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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 연중 제22주간 화요일(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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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말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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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운 [flashman] 쪽지 캡슐

2004-09-24 ㅣ No.71659

네 모든 행실에 너의 사말을 생각하라.

영원히 범죄치 않으리라.

사람은 누구든지 한 번은 죽고 심판을 받아야 하고

천국에나 지옥으로 가야만 한다.

이것이 우리가 피할 수 없는 네 가지 말단 문제이다.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 날 때 이미 사형선고를 받고

세상에 태어 났다.

이 사형집행 기일은 날이 갈수록 우리게 육박한다.

여기에 우리의 끔찍한 영혼문제가 달렸다.

이것을 깊이 생각한다면

죄를 범할 수도 없고 냉담할 수도 없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무관심하고

심지어는 이것을 생각하기도 싫어하는 심리는 무엇일까?

그것은 임종에 가까운 중병환자가

자기 병이 중하다는 말을 듣기 싫어하는

그 심리와 공통되는 점이 있지는 않을까?

이 사말의 노래는 작고하신 윤형중 신부님께서

일찍이 경향잡지에 연재하였던 것을

문예작품으로서가 아니라 묵상서로 구성한 것입니다.

여기에 공명 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을 바라며

윤형중 신부님의 영전에 고개 숙여

그 깊으신 신앙과 심오한 성직자의 길을 감사 드립니다.



- 성바오로 미디어선교에서 -



      
      사말의 노래①



- 윤 형 중 –



백 년 천 년 살 듯이 팔딱 거리던

청춘이라 믿어서 염려 않던 몸

거기에도 죽음은 갑자기 덤벼

용서 없이 목숨을 끊어 버린다.

죽음에는 남녀도 노소도 없고

빈부귀천 차별도 없다지만

설마 나도 그러랴 믿고 있더니

이 설마에 결국은 속고 말았네

청한 신부 공교회 아니 계시고

집안식구 옆에서 헛되이 체흡

공포 의혹 물결은 마음에 요란코

천만고통 온 몸을 바수는 중에

모래같이 작다고 막 범한 죄는

태산 같은 큰 괴물, 앞에 나서고

잠결에든 꿈 같이 알던 지옥은

흉한 입을 벌리고 삼키려 든다.

벽력 같은 양심의 호령은 요란,

오락가락 정신은 산란한 중에

진실 상등통회가 나올 수 있나

재촉하던 죽음은 덤벼들었다.

실낱 같은 숨결이 마지막 지니

염통까지 온 몸은 싸늘히 식고

부드럽던 사지도 돌 같이 굳어

보기에도 흉측한 시체이로다.

흰자위만 보이는 푹 꺼진 눈에

양미간을 찡그린 창백한 얼굴

검푸르게 변색된 입과 입시울

보기에도 흉측한 송장이로다.

의지 없이 외로운 너의 영혼이

이 세상을 마지막 떠나던 그 때

얼마나 큰 고통을 당하였는지

네 얼굴이 그대로 말 하는 도다.

지나가는 신부를 보기만 해도

제 양심이 보채어 피해가더니

지공지엄 사심판 천주 대전에

홀로 꿇어 얼마나 떨고 지냈나?

온갖 맵시 다 차려 모든 사랑을

제 한 몸에 받으려 허덕이더니

송장 보아라!

지겹다!

피해 내빼는 뭇사람의 염호를 알고 있느냐?

남의 마음 끌려고 애도 쓰더니

참지 못할 독취를 내 피고 있어

오는 이의 고개를 돌이켜주고

피하는 자 걸음을 재촉해 주지

신식이란 다 차려 양장을 하고

아양 피는 얼굴에 간사한 웃음

별난 몸짓 다 꾸며 저만 잘난 듯

뵈는 곳에 나서길 좋아 하던 몸

변화 없는 수의를 입고 누워서

널판떼기 네 조각 그것이 치장

상여 속에 떼 메어감 호사이랄까?

광중속에 누워서 아양 좀 피지

사정없는 가랫밥 황토 덩어리

취흥 겨워 발 맞추어 내려 다지는

상두꾼의 무지한 힘찬 달구질

받아 두어라!

