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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의 시간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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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요하 [jiyoha] 쪽지 캡슐

2004-06-10 ㅣ No.67727

*이 글은 제가 어제 제 피붙이 겨레붙이 인연붙이들과 일부 친지 28명에게 보낸 메일의 일부입니다.

 

 

 

                                                  긴장의 시간 속에서 
 

 


†. 사랑·평화 (오소서, 성령님. 새로 나게 하소서)

 

★아직 서울에서는 어떤 상황을 알리는 연락이 오지 않고 있네. 어제 낮에 내가 금호동 복음병원 510호로 전화를 걸었더니 작은아버지께서 의사의 진단과는 달리 오히려 회복되시는 것 같은 기색이라는 의하 동생의 말을 들을 수 있었네.

 

 막바지에 다다른 환자가 대세를 받고 나서 잠시 소생을 하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런 경우가 아닐까 싶기도 하네. 작은아버지께서 나로부터 대세를 받는 순간 어떤 신비한 현상 같은 것을 느끼셨을 지도 모르겠고…, 잠시 소생을 하시게 되면 자신이 세례를 받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하느님 생각을 조금이라도 하시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네.

 

★지난 6일 저녁에 있었던 재미있는 일 하나를 추가로 기록하겠네. 그 날 낮에 새롬엄마의 옛날 제자인 박혜진이라는 아가씨의 결혼식이 있었네. 서울에서 온 손님들 관계로 우리 부부는 그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했네. (백화산 행사에 김밥 외로 별도 음식을 장만하지 못한 것과 관련하여 새롬엄마는 자신은 남아서 혜진이가 신부되는 모습도 좀 보고, 통닭이나 돼지족발이라도 시켜서 산으로 올려보낼 걸…하고 후회를 했지.)

 

 신부 혜진의 아버지는 나와 고등학생 때부터 친구인 박석수씨. (나보다 1년 후배지만 나이는 더 많고 해서 옛날부터 막 트고 노는 사이였지.) 그런데 그 친구가 10여 년 전에 교통사고를 당해 오랜 사경에서 겨우 살아나긴 했지만 후유증이 심해 거의 집에서만 생활하는 처지라네. 내가 두어 번 봉투를 마련해서 찾아가긴 했지만, 자주 찾아보지 못하는 미안함도 늘 내 마음을 무겁게 한다네.

 

 부인과 두 자녀가 고생 가운데서도 열심히 살아서 지난해는 아들이 결혼을 했는데 올해는 딸이 결혼을 하게 되었으니, 반드시 그 경사 자리에 참석해서 축복을 해주어야 마땅한 일이었네. 그런데 그 일을 낮 동안은 깜빡 잊었지 뭔가.

 

 서울 손님들을 보내고 집에 온 순간 박석수씨 집 혼사 생각이 나더군. 그래서 미리 5만원을 넣어 준비해놓았던 축의금 봉투를 챙겨들고 집을 나섰네. 경찰의 음주단속을 생각해서 주공아파트까지 걸어서 갔네. 걸으며 묵주기도를 3단까지 할 수 있으니 약 15분 거리.

 

 박석수씨 집에는 박석수 내외와 아들 내외와 이제 막 엎치기를 하는 손자가 있더군. 집에서는 차린 게 하나도 없다고 미안해하면서 부인이 참외와 주스를 대접하더군. 그런데 박석수씨의 며느리를 보니 얼굴이 예쁘면서도 참 착하게 생긴 인상이더군. (나는 사람의 인상을 보면 그 사람의 성품이나 심성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네. 그래서 내 인상에도, 즉 내 심성에도 조금은 신경을 쓰는 편이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집에서만 소일하는 박석수씨가 며느리를 잘 얻은 것 같다는 생각이며 아들 며느리로부터 구박을 받으며 살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서 괜히 즐거워지는 기분이더군. 박석수씨 며느리에게 예쁘고 착한 인상을 가져서 참 보기 좋다는 덕담도 해주었고….

 

 그런데 박석수씨가 내게 손자 자랑을 째지게 하더군. 그러면서 하는 말이, "야, 나는 이렇게 손자를 보았는디, 너는 이제야 애들이 고등학생 중학생이니, 이제부터는 나헌티 맞먹지 마. 아직 애들이 어려터진 게 손자 본 사람헌티 맞먹으면 되겄냐?"하는 것이었네.

