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한테 왔으니까 아빠 좀 만져봐…"
서해교전 2주기 쓸쓸한 추모식
29일은 북한의 도발로 6명의 꽃다운 젊은이가 서해에서 산화한지 2년이 되는 날이다.
서해교전 직후 전국적인 추모열기가 타 올랐고 국민은 이들을 영웅으로 불렀다. 교과서에 실어 이들을 길이길이 기억하자고도 했었다. 그러나 세상은 그들을 잊었다.
2년이 지난 이날 유가족 등 150여명은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 사령부 충무동산에 설치된 서해교전 전적비에 모여 서해교전 전사자 2주기 추모식을 가졌다. 1주기 때 모습을 보였던 정치권에서는 한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추모사가 이어지는 동안 간간이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아 내느라 입을 꼭 다물었던 유족들은 헌화가 시작되자 오열을 터뜨렸고 일부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전적비 뒤에 새겨진 자식과 아버지, 남편들의 청동으로 된 얼굴부조를 어루만지며 유족들은 다시 울음을 토해냈다.
고 조천형 중사의 부인은 딸 시은양(3)에게 "아빠한테 왔으니까 아빠 좀 만져봐"라며 시은이를 잡아 끌었지만 아이는 피하기만 했다.
"애 백일 때 남편이 전사했어요. 그래서 아빠 얼굴이라도 기억하라고 집에서 사진첩을 보여 주고 또 보여줬는데 사진속의 아빠만 기억하는 모양이예요."
이날 유족들은 나라를 위해 희생한 자식과 남편들이 너무 쉽게 국민들 기억 속에서 잊혀지는 것이 가슴 아프고 원통하다고 입을 모았다.
고 조천형 중사의 아버지 조상근씨(61)는 "나라 지킨 사람들은 누구인데 새까맣게 잊고 있다. 더 말해 봐야 뭐하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는 체념했다고 했다.
해군 동지회 등 예비역 단체에서 추진했던 서해교전 2주기 추모제가 무산된 것도 유족들은 서운하기만 하다.
고 황도현 중사의 아버지 황은택씨(57)는 "3월인가 해군 동지회에서 추모제를 하자고 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이달 초에 힘들게 됐다고 알려와 의아했지만 요즘 남북관계를 보니 대충 짐작이 갔다"고 말했다.
한 유족은 "이라크 파병반대 한다며 촛불시위는 매일 하면서 북한과 싸우다 숨진 우리 자식들을 위한 문화행사도 못하게 한다"고 쓴 소리를 했다.
국민들의 대북 인식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심정을 토로했다. 황씨는 "초등학생까지 북한은 좋고 미국은 나쁘다고 하는 마당 인에 무슨 말을 하겠느냐. 이런 나라에서 살기 싫다"고 말했다.
교전 당시 참수리 호에 탑승했던 한 부사관은 "남북관계가 화해무드로 가는 것은 좋지만 경계심을 흐트러뜨려서는 안 된다. 직접 교전을 했던 당사자로서 아직 북한을 믿지 못 하겠다"고 말했다.
교전 때 부상을 입은 이희완 대위는 "나라는 군인만이 아니고 전 국민이 지키는 것이다. 국민들이 먼저 간 전우들을 가슴속에 기억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해교전은 2002년 6월29일 오전 10시25분 서해 연평도 서쪽 14마일 해상에서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한측 경비정의 기습 포격으로 발발돼 고 윤영하 소령과 한상국 중사 조천형 중사, 서후원 중사, 황도현 중사, 박동혁 병장 등 6명이 숨지고 18명이 부상했다.
평택=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