세인의 마지막 대우

인사 체면 끌리어 따라 온 무리

여기 저기 두 셋씩 모여 앉아서

제 사정의 얘기만 열중들 하네

지루한 듯 일 끝을 재촉들 하네

귀찮은 일 다 했다 발길 돌이켜

시원한 듯 바쁜 듯 돌아들 가고

개견소리 아득한 적막한 곳엔

어제 없던 봉분만 하나 늘었네

집 구석에 있기는 멀기가 나서

남의 눈을 피하여 쏘다니던 몸

좁고 좁은 널 속에 갇혀 있어

갑갑하게 그처럼 파묻혀 있나?

자나깨나 생각 던 불량자 동무

재미나는 그 틈에 왜 못 가고서

찬 바람만 우수수 부는 벌판에

외롭게도 혼자만 누워 있는가?

날 저물어 쓸쓸한 공동묘지

귀뚜라미 구슬픈 울음소리는

네 영혼의 애타는 통곡 소린가?

억만 번을 울어도 때는 늦었다.

성세 받은 교우라 연도들 하네

제대 위에 불 켜고 미사 드리네

받을 준비 됐어야 그 은혜 받지

시체에게 음식도 소용이 되나?

잔류세상 끝났다 위로들 하네

천국 복에 들었다 울지 말라네

이 말 듣고 식구들 그럴 싸 하네

무슨 운명 당한 줄 알기나 하나

무덤 위에 떴던 달 서산에 지고

눈물 같은 이슬에 잔디만 젖네

흰 구름은 허공에 무심히 돌고

솔 잎새에 바람은 처량히 우네

세상사람 무심 듯 자연도 무심

춘하추동 여전히 되돌겠지만

무덤 속의 진행은 곧은 목 일세

직선으로 나아갈 뿐 돌지를 않네

땀 한 방울 흘리길 사양 하던 몸

검고 붉은 추기가 흘러 내려도

더러운지 추한지 알지 못하고

막대같이 뻣뻣이 놓인 그대로

미안 백분 화장품 한 껏 들여서

예쁜 모양 내려고 애도 쓰더니

그 얼굴에 구더기 들석 거리고

흐늑 흐늑 썩음을 알기나 하나?

부드러운 비단만 입으려 하고

입에 맞는 음식만 골라 먹더니

버러지의 양식을 준비해 주려

그와 같이 몹시도 안달을 했나?

아릿다운 자태는 형형도 없이

흥건하게 널 속에 괴어 썩는 건

화장품의 향내는 어디로 가고

코 찌르는 독취만 가득하구나

거울 앞에 앉아서 꾸미던 얼굴

구멍 세 개 뚜렸한 해골 바가지

신식치장 다 차려 모양 내던 몸

엉성한 뼈 몇 가락 이게 네 차지

굶주리고 헐 벗은 가난뱅이는

티끌같이 눈 아래 내려 보더니

잘 났다는 제 몸은 얼마나 잘 나서

먼지 되고 흙 되어 흩어 지는가?

어두운 하늘 유성이 스치고 가면

자취까지 다시는 볼 수 없듯이

번개같이 순식간 살던 네 몸은

이 세상에 영원히 사라졌도다.

성사 받기 너무나 싫어도 하고

도리훈계 몹시도 염증 내더니

그 모든 것 뒤 두고 휙 돌아서서

끝 날 까지 찾은 것 이것 일러냐?

짧고 짧은 일생에 맛보던 쾌락

꿈이라면 아직도 다행이련만

허탈하긴 꿈같이 허탈하여도

딸린 벌은 끝없이 걱정이로다.

폭양 밑에 헤매는 작은 개미들

겨울추위 준비를 할 줄 알거든

만물 으뜸 훌륭한 사람이 되어

한이 없는 지옥불 생각 못했나?

아마

아마

너 떠난 네 영혼의 꼴

너와 함께 멸망에 있지나 않은지

두리노라 묻노라 어찌 되었노?

두리노라 묻노라 어찌 되었노?

여보시오 벗님네 이 내말 듣소

지금 말한 이 죽음 있지 마시오

남의 일로 알고서 잊지 마시오

그대 역시 조만간 당할 것이오

이런 운명 당신은 피할 줄 아오?

하늘 땅은 무너져 변할 지라도

그대 역시 죽어서 썩어 질 것은

중천에 뜬 해보다 더 분명하오

째깍 째깍 초침의 도는 소리는

우리 생명 그만큼 깎는 소리오

한 치 두 치 나가는 해 그림자는

우리 일생 그만큼 덮어 나가오

남의 부고 우리가 받지 않았소?