 

 그 말 자체도 재미있었지만, 그 친구가 교통사고 후유증에 의한 어눌한 발음으로 그런 농담을 다하니 더욱 즐거운 기분이었네. 그래서 나도 한마디했지. "그려. 맞먹지 않을게. 그런디 워떻게 허는 게 맞먹지 않는 거라나? 그걸 물러서 어렵겄는디."하며 웃었네. 그 친구도 정말 즐거운 표정이더군.

 

 이윽고 그 집을 나올 때 아버지 대신 엘리베이터까지 배웅을 해주는 아들에게 "어렵겠지만, 아버지 잘 모시고 살게." 하니, 아버지를 닮아 키 크고 건장한 아들이 "걱정 마십시오. 고맙습니다."하더군. 정말 믿음직스러운 모습이었네.

 

 집으로 오며 다시 묵주기도를 하는데, 아까 경찰의 음주 측정에 걸렸을 때, 음주 측정기에 전혀 막걸리와 고량주 알코올이 잡히지 않은 신기한 사실도 즐거움을 배가시켜 주는 것 같고…정말 즐거운 기분이었네.

 

★7일 서울에서 돌아올 때 버스 안에서 서울의 이윤석씨에게 전화를 걸었네. "김밥 외로는 별도 음식을 준비하지 못하고 대접이 너무 소홀해서 참 미안하다"고 하니, 이윤석씨는 "김밥이 워낙 맛있어서 다른 음식은 생각할 여지도 없었다"고 하면서 "제 생전에 그렇게 맛있는 김밥은 처음 먹어보았습니다"라고 하더군.

 

 그 날 백화산에서 김밥을 먹을 때도 모두 이구동성으로 김밥이 맛있다는 말을 하면서 김지선씨가 새롬엄마에게 "학교 선생님 그만 두시고 김밥 장사를 해도 성공하시겠네요"라는 농담을 해서 모두 웃었는데, 하여간 새롬엄마 김밥은 정말 일품이네. 김밥이 그렇게 맛이 좋았다는 사실로 스스로 위안을 삼아야 할 것 같네.

 

★지난 4일 서울 <민족문학작가회의> 사무실에서 있었던 '객원문예교사' 워크숍에는 1시간 늦게나마 참석을 했고, 여러 반가운 작가들을 만날 수 있었네. 정건영 정동수 이광복 이은집 이군자 이태원 소설가 등과 어울려 저녁식사를 하며 맥주도 한잔했네.

 

 서울역에서 저녁 7시 20분 열차로 천안으로 내려간 다음 새롬이 원룸에서 일박하고, 5일 새벽에 태안으로 오면서 해미성지에 들러 물긷는 공사를 했네. 모처럼 만에 혼자 물긷는 공사를 하려니 왠지 쓸쓸해지는 기분…. 그런 사소한 일에서도 우리네 인생은 결국 그 쓸쓸함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슬며시 했고….

 

★엊그제 7일 '가톨릭 굿 뉴스' 등 천주교 관련 웹사이트들에 올린 글 「<가톨릭 다이제스트> …」를 첨부파일로 보내네. 지금 '굿 뉴스'와 '주교회의' 사이트 게시판의 그 글 밑에는 수많은 댓글들이 붙어 있네. 꽤나 시끄러운 상황일세. 댓글들 중에는 명예 훼손에 해당한다며 윤학 변호사에게 사과를 하라는 요구도 있네. 그게 과연 명예 훼손일까? 나는 지금 윤학씨의 부도덕성을 확실히 증명하는 세 번째 글을 쓰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이번주 안에 작업을 하려고 하네. 그리고 세 개의 관련 글 중에서 핵심적인 사항들을 간추려서 교회 신문에 기고하려고 하네.

 

이런 연유로 우리 태안본당 '40년사' 집필 작업은 좀더 미루어질 것 같네.

 

 이만 줄이네.   

 

 

 (040609)
 충남 태안읍 샘골에서 지요하 막시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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