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13일 (목)
(녹) 연중 제19주간 목요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

자유게시판

신앙의 논리와 정치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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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04-09-11 ㅣ No.70983

 지난 목요일에 서울 대교구에서는 대대적인 사제 인사이동이 단행되었습니다. 특이한 사항은 신설되는 의정부 교구에 172명의 서울 대교구 사제가 의정부 교구로 발령이 난 것이라 하겠습니다.  그동안 같은 교구 소속으로 있던 선배, 동료, 후배 사제들이 이제는 서로 다른 교구 소속으로 나누어지게 된 것입니다.


 의정부 교구로 가게 된 신부님 한분이 며칠 동안 잠이 오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의정부 교구로 지원을 했지만 막상 인사이동으로 발령이 나니까 가슴 한구석이 허전해 졌다고 합니다. 이제 새롭게 출범하게 되는 의정부 교구가 하느님의 사랑 안에 기쁨과 친교를 이루는 공동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첫 발을 내딛게 되는 의정부 교구를 위하여  기도 중에 기억했으면 합니다.


 요즘 신문을 보면 크게 2가지 문제가 많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하나는 과거사 규명에 대한 법안 개정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국가 보안법 폐지에 대한 법안 상정 문제입니다. 저는 정치에 대해서 깊이 있게 아는 바도 별로 없고,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 제 의견을 말씀드리기도 어렵습니다.


 다만  이 문제를 하느님의 말씀과 연결해서 함께 묵상하고 싶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을 잊어버리고 우상 숭배를 하였던 적이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잘못을 문제 삼고자 하시며 그들을 벌하고자 하십니다.  물론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데려가시지도 않으시려 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렇게 하실 수 있고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들의 마음과 그들의 삶을 우상에게로 돌렸기 때문에 벌을 받는다고 해도 억울할 것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자비를 베풀어 달라는  모세의 간청을 받아들이셨고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들의 잘못에 대해서 용서를 받게 됩니다.(출애 32, 7-11, 13-14)


 하느님의 용서와 자비를 받게 되는 새로운 상황을 복음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간청으로  인해서 하느님께서 자비를 베푸는 것이 아니라 잘못한 이가 진심으로 뉘우치고 회개할 때 하느님은 사랑 때문에 자비를 베푸신다는 내용입니다.


 잃어버린 은전, 잃었던 양, 돌아온 아들이 주는 가르침은 우리의 죄가 진흥같이 붉어도 우리가 진심으로 뉘우치기만 한다면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죄를 양털같이 희게 만들어 주신다는 것입니다.

법과 규율로 진실을 밝힐 수는 있어도 법과 규율로는 참된 용서를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참된 용서는 진실한 회개와 뉘우침이 있을 때 하느님께서 주시는 자비와 사랑으로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루가 15,1-32)


  사도 바오로를 통해서 모두가 이기는 ‘승 - 승’의 패러다임을 볼 수 있습니다. 한 때 예수님을 미워했고, 예수를 따르는 사람들을 박해했던 바오로 사도는 이제 예수 그리스도를 가장 충실하게 따르는 종이 되었고, 초대 교회에서 베드로 사도와 함께 교회 건설의 커다란 기둥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초대교회는 그런 바오로 사도를 공동체에 받아들였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자신의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였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잘못을 기회 있을 때마다 고백했습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주님의 가르침을 세상에 전하였습니다. 위험이나 칼, 굶주림과 매 맞음, 풍랑과 고통을 온 몸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정치인들의 논리는 법과 규율로 정해질 것입니다. 민주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토론과 합의라는 과정을 거쳐서 이 문제를 해결하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신앙인의 논리는 그것과는 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잘못에 대해 철저하게 반성하고 그것을 고백하는 자기 성찰을 배워야 합니다. 바오로 사도를 공동체에 받아들여 초대교회를 발전 시켰던 관용과 포용을 배워야 합니다. 주님께서 죄악을 헤아리신다면 감당할 자가 아무도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듯이 하느님께서 또한 우리의 죄를 용서해 주시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나에게 잘못한 이가 있다면 그들을 하느님께서 우리를 용서하시고 자비를 베푸셨던 것처럼 용서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내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진심으로 뉘우치고 용서와 자비를 청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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