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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국가보안법과 양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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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일웅 [urnice] 쪽지 캡슐

2004-09-24 ㅣ No.71658

국가보안법과 양심

김승규(변호사)

 

4. 국가보안법과 양심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의 책임 아래 자기의 사상 및 신조를 추구하여 자유로운 정신세계를 구축할 권리를 가진다. 이를 사상의 자유 또는 양심의 자유라고 하며, 인간이 인간이기 때문에 당연히 누려야할 기본적 인권으로서 절대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자유이다.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고, 유독 만물의 영장으로 지고의 존재가 되는 까닭은 인간만이 끝없이 깊고 넓은 정신세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의 내심, 곧 인간의 정신세계는 무한하여 그 자체 소우주에 비견되기까지 한다. 그런데 국가보안법은 그 규정 형식의 광범한 추상성·모호성으로, 인간의 사상과 양심, 인간의 내면을 검증하고 인간의 내면에 간섭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은 것이며, 결국 그 내면을 통제·처벌할 수 있는 법제이다. 특히, '양심'에 따라 살며 그 '양심'에 따라 고난조차 달게 받는 사람들에겐 더더욱 그 내면의 세계를 검증하거나 훼손하려는 그 어떤 사소한 것에 대하여도 타협하거나 굴하기 어렵다할 것인데, 이 법은 '양심'에 따라 살려고 하는 사람들을 주된 대상으로 하여 그 양심(신념)을 스스로 훼손하게 하거나 처벌하려는 것이어서 대단히 반문명적이며 반인권적인 법제인 것이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10년 이상 복역했고 대학 교수이기도 했던 어느 한 사람은 "한국 사회에서 사람들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무엇일까?"라는 물음에 "국가보안법"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는 '악정은 호랑이보다 무섭다'고 한 공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역대 정권이 정권 유지를 위해 정적을 제거하고 실정을 은폐하며 민주화 운동을 탄압하는 데 있어 국가보안법을 앞세워 왔음을 지적했다. 우는 아이도 울음을 그치게 하는 것이 호랑이요 곶감이었다면, 국가보안법이야말로 분단 상황 및 국가 안보라는 이름 아래 언론, 출판, 학문, 예술, 문학, 교육, 대학, 종교, 노동, 정치 부문 등 사회 전반을 철저히 보수화시키고 그 각 부문에서 진보의 지평을 넓히고 자신의 권익을 지키며 민족을 통일하려는 제반 사회 운동의 숨통을 눌러왔다는 점을 빗댄 지적일 것이다. 또 어느 학자는 모 일간지의 독자 칼럼에서 "국가보안법은 내 손 끝에 있다, 우리 모두가 국가보안법에 대한 두려움 없이 학문을 연구하고 사상과 손끝이 일치하게 글을 썼다면 어찌 반세기가 지나도록 살아남을 수 있었겠는가" 하고 역설적으로 반문한 어느 학술 공개 토론회에서의 발표를 소개하면서 "진리와 정의를 위한 사유의 파장이 손끝에 와도 스스로 지워버리고 마는 위축감"을 토로하기도 하였다. 국가보안법은 진리를 탐구하고 정의를 실천하며 인간의 존엄과 양심을 지켜감에 있어 반드시 제거하지 않으면 안 될 장애물이 되어 있는 것이다.


