해서 돌아왔네.

*내일 오후엔 가로리만과 천수만 사이 '판목'의 흔적과 '신털이봉'을 살펴볼 예정이고, 언제 한번 날을 잡아서 천수만 A지구의 내부를 자세히 탐사해 볼 생각이네.

*미국 세레나의 어제(25일) 메일과 12일 메일을 동봉하며 이만 줄이네.


(050926 / 충남 태안 深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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