우리 부고 남에게 한 번 갈 게요

남의 시체 우리가 보지 않았오?

우리 시체 남들이 한 번 볼게요.

우리 죽어 사심판 들어 갈 때는

부모 형제 처자도 따를 수 없소

친한 친구 동지도 따를 수 없소

혈 혈 단신 혼자만 끌려 갈게요.

무덤까지 따라와 이별 하고서

제 발길을 돌이켜 돌아 간 다음

생각까지 다시는 아니 할 게요.

세상사람 모두들 이러한 게요.

꿈같지만 전생에 범한 죄벌과

울며불며 세웠던 선행공로만

끝 날 까지 우리를 따라 설 게요

영원토록 우리를 안 떠날 게요

지공지엄 주 대전 안령되면은

자손들의 선행도 소용이 없소

조상들의 공로도 소용이 없소

자기자신 소행만 저울질 하오



지금부터 백년 후 오늘 이 때면

우리 해골 땅 속에 이미 썩었고

천국이나 지옥 중 그 어느 곳에

우리영혼 벌써가 들어 있겠소

지옥이란 말만은 간단하지만

우리 실제 당하면 어찌 할 테요?

생각하면 소름이 끼치지 않소?

생각하면 온 몸이 떨리지 않소?

지옥영혼 이세상 다시 산다면

예외 없이 모두다 성인 되리다.

지옥형벌 얼마나 무서운 겐지

예외 없이 모두다 성인 되리다.

지옥 불에 떨어진 저 모든 영혼

가고 싶어 일부러 간줄 아시오?

하루 이틀 회개를 미루어 가다

삽시간에 뜻 밖에 벼락 맞았소

기다림에 반드시 한도가 있고

참는데도 반드시 한도가 있소

그 한도는 천주의 안배에 있소

안배하신 한도를 어찌 알겠소?

오늘 하루 어떠랴 방심 턴 영혼

그 하루로 한도를 넘어선 게요

참아오던 천주의 정의의 칼날

그 하루를 찍어서 심판 하시었소

죽는 줄을 알고서 죽기나 했나?

더 살려고 애쓰다 죽어 버렸지

죽을 때를 알면 그냥 죽겠소?

한시 바삐 서둘러 준비했겠지

병 앓다가 약 먹고 나은 적 있소?

이번에도 희망을 약에다 두네

천주안배 벌써 다 결정 됐지만

좋은 약만 들여라 재촉을 하네

가슴 깊이 타고난 강한 생명력

설마 내가 죽으랴 장담을 하네

어리석게 이 장담 아직도 믿고

영혼준비 않고서 살 줄만 믿네

식은 땀은 드디어 온 몸에 솟고

고군분투 심장만 약하게 뛸 뿐

팔과 다리 벌써 다 함락하였고

뒤를 이어 호흡도 백기 들려네

처음으로 이세상 나올 때에는

제 어미를 지극히 괴롭히더니

이 세상을 마지막 떠나는 때에는

저 자신이 고통 중 자지러지네

천 길 만 길 혼자서 떨어지지만

집안 식구 옆에서 울기나 할 뿐

손 끝 한 번 놀려서 돕도 못하고

눈물이나 흘리며 구경만 하네

머릿속에 새겼던 화려한 공상

거품처럼 힘없이 꺼져 버렸고

애지중지 아끼던 가산직물은

싱거운 듯 냉정히 조소를 하네

기를 쓰던 심장이 멈춰 버리니

핏기 없는 싸늘한 깡마른 얼굴

정기 빠져 흐릿한 푹 꺼진 눈에

치켜진 코 탄 입술 쳐진 아랫턱

땀에 젖어 축축한 베개 너머로

어지럽게 흩어진 흉한 머리털

되는 대로 던져진 팔과 두 다리

이제부터 관성의 독재를 받다

우리와는 온전히 타계의 존재

한 방안에 있기도 격이 안 맞네

등잔불도 두려워 움츠려 들고

창 밖에선 바람도 비명을 짖네

부모 형제 처자간 따뜻한 정도

이로부터 끊은 듯 싸늘히 식고

무서움만 방안에 스며드는 중

산 사람의 염통도 어는 듯 하오

천주공경 그토록 푸대접하고

수계범절 그토록 인색하더니

그만 두어라 이제는 청산해 보자

참아오던 천주는 팔을 드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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