국가보안법 50여 년의 역사를 거치며, 국민들은 인간의 무한한 정신 영역을 넓혀 진리와 정의와 지조를 알게 하고 의기를 키워 주는 사상의 참맛과 그 자유를 알기도 전에 국가보안법으로 인한 직간접의 참혹한 경험으로 인해 사상이야말로 집안을 망하게 하고 자신을 망치는 첩경이라 직감하여 정서적으로 사상을 거부하는 것으로 변하고 말았다. 국가보안법을 존치하여 정보를 제한하고 표현을 위축시키는 한 언론은 보수화하거나 제도 언론화 할 뿐 사회 비판의 제기능을 다하고 참된 여론 형성의 역할을 다할 수 없다. 공장에서 자기의 존엄을 지키고 생존권을 확보하려 조직하고 단결하며 투쟁하는 것을 용공이니 공산주의니 이적 단체니 하고 막을 수 있는 국가보안법이 있는 한 노동자의 참된 권리 신장은 있을 수 없다. 강단에서 정보가 폐쇄되고 연구가 위축되면 진리의 꽃을 피울 수 없다. 학교에서 새 것에 민감하고 정의감에 투철한 청년들의 기개를 국가보안법으로 눌러 놓는 한 청년들에게 새 것에 대한 사색과 연구를 바랄 수 없고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정의롭게 살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신념과 의기를 국가보안법으로 위하하여 변절과 비겁의 나락으로 밀어내는 일이 계속되는 한 정의와 지조가 사회 기풍으로 자리잡기 어렵다. 다양한 사상적 스펙트럼에 따른 정치적 다원성을 인정하고 그로부터 상호 침투의 상승 발전을 보장하지 않는 한 정치가 구태의 늪에서 한발도 벗어나기 어렵다. 이 법의 옹호자들은 남북 분단 상황과 북한의 현실적 위협을 들어 국가보안법을 없애는 것은 자진 무장 해제하는 것과 같다고 반박하면서 이 법이 없어지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고, 금새 공산주의 세상이 되어버리거나 극도의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걱정한다. 그러나, 분단국이었던 서독은 우리와 같은 국가보안법이 없었고 동독과의 자유 왕래를 범죄시하는 법 자체가 없었으며 공산당의 활동마저 허용하였음에도 한국의 옹호자들이 걱정하는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고 오히려 통일을 이루었다는 점이나, 우리보다 더 불리한 분단 상황에 있는 대만 또한 우리의 국가보안법과 같은 처벌 조항을 두고 있지 않으며 '사회주의 및 중국 본토 중심의 통일'을 강령으로 하는 노동당을 합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여 볼 때, 옹호자들의 걱정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이 법 제정 당시부터 제기되었던 주장처럼 사상은 사상으로 대응하여야지 법률로 사상을 규제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과거 서독이나 현 대만과 같은 자신감과 대담성을 갖지 못할 이유가 없고, 국가보안법이 없으면 곧 무너지거나 혼란스러워질 정도로 허약한 사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국가보안법으로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억압함으로써 국민들의 입과 눈, 귀를 막아 형식적인 국가 안보를 이루려 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적 의사소통을 통해 사회의 다양성과 건강성, 창의성과 자발적 참여를 높여 국가 경쟁력과 보위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려는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5. 마치며

가히 선거 혁명이라고 지칭될 드라마 같은 대통령 선거를 거쳐 개혁적인 새 정부가 출범한다.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가보안법의 존폐가 논란이 되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4.19 혁명으로 자유당 독재 정권이 무너진 뒤 집권한 제2공화국에서 그랬고, 6월 민주 항쟁이 성공한 후 폐지 주장이 대두하였고, 김영삼 정부가 출범한 직후에도 그랬다. 그러나 제2공화국 아래 1960년 6월 10일 개정에서는 이전에 없던 '불고지죄'가 신설되어 개악되는 측면이 없지 않았고, 김영삼 정부 출범 후의 1991년 5월 31일 개정에서는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라는 주관적 구성 요건을 추가하였으나 이후 법 적용상 차이를 볼 수 없었고 오히려 존치 옹호론자들에게 '인권 보호 조항이 마련되었는데 또 무슨 개정이냐'는 구실을 주어 역설적이게도 사실상 '개정하지 아니한만 못한 결과'를 낳고 말았고, 국민의 정부를 자처한 김대중 정부는 자구하나 고치지 못하였다. 국가보안법은 그렇게 번번이 살아남았다. 20세기를 넘기고 21세기 몇 해가 지났다. 더 늦기 전에 국가보안법과 그 악업의 역사를 걷어야 한다. 더 이상 문명국가의 수치라 할 국가보안법으로 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 위해서도, 이 나라가 최소한의 민주 국가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서도, 7천만 온 겨레의 한결같은 염원인 분단 민족의 자주 평화 통일의 흐름이 순조롭게 상승 발전하기 위해서도 국가보안법의 폐지는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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