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권은 4·15 총선이 끝난뒤 3개월이 넘는 시간을 보내면서 숱한 정치적 쟁점을 놓고 야당과 대화다운 대화 한 번 갖지 않았다. 그 배경은 사실 간단하다. 총선에서 과반수를 얻은 만큼 청와대와 행정부가 굳이 야당의 협조없이도 국정운영을 할 수 있다는 자만이 작용한 것이 틀림없다. 그런 사이 국론은 수도이전 문제는 물론, 주한미군 감축, 이라크 파병, 고위공직자 주식 백지신탁제, 국가보안법 개폐문제, 의문사진상규명위에 의한 민주투사 결정, 서해사건 등 모든 사안에 있어 양갈래로 갈라질대로 갈라지고, 이로 인한 갈등과 마찰이 사회 구석구석에서 증폭되고 있다.
하나같이 여권이 야당과의 대화에 발벗고 나서서 매듭을 지어야 했을 국가현안들이다. 그럼에도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이 어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게 여야 대표회담을 열자고 제의한 것을 보면 진짜로 야당의 협조를 절감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박 대표가 재선출돼 부각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국주도권 차원에서 그냥 한번 제의해 본 것에 불과한지 알수가 없다. 신 의장이 자신의 비서실장을 통해 박 대표에게 대표회담을 제의하는 그 시간에 이런 저런 여권 실세들은 느닷없이 고 박정희 대통령을 끌어들여 박 대표를 거칠게 비난했다. 바로 전날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공당의 대표에게 그런 막말들을 쏟아내는 것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의 차원에서 사려깊지 못한 일이다.
그렇게 비판을 받아야 하는 대상과 무슨 대화를 하자고 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회담형식에 대해서도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하는 문제를 놓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있다. 여권은 야당과의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서만 오늘의 국정난맥을 풀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야당에도 격에 맞는 대화형식을 제시해 빨리 대화를 성사시켜야 한다. 총선이후 3개월여의 교훈은 여당의 독주로는 나라를 이끄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 준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