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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31 주간 금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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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공지능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우리가 오랫동안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지식과 능력의 기준을 바꾸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많이 기억하고, 빨리 계산하고, 많은 정보를 가진 사람이 유능한 사람이었습니다. 이제는 인공지능이 그런 일을 훨씬 빠르게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더욱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그것이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불교에서는 이를 ‘반야(般若)’라고 표현합니다. ‘금강반야바라밀경’이라는 이름에는 금강석처럼 단단하고 날카로운 지혜로 집착과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깨달음의 길로 건너간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어쩌면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정보를 올바르게 바라보고 사용할 수 있는 지혜일 것입니다. 불교의 중요한 가르침 가운데 ‘연기(緣起)’와 ‘제법무아(諸法無我)’가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관계를 맺으며 존재하고, 우리가 영원한 ‘나’라고 붙잡는 것 역시 고정불변하는 실체가 아니라는 가르침입니다. 인도 사상에는 궁극적 실재와 참된 자아의 일치를 말하는 ‘범아일여(梵我一如)’라는 사상도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사상과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은 출발점과 의미가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익숙한 자아와 집착의 울타리를 넘어 더 깊은 진리를 바라보도록 초대한다는 점에서는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우리를 익숙한 자아의 울타리에서 나오도록 초대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와 나는 하나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은 범아일여와 같은 의미라기보다, 성자께서 성부와 이루시는, 독특하고 깊은 일치를 드러내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우리도 그 사랑의 일치 안으로 초대받습니다. 또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따르려는 사람에게 자신을 버리고 십자가를 지라고 하셨습니다. 이것 역시 제법무아와 완전히 같은 가르침은 아니지만, ‘나’를 중심에 놓고 재물과 명예와 욕망에 집착하는 삶에서 벗어나라는 점에서는 깊은 울림이 있습니다. 신앙의 지혜도 결국 ‘내 것’을 움켜쥐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나를 내어 맡기는 데서 시작됩니다. 오늘 복음에는 ‘약은 청지기’가 등장합니다. 주인은 청지기가 자신의 재산을 낭비한다는 말을 듣고 청지기 자리에서 물러나게 합니다. 그러자 청지기는 자신의 처지를 깨닫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길을 준비하기 위해 채무자들을 불러 빚을 줄여 줍니다. 예수님께서는 그의 부정직을 칭찬하신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상황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미래를 준비하는 그의 영리함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는 현실을 읽었습니다. 낡은 방식으로는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남아 있는 시간과 권한을 이용하여 미래를 준비했습니다. 이것이 오늘 복음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지혜로운 청지기’의 모습입니다. 인공지능 시대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공지능을 두려워하면서 과거의 방식만 고집해서도 안 되고, 반대로 인공지능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처럼 의지해서도 안 됩니다. 인공지능도 결국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지성과 창의력을 통해 만들어진 하나의 도구입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보다 ‘무엇을 위해 사용할 것인가?’입니다. 재물도, 능력도, 지식도, 인공지능도 우리는 잠시 맡아 사용하는 청지기입니다. 좋은 청지기는 도구의 주인이 되지만 어리석은 청지기는 도구의 종이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빠른 인공지능만이 아니라, 무엇이 참되고 선하며 하느님의 뜻에 맞는지를 분별하는 ‘복음의 반야’, 곧 복음의 지혜입니다. 저 역시 사제로 살아가면서 익숙한 방식과 생각만 고집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새로운 시대의 도구를 배우고, 사용하면서도 그것이 복음을 전하고, 사람을 위로하고, 공동체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되는지를 먼저 묻고 싶습니다. 금강석처럼 단단한 지혜는 다른 사람을 깨뜨리는 지혜가 아니라 내 안의 고집과 욕심과 낡은 틀을 깨뜨리는 지혜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인의 가장 깊은 지혜는 내가 주인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주인이심을 아는 것입니다. 우리의 시간도, 재물도, 능력도, 기술도 하느님께서 맡겨 주신 것입니다. 오늘 하루, 그것을 지혜롭게 사용하는 충실한 청지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복음의 말씀을 마음에 새깁니다. “이 세상의 자녀들이 저희끼리 거래하는 데에는 빛의 자녀들보다 영리하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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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반대하고 신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느님은 찬미받으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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