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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승수 신부님 [성 요한 세례자의 수난 기념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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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요한 세례자의 수난 기념일] 마르 6,17-29 “요한은 헤로데에게, ‘동생의 아내를 차지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하고 여러 차례 말하였다.“
두 달 전 6월 24일이 세례자 요한의 탄생과정에서 드러난 하느님의 은총과 자비에 대해 묵상하는 축일이었다면, 오늘은 그런 큰 은총과 자비를 입은 세례자 요한이 하느님께 대한 자신의 믿음과 사랑을 어떻게 증거했는지를 묵상하는 ‘수난 기념일’입니다. 세례자 요한은 당시의 다른 종교지도자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성덕을 지닌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았으며 그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위선으로 자신을 꾸미지도 않았습니다. 언제나 하느님 보시기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도록 최선을 다했고, 올바른 길이 아니면 아예 가지를 않았습니다. 자신이 말로 내뱉은 것은 반드시 실천했고, 내로라하는 권력자들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하느님 뜻에 비추어 자기가 해야 할 말을 다했습니다. 자기 안위를 지키겠다고 부정을 보고 눈 감지 않았고 불의 앞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그랬기에 그가 던지는 말 한 마디는 사람들의 마음 속을 깊게 파고들어 온통 뒤흔들어놓았습니다.
그런 그가 헤로데 앞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당당하게 외칩니다. “동생의 아내를 차지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절대적인 권력을 지닌 위정자 앞에서 그의 인간적 약점이나 감추고 싶은 비밀을 지적하고 비판한다는 것은 자기 안위를 크게 위협하는 일입니다. 세례자 요한은 하느님 뜻을 따르고자 하는 열정으로 가득했기에 목숨을 걸고 직언했던 것이지요. 그 결과는 너무나도 황망하고 참혹한 죽음이었습니다. 철없는 십대 소녀의 ‘춤값’으로, 깊이 생각하지 않고 말을 함부로 내뱉은 한심한 왕의 ‘체면 값’으로, 이 세상에서 가장 거룩하고 의로운 사람의 목이 날아간 겁니다. 하지만 폭군이 그의 목은 베었을지 몰라도 그의 양심은 벨 수 없었습니다. 그의 혀는 잠잠하게 만들었지만 그가 선포한 하느님의 뜻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점점 더 크게 퍼져나갔습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그래봐야 결국엔 아무 의미도 가치도 없는 ‘개죽음’ 당한 게 아니냐고 말이지요. 심지어 많은 유사종교들에서는 그런 세례자 요한을 두고 괜히 세상의 정치적인 문제에 개입했다가 주님의 길을 닦아야 하는 선지자의 사명을 제대로 완수하지 못하고 죽은 ‘실패자’에 불과할 뿐이라고 폄훼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세례자 요한은 헤로디아의 ‘앙심’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니라 본인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죽은 것입니다. 헤로데의 ‘체면’을 세우기 위해 죽은 게 아니라, 이 세상에 하느님의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죽은 것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그저 정의감과 사명감만으로 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 세상 사람들을 향한 ‘사랑’의 마음으로 한 것입니다. 그렇기에 세례자 요한의 죽음은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거룩한 ‘순교’인 것이지요. 우리도 그런 요한을 본받아야 합니다. 우리를 질투하여 핍박하는 세상의 ‘앙심’에 맞서 하느님께서 내 안에 심어주신 ‘양심’을 지키며 살아야 합니다. ‘내 뜻’을 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느님 뜻’을 이루기 위해 살아야 합니다. 그 모든 일들을 의무감 때문에 마지못해서가 아니라 ‘사랑’에서 우러나서 기쁘게 해야 합니다. 그러면 하느님 나라에서 ‘큰 사람’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큰 사람에 걸맞는 큰 기쁨과 영광을 우리에게 주실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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